명문대 출신 = 유능한 강사 (?)
여름방학이 끝난 후 10월에 치러지는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준비를 위해 벌써부터 한인 학부모들이 학원 물색에 나서고 있다. 학원 한번 안가고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아이들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도 하지만 ‘다들 하는데, 내 자식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앞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못지않은 사교육 열풍으로 LA 지역 SAT 전문학원 숫자가 100여개를 초과하다 보니 막상 ‘딱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옵션’에 따라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까지의 차이가 있는 SAT 준비반 수강비용은 학부모들을 더욱 혼돈시킨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SAT 전문학원을 고를 때 따져보고, 훑어보고,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들을 소개한다.
(1)강사진 : 대학전공·교수법 꼼꼼이 체크해야
(2)교 재 : 체계적인 커리큘럼 갖췄나 확인을
(3)매니지먼트 : 부적합 학생‘퇴출’시킬수 있는지
■강사진이 가장 중요하다
“맹장 밑에 약졸 없다”는 옛말처럼 훌륭한 강사로부터 공부를 배우면 부족한 학과 공부 보충에는 큰 도움이 된다. SAT 전문학원을 물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강사다.
학원 업계에 따르면 한인 학부모들은 하버드, 예일 등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강사를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명문대 출신자=무조건 좋은 강사’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가르치는 과목을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았거나, 가진 지식을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광고물을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SAT 전문학원 광고물에는 학원 강사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강사진의 우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연장도 오래 쓰면 무디어 지는 법. 학원 자체적으로 강사의 수준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쏟는 노력도 강사진의 좋고 나쁨을 잴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교재 내용을 확인하라
SAT 점수 높이기 작전의 성공 여부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에 달려 있다. 교재는 학원이 얼마만큼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SAT 전문학원들은 대개 자체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25개 브랜치를 미 전국 및 한국에 두고 있는 한 유명 학원의 경우 교재 작성팀을 따로 구성할 만큼 자체 교재물 생산에 신경을 쓰고 있다. 프린스턴 리뷰, 카플란 등에서 제작한 교재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물론 교재물 제작 기준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발견한 노하우와 교수법이다.
한 학원 종사자는 “LA의 일부 SAT 전문학원 가운데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나 강사 없이 시류에 편승해 설립한 곳이 많다”며 등록 전 학부모들이 교재 출처, 내용, 다른 학원과의 차이점에 대해 확인하도록 조언했다.
■학원 매니지먼트를 살펴보라
상담을 해주는 학원 실장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학원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학생 실력 향상보다 이익을 남기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일부 학원들의 씁쓸한 행위와 무관치 않은 충고다.
공부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용기가 학원 관리자에게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학원에서는 통상 등록 희망 학생들과 일대일 면담시간을 가진다. 바른 반 배정을 위한 학업 경쟁력 평가는 물론 면학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일부 학원에서는 등록 학생들이 학원 교칙 준수를 약속하고 이를 어길 때 퇴학된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도록 한다. 부모 등살에 억지로 끌려는 왔지만 강의시간에 딴 짓을 하는 학생들로 인한 피해와 징계조치로 인한 법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엘리트 학원의 김원아 원장은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잘 한다더라는 식의 소문만 듣고 학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물건을 구입할 때 여러 가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장단점을 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수강료가 걱정인데
싸고 우수한 학원도 있다
■적합한 시험 준비시기
교육 전문가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지만 SAT 준비는 9학년을 마친 여름방학 때가 좋다고 한다. 이때 시험문제 유형, 구성 등을 경험하면 SAT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때 SAT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때가 늦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준비과정을 통해 얻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폐지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SAT 점수가 여전히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인 만큼 학생 사정에 따라 늦고 빠른 시기를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참고로 칼리지보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학 결정에 사용되는 가장 큰 요소는 지원자가 공부한 AP 등 학과목의 성적(80%)이었다. SAT 점수(60%)는 그 뒤를 이었다. (표 참조)
●토랜스 ‘유니버시티 프렙’
한인교수 - 교사남편이 운영
현직교사 강사진… 8주에 550달러
●비영리단체 ‘원 보이스’
극빈층 자녀에 무료 대입준비
●KYCC, 매주 금요일 무료 강좌
■학원비용
학원 선택의 또 다른 주요 기준은 비용이다. 사교육 시장이 커져만 가고,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학원마다 차이가 있다.
인기 있는 SAT 전문학원들의 경우 통상 2,000달러 수준의 학원비를 받고 있지만 강의시간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다. 매일 강의를 들을 때 비용은 월 수강료가 4,000달러 이상 나오게 되고, 개인지도까지 받게 되면 수강료는 더 껑충 뛴다. 예를 들어 한인들이 많이 가는 모 학원의 경우 8주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기간 10시간 공부할 때 드는 비용은 900달러, 24시간 옵션을 선택할 때 2,200달러가 든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이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다. 뜻 있는 현역 교사가 저렴한 가격의 SAT 학원을 운영하는가 하면 극빈자 가정에서 자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무료로 개천에서 용 나게 이끌어주는 비영리기관도 등장했다.
토랜스에 있는 ‘유니버시티 프렙’은 고가의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한번 고려해 볼 만한 곳이다. 8주 동안 24시간의 강의가 이뤄지는 이곳의 수강료는 550달러다. 수강생들은 매주 토요일 만나 3시간씩 8회 SAT를 준비하게 된다.
유니버시티 프렙의 특징은 남가주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은 현직 토랜스 웨스트 고등학교 팀 스토우 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같은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 중인 한인 부인 캐시 스토우씨는 진학상담을 한다. 교사진은 현역 공립학교 AP 또는 우등반(honor class) 교사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한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숫자도 4~5명 선이다. 개인교습 수준의 SAT 강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프렙은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4월말께 온라인 SAT 코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SAT 준비를 전문학원에서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전문가들은 SAT 학원은 학교 공부를 보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인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열리는 SAT 준비코스에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 <자료사진>>
■무료 프로그램
샌타모니카에 소재한 비영리단체 원 보이스(One Voice)는 극빈층 가정 자녀들에게 SAT 준비는 물론 대학 탐방, 장학금 주선 등 포괄적인 무료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지난 199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이 단체의 도움으로 207명의 도시 극빈가정 자녀들이 하버드, 예일, 브라운, MIT, 스탠포드, 코넬, 앰허스트 등 미국 최고 명문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이미 졸업해 사회의 역군이 되고 있다. 올해는 23명의 고교생들이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수혜자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가정 연수입이 2만5,000달러(4인 가족 기준)이하인 영주권자 이상 극빈층이어야 한다. 소득 수준은 세금 보고서를 통해 증명해야 하고, 지원자 대상은 11학년을 시작하는 학생들로 한정된다. 학교 성적도 GPA가 3.4 이상이 돼야 하고, 최소한 1개 이상의 AP반을 들었거나 수강하고 있어야 한다. 수개의 우등반(honors classes)에서 공부한 기록도 필요하다. 특히 학업 성적 외에 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증명해야 한다.
엄격한 선정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모든 도움이 주어진다. SAT 준비는 유명 입시준비 기관인 카플란에 위탁돼 이뤄진다. 한인들이 많은 비용을 써가며 방문하는 동부 명문대학 탐방도 무료로 제공된다.
지난 8월 LA타임스는 가난한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 여학생이 원 보이스의 도움으로 예일대에 입학한 사례와 유명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이비리그 진학에 실패한 유복한 가정의 학생의 실례를 비교 보도하기도 했다.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YCC·관장 송정호)에서도 지난 2월9일부터 무료 SAT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LA 고등학교 교정에서 모인다. 실력이 쟁쟁한 KYCC 스태프들이 영어, 수학을 가르친다. 단점은 LA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LA 통합교육구 관계자는 “각 고등학교 카운슬러들이 무료로 SAT를 공부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부지런하면 항상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토랜스 유니버스티 프렙을 운영하는 캐시 스토우와 팀 스토우씨 교육학 박사 부부. 한국 방문 때 촬영한 사진>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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