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다듬고~ 말리고~ 가루 내~ 직접 만든 천연 조미료
표고버섯·새우·미역 등 이용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어
감칠난 맛“화학조미료 걱정 끝”
얼마 전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이 자장면에 들어가는 MSG(화학 조미료·Monosodium L-Glutamate)의 양에 대해 보도, 일대 파장이 일어났다. 자장면 맛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MSG가 사용된다는 내용이었다.
방송 이후 자장면 매출이 현저히 줄면서 중국식당 업주들이 반발했다. 이와 함께 MSG의 유해 여부가 뜨거운 논란으로 일어났다.
웰빙과 건강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MSG에 대한 경각심도 고조되고 있다. 건강 먹거리를 내세운 웰빙 식당들이 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은 앞 다퉈 ‘No MSG’ 상품을 마련, 조미료 대신 천연 재료를 사용한 맛내기로 승부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도 웰빙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조미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조미료를 뺀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 늘고 있다.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해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MSG를 즐겨 먹기에는 왠지 불안하다는 것이 대부분 의견. 하지만 MSG가 생각만큼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의 음식 속에 깊이 뿌리내린 MSG. 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MSG를 즐겨 먹기는 왠지 꺼림칙해도, MSG를 넣지 않으면 맛이 싱겁고 뭔가 빠진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MSG에 민감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적게 최소한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인타운에서 ‘NO MSG’로 영업하는 식당들은 모두 ‘천연 조미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고 밝힌다. 두 번째 노하우는 “조리 과정에 공을 들여 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이다.
건강식 전문점 ‘죽향’은 김치부터 각종 밑반찬까지 일일이 직접 만든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며 뒷맛이 깔끔하다. 한식당 성북동은 조미료 대신 두 번 이상 발효시킨 간장을 사용해 음식의 깊은 맛을 낸다.
가든 그로브 서울옥도 새우와 표고버섯, 멸치로 만든 천연 조미료를 직접 개발해 감칠맛을 낸다. 한식당 예예도 조미료 대신 재래식으로 직접 만든 된장, 간장 등을 사용한다. 시원한 냉면과 해장국 등 국물 맛으로 유명한 세리토스 가마골도 특유의 육수내기 노하우를 통해 조미료 없이 정갈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만들고 있다.
화학 조미료는 쓰고 싶지 않지만 감칠맛을 내야 할 때,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 보자.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냉장고 안의 재료를 활용해 손쉽게 맛깔스러운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냉장고에 있는 멸치, 북어, 홍합, 표고버섯, 미역, 마른 새우 를 사용해 맛깔스런 천연 조미료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집에 있는 재료로 천연 조미료 만들기
재료에 묻은 이물질 먼저 제거를
우먼센스 쿠킹 ‘피가 맑아지는 제철 요리’와 요리전문가 박상혜씨가 소개한 멸치나 새우, 홍합 북어, 조개, 고추, 다시마 등을 사용해 만드는 천연 조미료 만들기 레서피를 모아봤다.
▲표고버섯 가루: 생 표고버섯은 기둥을 자른 뒤 햇볕에 바짝 말려 먼지를 닦고 분쇄기에 넣어 곱게 가루 낸다. 마른 표고버섯을 샀을 경우 먼지를 닦아내고 바로 분쇄기에 넣어 곱게 가루 낸다. 조림, 나물무침, 튀김, 전 반죽, 찌개, 국, 전골, 불고기 양념장 등에 활용한다.
▲들깨 가루: 들깨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향이 나게 볶아 분쇄기에 넣어 가루 낸다. 거칠게 가루 내고 싶을 때는 절구에 넣어 찧는다. 들깨 향이 너무 강하면 콩가루를 1:1 비율로 섞고, 투명한 병에 보관한다. 찌개 및 전골에 넣어 먹는다.
▲참깨 가루: 깨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뺀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타지 않게 재빨리 볶는다. 분쇄기에 넣어 갈아 유리병에 넣고 냉장 보관한다. 거칠게 가루 내고 싶을 때는 절구에 넣어 간다. 국, 나물 무침, 쌈장용으로 사용한다.
▲다시마 가루: 다시마 표면에 묻은 먼지와 하얀 가루는 젖은 행주로 닦은 뒤 가위로 대강 자른다. 불에 타지 않게 살짝 구워 식힌다.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찌개, 국, 탕에 넣어 먹는다.
▲멸치가루: 크고 윤기가 있는 국물용 멸치를 골라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비늘을 벗겨 손질한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타지 않게 볶아 비린내를 없앤다.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 투명한 병에 넣어둔다. 된장찌개, 국, 국수장국, 나물무침에 활용한다.
▲새우가루: 큼직한 마른 새우를 골라 수염과 다리를 잘라낸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청주를 넣어 타지 않게 재빨리 볶는다. 식힌 뒤 분쇄기에 넣고 갈아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토장국, 맑은 국, 전골, 죽, 수제비 반죽, 나물무침, 구이, 전 반죽 등에 넣는다.
▲북어가루: 북어는 물에 재빨리 씻어 건진 뒤 뼈를 발라내고 손질한다. 햇볕에 바짝 말려 분쇄기에 넣고 거칠게 가루를 만든다. 찌개와 국, 생선찜, 조림, 나물무침 등에 사용한다.
▲홍합가루: 말린 홍합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햇볕에 바싹 말린다. 분쇄기에 넣어 곱게 간다. 찌개와 전골, 국수장국, 나물무침, 불고기 양념을 만들 때 활용한다.
▲고추기름: 말린 고추를 가위로 적당히 자른 뒤 팬에 식용유를 넣고 볶다가 고춧가루를 넣고 볶는다. 완성된 기름을 고운 체에 거른다. 찌개나 볶음 요리에 사용한다.
▲별미 간장: 말린 표고버섯 달인 물과 콩 삶은 물, 진간장을 1:1:1 비율로 넣고 끓이다 생강을 넣고 한번 끓여준다. 생강을 건져낸 뒤 옹기나 진공병에 보관한다. 간장 대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
▲맛 기름: 식용유에 대파, 양파, 청고추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1시간 정도 끓이다 불을 끄고 야채를 꺼낸 뒤 기름을 식힌다. 진공병에 보관. 각종 볶음 요리나 김밥을 쌀 때 활용한다.
<가든그로브 서울옥의 김금옥 주방장이 천연 조미료로 음식 맛을 내고 있다 <진천규 기자>>
■MSG란 무엇인가
음식 맛에 엄청난 차이를 내는 흰색 결정의 조미료, MSG. 소금과 후추 다음으로 맛을 내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MSG는 발효에 의해 만들어진다. 특정 박테리아가 당밀(녹말)을 글루타민산(L-Glutamate Acid)으로 변화시키고 다시 수산화나트륨에 의해 중화돼 MSG가 만들어진다.
MSG의 맛을 내는 성분은 1908년 일본 아지노모토사의 기구네 이케다가 발견했다. 김에서 추출된 조미 성분을 사용해 만든 것이 최초의 MSG다. 이 성분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등 4가지로 알려진 기본 맛과는 다른 ‘감칠 맛’을 냈다. 자체로는 별 맛이 없지만 국이나 찌개, 양념 등에 가미됐을 때 맛이 증대된다.
“발효로 만들어 인체에 무해”
“잇단 경고… 먹기에 꺼림칙”
지난달 ‘음식과 나’에 등장했던 농심USA의 신동엽 사장은 MSG가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 자료는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고 단지 ‘나쁠 것이다’는 설로만 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SG는 다시마 추출물을 이온화 시켜 혀의 맛 세포를 더 잘 자극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이지 성분은 천연 식품”이라고 주장했다.
MSG 제조사 협의체(Glutamate Association)는 끊임없이 “MSG는 천연 물질이고, 더 이상 화학적인 합성방식이 아니라 발효방식을 쓰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 전혀 없다”고 광고한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은 식품의약국(FDA) 외에도 다른 기관들이 확인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농업기구(FAO)도 글루타민산과 그 산의 염에 대한 일일 섭취 허용량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MSG를 많이 섭취하면 가슴과 머리에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후 심한 갈증을 느끼고, 졸음이 오거나, 얼굴이 경직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유아에게는 MSG를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 사법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 영양 전문가들은 MSG는 ▲신경세포막을 파괴하고 ▲신장의 칼슘 흡수를 막고 ▲뼛속에 저장됐던 칼슘을 빼고 ▲유아의 대뇌에 있는 뇌하수체를 파괴해 성장과 일반 대사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DA도 “식용 MSG가 뇌와 세포를 손상한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일부의 경우 MSG를 과다 섭취하면 현기증과 손발 저림, 두통 및 호흡곤란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밝힌다.
문제는 가공식품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은 방부제와 산화방지제, 발색제, 화학 조미료 등 화학 첨가물 섭취를 피할 수 없다는 점. 특히 화학 첨가물은 몸에 들어가면 50~80%만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몸 속에 남는다. 여러 가지 가공식품을 한꺼번에 먹으면 체내에 쌓이는 화학물질의 총량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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