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의 소중함 어려서 가르쳐야
자녀들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가능
며칠 전에 하버드에 있는 막내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을 했는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서 수표를 받았는데 엄마 아빠한테 보내고 싶으니까 받아서 교회에 헌금도 하고 엄마 아빠 용돈으로 쓰라고 한다. 하버드의 특징은 언제나 무엇인가 이벤트나 과외활동이 있어서 돈과 시간이 언제나 모자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마음으로 받을 테니 필요한데 보태 쓰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혀 용돈을 보내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픈데 그 없는 시간에 잠 못 자고 번 돈을 어느 부모가 받아서 쓸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한 일들 때문에 재미난 경험을 해본 일도 많다. 큰 딸이 한 예로, 첫해라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 두 번 다 다녀가면서 봄방학에는 친구랑 플로리다에 있는 친구의 친척집에 놀러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봄방학이 다가오니까 갑자기 집에 오고 싶어서 못 배기겠더란다. 그렇지만 방학 때마다 집에 다녀가기는 사정이 여의치 않고 더구나 비행기 표도 미리 사놓지 않은 상태라 이리저리 궁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학교에 알아보니 마침 좋은 방법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일이란 마침 그 전해부터 하버드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대학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부모의 수입이 연 6만달러 이하일 때에는 무조건 학비와 학자금 일체를 학교에서 부담해서 돈이 없어서 하버드에 못 갔다는 얘기는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시작했는데 그 프로그램의 홍보대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봄방학 때 집에 와서 근처의 고등학교들을 찾아다니며 이 새 장학제도에 대해 홍보를 해주면 왕복 비행기표는 물론 일체의 경비를 학교에서 부담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봄방학에도 집에 오게 되었고 오자마자 근처 학교들에 전화해서 스케줄을 짜가지고 하버드 장학금의 홍보대사로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매일 하다보니까 이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재미있고 보람있던지 그 짧은 방학 동안에 40여개의 학교를 방문했고, 어떤 곳에서는 한 명도 못 만나고 허탕을 진 학교도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체육관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즉석 강연회를 하게 되었던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 학교에 대해서 좋은 점만 얘기하다가 보니까 자기 체면에 걸렸는지 나중에는 하버드 사랑에 도취가 되어서 비행기 표만 환불받기로 하고 나머지는 부모가 부담하기로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은 고맙게도 방학 때 집에 오면 그냥 잠만 자고 부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놀다가 가는 것이 아니고 집에 있는 기간이 길면 길게, 또 짧으면 짧게 다만 얼마라도 꼭 일을 하고 가는 것이 우리 집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자기 스스로 집에 오기 전부터 일을 만들어 가지고 오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스스로 못하는 아이는 부모가 끌고 나가서라도 근처 가게에서라도 꼭 일을 하게 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항상 일을 하는데 도서관에서 일하기도 하고 교수들의 연구 도우미로도 일하고 또 어떤 때는 머리를 식히고 싶다고 학교 안에 있는 커피샵에서 ‘레지’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가을 학교에 가서 보았을 때에는 딸이 일하는 카페에 찾아가 딸이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딸이 만들어 주는 차를 마시는 감흥을 맛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항상 일을 하게 된 데에는 물론 부모의 형편도 있지만 내가 미국의 기숙사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아이들을 둘씩 짝을 짓게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설거지를 담당하게 했다.
또 정원에 고추와 도마도 같은 야채를 심어서 땀 흘려서 얻는 맛있는 열매를 보게 해주었고 잔디 깎는 일, 쓰레기 내어놓는 일도 몸소 해보게 했다. 기숙사 학교에 어마어마한 돈을 내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냈으면서도 학생들을 꼭 매주 몇 시간씩 일을 하게 하는 데에 전혀 반대가 없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었다.
성경에 보면 일을 하지 않는 자에게는 먹을 것도 주지 말라고 하는 구절이 있는데(잠언 12:11; 28:19 등) 이것이 아이비 대학들을 창립한 청교도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었고 부모가 자녀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귀중한 교훈인 것이다. 그래서 그 비싼 기숙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꼭 일을 시키는 것이요,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도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찾고 있으며 지망생들의 생활 속에서 이런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집 주위에서 일을 돕게 하니까 조금 더 커지면서 친척들이 하는 가게에 일을 보내도 가게에서 제법 인기가 있게 만들었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시에서 하는 여름방학 인턴십에도 뽑히게 되어 제법 많은 활약도 하고 또 처음으로 큰돈도 가져보는 보람과 성취감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몇백불 아니면 몇천불씩 자식에게 들여도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 아이는 쉽게 낭비할 수가 있지만 일불 일불이 얼마나 벌기 어려운 것인가를 아는 아이에게는 다만 몇 십불을 준다고 해도 그것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모로서 여러 번 보람된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보람이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여름에 모처럼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나서는 처음 만져보게 되었던 천불 단위의 돈을 조금도 아낌없이 우선 교회에 헌금을 하고 그 다음에는 부모에게, 또 그 다음에는 누이 혹은 동생들에게 주고 나머지를 그동안에 신세(?)진 친구와 선생님들에게 내어놓았던 때이다.
그것이 왜 그렇게 기뻤나 하면 그들이 그 번 돈을 쓰는 것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돈도 돈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일하는 것이 주는 깊은 성취감과 보람을 배우게 되었구나 하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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