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화가 미켈란젤로의 대표적 그림 중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벽화가 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을 그린 ‘천지창조’이다.
이 세상 누구도 본적이 없는 태초의 장면들을 일일이 상상해 그려내는 일도 어렵지만 ‘천지창조’는 우선 육체적으로 대단히 고통스런 작업이었다. 벽면도 아닌 천장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림을 그리느라 미켈란젤로는 몸이 활처럼 휘고 목은 뻣뻣하게 굳어졌었다고 한다.
천장벽화를 구상하고 완성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4년. 긴 작업 기간과 엄청난 규모로 볼 때 작업은 극도의 인내심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힘들어서 붓을 내던지고 싶은 순간마다 그를 잡아준 어떤 힘이 있었을 텐데, 그 힘의 원천은 천장 가운데의 한 그림‘아담의 탄생’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최초의 인간, 아담이 무기력하게 누운 자세로 있다가 맞은편에서 창조주가 뻗은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이 맞닿을 듯한 순간 생기를 얻는 장면이다. 그림에서 아담은 갓난아기가 아니라 다 자란 아름다운 청년의 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주와의 접촉이 있고 나서야 생명체로서 완성이 된다는 종교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그대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이다.
몸으로 보면 어른이나 다를 바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어처구니없는 비행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주에는 남가주 라호야에서 한인 남학생이 학교 컴퓨터 100대를 훔친 혐의로 기소되더니 이번주에는 코네티컷에서 한인혼혈 남학생이 테러 음모 혐의로 체포되었다.
라호야의 18살 학생은 친구 두명과 함께 3년 동안 6번이나 학교 컴퓨터를 무더기로 훔쳐서 팔아왔다고 수사당국은 발표했다. 이들 학생은 평소 절도행위를 스스로 떠벌이고 다녀서 알만한 학생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한인인 코네티컷의 16살 학생은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과 비슷한 테러를 계획하며 사제 폭탄을 만들고 범행 대상 명단을 작성했다는 혐의이다. 이 학생 또한 유사 테러장면을 스스로 유튜브에 올림으로써 경찰수사를 불러들인 격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행동에 빠져드는 지 부모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감춰도 시원찮을 비행을 남들에게 자랑하듯 떠벌렸다니 이들의 정신적 황폐함과 가치관의 혼란은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그런 황폐함과 혼란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근본적으로 부모와의 연결고리 부재, 접촉 상실에서 온다고 본다. 아담이 창조주와의 접촉으로 영혼의 기를 얻듯 자녀들은 부모와의 접촉으로 정서적 기를 얻는다. 사춘기 자녀가 말썽을 피워 속을 썩는 부모들은 아이를 포근히 껴안아 주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유를 먹고 자라면 훗날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도되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진이 1930년대 후반 출생자들을 대상으로 60년 동안 관찰한 결과 모유를 먹은 사람들은 분유로 자란 사람들보다 사회적 신분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와 분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엄마와 아기의 신체적 접촉 정도이다. 사람의 손길을 많이 받는 아기가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사실은 확인된 연구 결과이다.
예를 들면 미숙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아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인큐베이터의 환경은 똑 같이 하면서 한 그룹에는 한가지를 더했다. 간호사들이 인큐베이터 구멍에 손을 넣고 아기의 몸을 하루 세번씩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열흘이 지나자 손길을 받은 아기들은 그렇지 못한 아기들보다 몸무게가 47% 더 나가고 6일 먼저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모든 사랑의 감정들은 신체적 접촉으로 표현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손을 맞잡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포옹을 하게 된다. 진화론적으로 볼때 원시시대에 혼자 있는 것은 위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들과 어울리며 받는 신체적 접촉이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주는 요소로 유전자 속에 각인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다.
사춘기 비행을 예방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매일 꼭꼭 껴안아 주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 품에 편안히 안기는 한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오늘 아이를 안아주었습니까?”-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는 비결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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