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사랑까닭으로 붉은 장미 꽃송이들이 무자비하게 꺾이고 간지러운 사랑들이 초콜릿 진창에 빠져 허우적이는 달이다. 우리 산장에 힐다라는 직원이 있었다. 힐다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키스를 하도 쉴 새 없이 해서 다른 미국인 직원들까지 민망스러워 할 정도다. 그렇게 사랑표현을 하면서도 세 번이나 결혼을 하고도 모자라 또 현재 남편과 라스베가스에 가서 사랑확인을 위한 결혼식까지 올렸다.
내가 가끔 사무실에서 눈을 쉬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 가슴 붉은 새 두 마리가 찾아 와서 부리가 터져라 입맞춤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힐다 생각이 난다. 사랑의 상처도 사랑으로 치료를 하는 게 당연하리라.
말로 시인하면 진실로 그렇게 된다는데 요즘은 사랑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왜 그리 쉬 관계가 깨어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렇다. 사랑은 감정의 표현이니 그 표현을 하는 순간에는 사랑했겠지, 그런데 사랑 꼴이 왜 그리 하찮게 생겨먹었는가 말이다.
지난 여름 젊은 남녀가 RV를 새로 사와서 캠핑을 하고 내 앞에서 허리를 안고 뽀뽀를 하며 다음 주말에 오겠다며 우리 스토리지에 그 RV를 맡기더니 며칠 후 남자 혼자 와서 그 여자와 헤어져서 RV가 필요 없어졌다며 맡겨놓고 간 RV가 아직도 있다.
작년 12월 초에 뉴저지 주에서 온 70대 부부가 발렌시아에 사는 딸의 산달에 맞춰 우리 산장 캐빈에서 일주일 묵으며 외손자를 보고 가더니 올해는 그 외손자와 성탄절을 같이 지내려고 또 일주일 묵었었다. 내년에도 온다니 나야 좋지만 3 베드룸인 딸집에서 왜 같이 지내지 못하고 비행기타고 온 부모가 렌트카를 해서 우리 캐빈에서 딸집으로 드나들게 하는지 알 수 없어 내 입맛이 떫었다.
그래선서 내가 부모자식 간에 별난 격식 따지지 않는 한국 사람인 게 다행이라 했더니, 많은 한국 사람들도 자식들에게 전화도 눈치껏 해야 하고, 며느리 허락 없이는 아들집에 드나들 수 없고, 아들집 방문 시 잠잘 생각 아예 못하고, 혹시 사전에 며칠 같이 지낼 허락을 받았다 해도 늘 며느리가 방문을 꼭꼭 잠그고 있는 통에 정 떨어져서 한 지붕아래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 자식 간에 이래도 되는가 아니면 내가 18세기 사람인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소태 씹는 맛으로 웃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은 잘한단다.
사랑타령 나온 김에 한번 짚어가자. 사랑이란 말이 장마 비처럼 흥건한 교회와 교인들도 사랑을 옳게 알고 실천해야겠다. 교회와 성도들은 죄인들을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안다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사람을 따돌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끼리끼리 편 만들어 골라 사귀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다행이 우리들 주위에는 성직자 선교사도 아니면서 선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병든 남편 아내와 부모 형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도 많다. 그리고 이웃과 인류를 위해 목숨 바치는 숭고한 사랑과,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같이 나누는 애절한 사랑들, 그리고 서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알콩달콩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 뿐이랴 지구 구석구석까지 뻗쳐져 있는 많은 봉사의 손길들이 있어 헛된 사랑들의 허물을 가리고 있다.
온전한 사랑은 대중가요처럼 알려진 “사랑”(신약성경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이지만 감히 그리 못할 지라도 사랑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알고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나야말로 남편에게 사랑 표현은커녕 말다툼을 대화로 생각하면서도 같은 침대에서 서로 숨소리를 들으며 사는 것을 사랑이라 여기는 주제에 남의 사랑, 교회 사랑 참견이 웬 말인가.
베푸는 것이 사랑이라면 필요할 때 내리는 단비 같은 것이 아닐까. 가뭄에 단비처럼 만물을 소생시키듯 사랑은 생명의 동력을 지니고 있다. 사랑이란 말로 사람들의 관계를 파괴하거나 타인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같은 비라도 넘치면 장마가 되고 홍수로 변해 뚝 마저 무너뜨려 큰 피해를 입힌다. 사랑이라 외쳐도 사랑 같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장마 비 사랑이란 말이 범람하고 있다. 이 땅에 진정한 사랑이 넘쳐나기를!
<이성호>시인·RV 리조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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