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나 술안주
’윤희상 LA총영사관 홍보관’
‘음식과 나’ 이번주 초대 손님은 부임한지 1년이 다 돼가는 LA 총영사관의 윤희상 홍보관이다. 오늘은 ‘내가 찾는 술안주’로 주제를 정했다. ‘홍보관’이란 단어에 사람을 즐겁게 만나 정담 나누길 좋아한다는 뜻이 있지 않겠는가. 커피 한잔 시켜놓고 대화만 나눌 수는 없을 테고, 마음 넉넉한 우리 풍습대로라면 역시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고 정감어린 덕담 나눠야 ‘홍보’했다는 기분이 들게 마련일 것을. 그러려면 ‘먹거리’ ‘마실거리’에 능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술안주 이야기 해달라며 윤 홍보관을 초대했다.
<사람 만날 일 많은 LA 총영사관 윤희상 홍보관은 활어회를 일품 술안주로 적극 추천했다>
직업상 잦은 술자리
웰빙안주 주로 찾게돼
회맛 제대로 느끼려면
회따로 야채따로 먹어야
회위에 레몬즙 뿌리면
고소·쫄깃한 맛 사라져
도다리, 도미, 광어… 펄펄 뛰는 물고기를 뜰채로 걷어내고 비늘을 긁고 껍질을 벗겨낸 다음 등쪽부터 꼬리까지 얇게 살을 저민다. 회뜨기. 그것도 팔딱팔딱 뛰는 활어. 바닷가에 살고는 있지만 아가미를 뻐금대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 즉석 활어 사시미를 대하기가 쉽지는 않다. 기껏해야 광어회가 전부 아닌가. 고향 갈매기가 친근하고 파도소리 정겨운 한국의 해변가 횟집에 앉아 방금 잡아낸 할어의 흰 살점을 집어 초고추장 듬뿍 발라 입에 넣고는 소주 한잔 넘기는 그 맛을 누가 마다할까.
▲활어
홍보관은 펄펄 뛰는 활어 횟집을 제안했다.
사람 만날 일 많은데다가 언론인들이 많아 술자리가 마련되기 십상인데 한두 순배 오고가면 다음날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숙취가 고민이다. 활어는 그런 숙취를 없애주는 건강식품이라는 것이 윤 홍보관의 설명이다.
윤 홍보관은 한국 동아일보에 86년 입사하여 2001년 미국 연수를 올 때까지 15년을 기자로 활약했던 전직 언론인이다. 특히 워싱턴 DC 인근 칼리지팍 소재 메릴랜드 본교에서 4년만에 언론학(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딴 후 2004년 5월 한국 국정 홍보처의 공보 담당관으로 뽑혀 돌아간 언론 전문가여서 홍보의 내공이 경지에 올라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윤 홍보관과 만난 곳은 한인타운에 요즘 새로 생긴 활어 집.
한국에서야 대중 교통수단이 발달돼 음식 이야기 나누며 술 한 잔 곁들여야 당연하겠지만 미국은 어디 그런가. 저녁 술자리가 파하면 음주운전이 문제고, 택시를 타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이곳 사정인지라 저녁 보다는 점심시간을 택한다. 더군다나 공무원 신분이라 더욱 조심스러울 밖에. 예전에는 음주운전에 걸린 영사들의 이야기가 종종 흘러나와 타운의 가십거리가 되곤 했지만 요즘은 공무원 사회도 달라져 외국 파견원들이 각별히 주의한다는 것.
윤 홍보관은 “한국은 활어의 종류도 많지만 여기서야 어디 그러냐”며 “그래도 이집이 싱싱하게 뛰는 활어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 좋다”고 활어집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상에 오른 활어는 역시 광어. 활어만의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소주 한잔에 광어 한점, 역시 최고의 궁합이다.
그렇다고 윤 홍보관이 활어회를 즐겨찾는 것은 아니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미식가도 아니라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술안주로는‘족발’이란다.
<광어 활어회>
▲ 활어 맛있게 먹기
활어회를 상추나 깻잎에 싸서 양념된장이나 마늘, 고추 등을 올려 입안 가득히 밀어 넣고 먹는다. 그런데 이것은 음식 값 절약 효과는 있겠지만 진정한 활어 맛을 망치는 일이다. ‘쌈장’ 문화에 젖은 우리 음식문화가 활어에는 맞지 않은 일. 마늘이나 된장은 자극성이 강해 혀의 미각을 둔화시켜 회의 참맛을 버리게 만든다. 그래도 먹겠다면 회 따로 야채 따로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생강으로 입안을 청소하는 것도 잊지 말자.
활어회에 레몬을 뿌려도 맛을 버린다. 레몬을 뿌리는 이유는 대부분 비린내 제거를 위한 것인데 펄펄 뛰는 활어를 바로 잡아 회를 뜬 것이니 비린내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레몬도 필요 없다. 레몬을 뿌리면 활어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사라져 버린다.
<살아 있는 멍게를 즉석에서 잡아 그릇에 담아냈다>
“편안한 자리엔 막걸리+족발이 일품”
▲족발
활어야 격식 차려야 할 때 가끔 찾는 음식이지만 격 없이 편안한 자리에는 꼭 ‘족발’을 찾는다.
윤 홍보관이 추천하는 족발집은 3가와 뉴햄프셔에 위치한 ‘와’. 이제껏 미국서 먹어본 족발집 중에서 제일 입맛에 맞는다며 이곳을 꼽았다. 가끔 퇴근길에 20달러짜리 족발 한 접시 투고 해 들고 집에 가곤 한단다.
한국서 기자생활 하던 시절에는 교보문고 뒤쪽으로 작은 골목 입구에 있는 ‘경원’ 족발집을 즐겨 찾았다. 어디 윤 홍보관뿐인가. 먹거리 풍성한 한국에서야 직장인들이 퇴근길이면 시장기 달아올라 자주 들렀던 곳이 족발집. ‘경원’ 족발집은 그중에서도 한국의 모 대통령이 꼭 족발을 배달해 먹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족발만 먹을 수야 없는 법. 족발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 들이키는 맛이 일품이라며 “한국 가면 꼭 한번 들러 보라”고 윤 홍보관은 적극 추천했다.
사람들 자주 만나니 주량도 대단할 것 같아 주량을 물었다. 윤 홍보관은 “기자 시절에야 많이 했지만 지금은 공무원 아니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밝힌 주량은 맥주와 소주 타서 마시는 소·맥 기준으로 3~4잔 정도.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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