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끄고 눈 맞추며 사랑으로 먹여라
살랑 살랑 첫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시냇가에서 갓 주워 올린 것 같은 아기는 내 앞에 앉아있다. 그동안 눕거나 품에 안겨서 모유와 우유만 먹었는데 이제 드디어 하이체어에 앉아 테이블 앞에 음식이 놓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먹여야 하나? 그리고 어떻게 먹여야 하나?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식습관으로 아이가 유장한 세월을 살아가야 할 걸 생각하면 엄마는 늘어졌던 게으름이 사라지고 바짝 긴장이 된다. 아기의 식사시간에 엄마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몇 가지를 페어런츠 2월호가 지적했다.
세 끼 정기적으로 먹이고 식사 시간엔 아기에게만 집중
밥상위 장난감 치우고 입 다물면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TV가 켜져 있다
아이의 눈이 자꾸 TV 스크린을 향한다면 그리고 백 뮤직으로 흐르는 오페라에 자꾸 아이의 귀가 쏠린다면 아이는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없다. 그리고 음식을 충분히 먹고도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마음이 산만하면 뇌가 주는 신호에 둔감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아이의 정신이 흐트러지면 너무 빨리 먹거나 아니면 아예 음식을 먹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기 식사 시간에 TV는 끄도록 하자.
■엄마의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다
음식은 사랑의 심벌이다. 엄마는 아기에게 밥술을 떠먹이면서 전화도 받을 수 있고 친구와 수다도 떨 수 있는 멀티태스커(multitasker)이지만 아기의 식사시간 만은 아기에게 집중하면서 음식을 떠먹일 때마다 아기의 초롱초롱한 눈과 눈맞춤을 해야 한다.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마음은 다른 데로 가 있으면서 아기에게 음식만 떠먹이면 아기는 식사시간이 너무 기계적이라고 느끼거나 재미없다고 느낀다. 재미가 없는데 음식이 맛이 있겠는가?
■아기의 손이 텅 비어 있다
손이란 무엇인가? 무엇인가 친필로 쓸 때는 연필을 쥐는 것이 손이며 무엇을 만들 때 연장을 드는 것도 손이다. 인간 신체에서 손이란 마음과 머리의 일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텅 빈 손은 텅 빈 마음을 의미한다. 식사시간에 준비도 없이 무방비로 엄마가 떠먹여주는 음식만 의존적으로 먹게 하지 말고 아기도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는 의미로 아기의 손에 스푼을 쥐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때가 무르익으면 아기는 그 손에 쥐어진 스푼으로 스스로 무엇인가를 떠먹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아기의 테이블에 장난감을 가져다 놓는다
배움의 기본은 집중이다. 식탁 위에 아기의 온 정신을 빼앗아가는 장난감이 흩어져 있는 이상 아이는 셀러리, 콩, 브라컬리, 당근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관심이 없는데 입맛 가득히 퍼지는 당근퓨레의 달짝지근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겠는가? 아기의 밥상에서 장난감은 퇴장시키도록.
■과일로 배를 채운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단맛을 좋아한다. 이는 아기들이 브라컬리보다 멜론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야채는 무시하고 과일로만 식단을 짜는 것은 아이를 훈육할 때 채찍은 멀리하고 당근정책만을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행위이다. 아이를 당황시키지 않고도 되도록 많은 음식의 종류에 노출시키려면 5일마다 새로운 야채 한 가지씩을 소개하라고 캐서린 토빈 소아과의사는 말하고 있다. 처음 생소한 야채를 씹어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도 잠자코 며칠 더 먹여본다. 그래도 그 음식을 여전히 싫어하면 당분간 식탁에 올리지 않다가 아예 그 맛을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혹시 그 맛이 그리워질 때쯤 해서 다시 테이블에 올려본다.
■하루 종일 간식을 입에 달고 산다
자고나면 새 살이 돋는 아기들에게 간식은 영양공급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간식이 영양을 공급하는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도 불규칙보다는 규칙과 질서를 선호한다. 그러니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은 시간에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식사시간에는 하이체어에 앉아서 같은 테이블을 사용하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도록 습관화한다. 습관, 그건 제2의 천성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먹으라고 채근한다
“덜 먹여서 다른 아이들보다 덜 자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체형과 체격이 다른 만큼 먹고 소화할 수 있는 양도 각기 다르다.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기의 사인을 주의 깊게 살피는 사려 깊은 부모가 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음식을 먹이려고 하는데 아이가 머리를 옆으로 돌린다면 이미 배가 부르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런 신호는 부모 생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7개월 된 아기는 점심으로 강낭콩 삶아서 이긴 것 3스푼만 먹고도 배가 부를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정량을 초과했다고 생각될 만큼 많이 먹는 날도 있다. 아기들의 식사량이 끼니마다 같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칼로리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안다. 더 먹을 필요가 없으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안 먹는다는 것.
■서두른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게 해야 과식을 피할 수 있고 소화도 잘 시킬 수 있다. 급하다고 꿀꺽 꿀꺽 삼키게 만들면 체하기도 쉽고 음식물이 침과 잘 섞이지 않아 소화도 안 된다. 여유 있고 차분한 식생활, 바로 웰빙의 시작이다.
■우유병을 치워 버린다
6개월쯤 되면 시피컵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유병을 단번에 치워버리면 아이는 정든 것과 단절되는 상실감에 시달려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아이를 당황시키지 않으려면 단단한 음식인 솔리드 푸드에 익숙해진 다음 시피 컵을 소개하되 옆에 우유병도 함께 둬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아이에 따라서 시피컵은 1년이 지나서야 손이 가기도 한다.
■아기에게 줘서는 안 되는 음식
◆단단한 것: 생야채 (삶거나 다지거나 갈거나 끓여서 부드럽게 해야 한다), 팝콘, 핫도그(잘게 썬 것은 괜찮다), 딱딱한 캔디, 땅콩, 씨앗, 사과, 셀러리같이 섬유소가 많은 음식.
◆물렁한 것: 마시맬로우, 건포도, 건과류, 젤리 캔디, 껌, 포도, 체리 토마토.
◆독성이 있는 것: 꿀과 콘 시럽은 아기들에게 보톨리즘 독소를 유발할 수 있다.
◆앨러지성 음식: 우유, 계란 흰자, 견과류와 피넛 버터, 셸피시, 딸기(이 음식들은 일반적으로는 1세 이후에 주는 것이 좋고 부모 중 앨러지가 있는 아기는 3세 이후 주는 것이 안전하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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