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자 카자디 지산연구소 원장.
지산 연구소 (Jisan Research Institute)
뜨거운 물이 절대 식지 않는 커피컵. 태양력으로만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정수까지 하는 워터펌프…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이를 직접 발명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있다. 지난 1995년 샌자 카자디 물리학 박사가 칼텍 대학생일 때 아파트에서 3명의 고등학생들과 함께 시작한 ‘지산연구소’(JRI)는 지금 약 80명의 학생들을 자랑하는 비영리단체로 성장, 어릴 때부터 독창적인 연구 활동에 참여시켜 일반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빠르면 대학원에 가서야 시작하는 종류의 최신 연구를 7-8년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패사디나, 풀러튼에 이어 최근 LA에 지점을 신설한 지산 연구소를 찾아가 과거 LA타임스가 “우리를 달에 데려다줄 학생들”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 미래의 과학자들을 만나본다.
카자디 물리학 박사 95년 시작
80여명의 중고생들 모여
태양력 풍차·워터 펌프 등
대학원 이상 수준의 연구 몰두
90%가 한인… 최근 LA에 지점
금요일 저녁. 대부분의 청소년에게는 한주 동안 기다리던 주말이 시작되는 순간이지만 주 7일 열려있는 패사디나의 지산 연구소는 그런 평범함과 거리가 먼 곳이다.
카자디 박사가 자신의 이름 ‘Sanza’의 첫 글자와 당시 파트너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서 우연히 ‘지산연구소‘(Jisan Research Institute)라고 명명했는데 또 우연히 학생들의 90%가 한인 학생들. 그러다보니 카자디 박사도 학생들과 어려운 수학 문제를 짚어가면서 한국말을 곧잘 한다. “알았어?” “그래, 안 그래?” “말해봐” 학생들은 얼굴을 찌푸리다가 드디어 한 학생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는 작업실에서는 케빈 김군이 태양력 풍차 모형의 받침대를 만들고 있다. 연구소를 두루 다니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카자디 박사는 “왜 알루미늄을 사용하지?”하고 묻는다. 김군은 “구부리는데 더 민감하니까요”하고 대답한다. 풍차 프로젝트는 JRI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15가지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군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풍차들은 공 모양의 부분이 많이 있어 이들이 같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쓸모가 없게 된다.
김군이 고안한 디자인은 공 모양 부분을 하나만 사용해 고장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층 건물인 연구소 지붕에 가면 태양력 워터펌프가 있다. 복잡한 기계가 필요 없이 온도의 차이를 이용해 파이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지난 3년 동안 카자디 박사와 학생들이 39개의 원형을 거친 결과 발명, 지난 8월 특허를 받아냈다.
JRI에서 추진하는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로 카자디 박사는 워터펌프의 원리를 응용해 바닷물을 사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사막에 워터펌프로 물을 대어 옥수수 농장을 만들고 에탄올 연료를 생산한다면 말이다.
그런 도전정신이 아니면 사실 누가 중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연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까. 그러나 전문 지식이 부족해도 일찍이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자세를 키워주면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카자디 박사의 믿음은 곧 입증됐다.
JRI 학생들은 지금까지 32개의 연구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했고 5가지의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 3개의 특허를 받았다. 2005년에는 7명이 워싱턴, 하와이 등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초대됐다.
카자디 박사에 따르면, 수많은 로봇을 한꺼번에 조종하는 대학 교수가 8년 동안 군중공학(swarm engineering)을 연구하면서 생각해내지 못한 문제도 JRI 학생이 3주만에 고안해냈다.
<케빈 김군이 지산연구소 작업실에서 태양력 발전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석을 이용해 마찰력을 줄여주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진천규 기자>>
JRI는 대수학(Algebra) 1을 이수한 8학년 이상 학생이면 참여할 수 있는데 연구에 필요한 만큼 수학 및 과학 이론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또 다른 방에서는 거의 10명의 학생들이 모여 공부에 열심이다. 기본 학습과정(레벨 1)에서 숫자이론, 증명, 집합, 논리 등 고등학교에서 접하지 않는 수학 개념과 방식을 익히고 파스칼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는데 이 과정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학습과정도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방식과 달라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이 교사와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JRI는 또 연구 논문을 발표하려면 요구되는 정확성 때문에 일을 대충할 수가 없다. 2005년 11월부터 JRI에 참여한 고찬희군의 부친 고병권씨에 따르면, 학부모회도 있고 프리젠테이션 데이가 있어 그동안 학생들이 배우거나 연구한 결과를 부모와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자체 졸업식도 있는데 논문 발표 등 조건을 갖춰야 졸업할 수 있다.
논문이 부족하면 카자디 박사는 가차 없이 거절해 버려 한 학생은 논문이 5번 거절되기도 했다.
고씨는 JRI 프로그램이 연구를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게끔 만들어준다며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서는 더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JRI에서 실시하는 연구는 반드시 물리나 공학 쪽으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클레어몬트 고교의 존 이(11학년)군은 군중공학(swarm engineering) 논리를 경제에 응용하는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 이군은 이윤폭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소비자와 생산자의 행동에서 관찰하기 위해 최근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수백개의 캔디를 학교 학생들에 1달러에 판매했다. 몇 주 후에 급우들에게 캔디당 실제 비용을 밝힌 후 급우들이 앞으로는 어떤 가격에 캔디를 구입할 것인지 등 반응을 조사할 예정으로 이군은 이미 컴퓨터를 통해 예측되는 결과를 추산했는데 이같은 실험을 통해 이론을 시험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매주 12~13시간을 JRI 프로젝트에 할애한다는 이군은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리서치를 또 하고 있다. 지난해 사촌이 물에 빠진 친구를 구조하려다 숨졌는데 물에 뜨게 하는 완장(armband)을 발명하겠다는 것. 완장 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팽창해서 구명 완장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어 다시는 익사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각오다.
<지산연구소 학생들은 파스칼, 매스매티카 등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미리 습득한다.<진천규 기자>>
일방적 학습방식 벗어나
교사 -학생 발표하며 토론
각종 학술대회 초청받기도
<기타 지산 연구소 프로그램>
지난 12년간 중고등학생들에게 과학 연구 기회를 제공해온 지산 연구소(JRI)가 최근 LA에 지부를 신설하는 한편 수학, 작문, SAT준비, 투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프로그램을 크게 확대한다. 샌자 카자디 박사는 JRI 프로그램을 알리는 한편 학생들이 너무 부담이 되지 않게 연구활동, 과외, SAT 준비 등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패사디나, 풀러튼, LA 등 3개 지부에서 모두 제공되는 이들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산 수학 연구소(JMI)
수학을 즐기는 7학년 이상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수학자들이 풀지 못한 미해결 문제에 도전하면서 수학자처럼 생각하도록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카자디 박사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 대학에서 수학자들이 사용하는 수학에 큰 차이가 있다며 목표는 JRI와 마찬가지로 미해결 문제에 접근하면서 발견한 결과를 수학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비는 JRI의 경우 400달러인데 수학 프로그램은 첫 6개월 동안은 할인해 200달러에 제공된다.
■지산 작문 연구소(JWI)
7학년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창작품이나 에세이 등 자신의 글이 신문, 저널 등에 발표되거나 출간되도록 지도하는 작문 프로그램이다. 강사 마틴 마굴룸은 USC에서 영어와 시네마를 전공해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 히스패닉 매거진, 보이즈 라이프, 스타데이트 등에서 프리랜스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인쇄되어 나오는 것이 큰 동기 부여가 된다며 3개 매주 학생들과 한두 차례 만나 글을 발표하는데 필요한 스킬을 길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학비는 첫 6개월간 200달러
■지산 프렙 프로그램
SAT I 및 II 시험, AP시험 등 입시준비와 수학 및 과학 과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9월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50-60명의 학생들이 수강했다.
지난 2000~2003년 JRI에 다니면서 16세에 연구논문을 발표한 최씨는 JRI에 보답하기 위해 돌아왔다며 올가을 노스웨스턴 의대에 진학하기 전까지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SAT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던 최씨는 지산 프렙이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스킬을 가르쳐 앞으로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비는 SAT 준비 370달러, 수학 및 과학 지도 200~350달러로 지산 프로그램 학생들은 가격이 30% 할인된다.
문의는 (626)568-0500, www.jisan.org
MIT도 ‘과학 꿈나무’ 모집
11학년 대상 여름클래스 열어
매서추세츠 공과대학(MIT)이 올여름 리서치 과학 연구소(RSI) 프로그램에 참여할 11학년 학생을 모집한다.
MIT는 수학, 과학 및 영어 실력과 과학분야에서 지도자가 될 잠재력을 토대로 75명을 선정, 이들은 6월24일~8월4일 6주 동안 MIT 교수들이 가르치는 대학수준의 클래스를 수강하고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RSI 연구 프로젝트를 토대로 지멘스-웨스팅하우스, 인텔 등의 과학경연대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나 여행경비는 학생 부담이다.
지원자들은 에세이, 교사 추천서 2매, 고등학교 성적기록과 PSAT(또는 SAT 및 ACT)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원서가 2월9일까지 CEE(Center for Excellence in Education) 사무실에 접수돼야 한다. MIT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합격되는 학생들은 대체로 PSAT 수학 점수가 75점, PSAT 총점이 220점 이상이다.
문의는 이메일 rsi@cee.org 웹사이트 www.cee.org/rsi/
<우정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