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월드에서 수강생들이 제시카 최 원장의 지시에 맞춰 요가 동작을 하고 있다. 오전 클래스의 90% 이상이 주부들일만큼 아줌마들의 몸짱 열풍 동참은 뜨겁다.
아줌마들의 변화는 다만 외모뿐 아니다. 소비와 자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똑 소리나는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운동으로 몸매 만들고 외모 가꾸려 성형외과마다 문전성시
자신위해 아낌없이 투자해도 소비는 알뜰살뜰 현명하게
그들이 변하고 있다. 아니 오래 전부터 변화했지만 이제야 눈치를 챘다는 편이 더 정확한 의사전달이 되겠다. ‘남의 아내를 친근히 일컫는 말’이라는 사전적 개념만큼이나 두루 뭉실, 애매모호한 취급을 받던 ‘아줌마’가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소사이어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 아줌마들의 변화는 외모에서부터 감지된다. 20~30대를 지나 40대 아줌마들까지도 겉모습만으로 아줌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신흥 아줌마 그룹은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학구열에 불타는 젊음까지 갖추고 있다. 이민 선배 아줌마들은 ‘고국이 결코 풍족하지 않던 70~80년대 태평양 건너와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던’ 시절엔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지만 요즘은 갓 이민 온 초년병부터 오랫동안 뿌리를 박고 사는 올드 타이머들, 이젠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1.5세, 2세 아줌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룹들이 한인 사회의 새로운 아줌마 라이프를 써 내려가고 있다.
◇아가씨냐고? 아줌만데요
최근 한인타운에서 만나는 아줌마들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30대가 20대로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40대 역시 십수년 세월을 뛰어넘어 아가씨로 보이는 이들도 허다하다. 젊은층의 체격 조건과 생활조건이 ‘선배 아줌마’들보다 좋아진 탓도 있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미디어가 양산해 내는 몸짱, 얼짱, 쌩얼 열풍에 TV나 잡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도 쉽게 아가씨 같은 아줌마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인지라 이 무한 경쟁시대에 아줌마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가히 살인적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타운의 한 요가 클래스.
15명의 수강생 중 1명의 남자 회원을 제외하고는 30~50대 주부들. 특히 30~ 40대 주부들이 주를 이룬다. 이제 요가를 시작한지 몇 달 안된 수강생부터 몇 년째 꾸준히 운동을 해온 이들도 있었다.
1년째 요가를 해서 12파운드를 감량했다는 린다 김(39)씨. 언뜻 봐선 8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아줌마라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김씨는 “친구들만 봐도 요즘 주부들은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자신을 가꿀 줄 알고 투자하는 이들이 생활도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귀띔한다.
또 요가월드 제시카 최 원장은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선 실제 나이에서 10년을 뺀 나이만큼 보이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며 “30대는 20대로, 40대는 30대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10년 정도는 뛰어넘어야 동안이네, 몸짱이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한국의 성형 열풍이 한인사회까지 밀어닥쳐 한국 방문 때 성형수술 계획을 잡는 이들은 물론 타운 성형외과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요즘은 ‘쁘띠 성형’이라 하여 수술하지 않고 레이저나 주사로 코를 높이고 주름을 없애는 간편한 방법들이 많아 주부들에게 대 인기다.
자녀교육도 프로답게
학부모들과 정기적 정보 교류
보다 좋은 교육 여건 만들어줘
틈틈이 자기발전 위한 공부도
크리스탈 레이저 센터 미아 심 실장은 “상담고객의 60%가 40대 주부들”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어려 보이면서 탱탱한 피부가 될 수 있냐고 물어온다”고 설명했다.
딱 꼬집어 어떤 시술을 받길 원한다기보다는 예뻐지고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이 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셈. 친구들이 예뻐진 것에 자극을 받아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에 라스베가스나 시애틀 등 타주 고객들도 비즈니스차 LA를 방문했다 단골 고객으로 자리 잡기도 할 만큼 한인 주부들 사이에서도 동안 열풍은 거세다.
◇현명한 소비에 목숨 건다
외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이들이 사치를 일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웬만해선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싸다고 지갑을 여는 세대는 더더구나 아니다. 전 세대 아줌마들보다 영어가 편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집에 앉아서도 전 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이들의 소비는 알뜰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이들의 소비 기준은 정확하다. 가격이 얼마냐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갖고 싶은 것이냐에 달렸다.
필요하다면 최근 유행하는 ‘잇 백’(it bag)에 올인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으로 디자인과 색상, 판매처를 검색하고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는 시간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용돈을 모아 1,000달러가 훨씬 넘는 핸드백에 기꺼이 올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구치니 샤넬이니 하는 흔한 명품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나 친구들을 통해 할리웃에서 유행하는 기성세대 아줌마들이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 네임과 디자이너를 꿰차고 ‘아는 이들만 아는’ 유행을 즐긴다. 돈만 있다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 아줌마들처럼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라이프 스타일도 사절이다. 그렇게 풍족하지 않더라도 알뜰살뜰 경비를 모아 1년에 한번쯤은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아들의 여름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박지영(37)씨는 “여행만큼 사람의 정신을 자라게 하는 체험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녀들에겐 다른 건 몰라도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공존하는지 가르쳐 주고 것이 우리 부부의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어차피 한정된 재화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것이 이들의 소비형태다. 여기에 무조건 선악의 잣대나 기성세대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들이댈 순 없는 노릇이다.
◇교육도 프로 엄마답게
중학교 때 이민 온 앤지 정(40)씨. 얼마 전까지 크게 자기 사업을 해 돈도 꽤 벌었지만 이제 2학년, 3학년 된 연년생 남매를 위해 과감히 비즈니스를 접고 전업주부의 길로 뛰어들었다. 처음엔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주체 못하고 상실감도 컸지만 요즘은 두 남매 뒷바라지에 눈코 뜰 사이가 없다.
이른 아침부터 형제의 등교를 시작으로 하교 후 요일별로 태권도며, 피아노며, 수영 레슨 등 과외활동에다 숙제 봐주기에 이르기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단다. 그리고 틈만 나면 인터넷 교육 사이트에 접속해 교육정보와 이 시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발달상황도 빠지지 않고 체크한다. 또 같은 또래 학부모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를 갖고 교육정보를 나누는 등 정보수집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씨는 “내가 이민 올 당시만 해도 부모들이 자녀들 데리고 당장 먹고살기가 급급해 교육은 뒷전”이었다며 “돌이켜보면 그때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후회도 되고 내 자녀들에겐 보다 좋은 교육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무조건 치맛바람으로 몰아세우면 곤란하다.
주부 김지혜(34)씨는 “저학년 자녀일수록 아이들이 보다 풍부한 경험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치맛바람이 되지 않으면서 적정한 교육환경 조성의 균형을 맞추는 게 요즘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소개했다.
뭐하나 소홀하지 않고 열심히 뛰며 사는 아줌마들의 수퍼우먼 다이어리는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 글 이주현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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