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출신으로 한국 수퍼 프리미엄급 카드 블랙의 브랜드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박소영씨는 모든 일이 새롭고 궁금한 ‘아름다운 일중독자’다. 그래서 앞으로도 하고싶은 일도, 도전하고 싶은 일도 너무너무 많단다. <신효섭 기자>
현대 블랙카드 브랜드 매니저 박소영씨
어려서부터 화려함에 이끌리던 이 여자, 호텔리어의 길을 돌아 ‘블랙’에 빠져들었다. 런칭 초기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한국의 ‘현대 블랙카드’의 담당자가 바로 박소영(28)씨다. 중학교 1학년 때 혈혈단신 도미, 대학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우뚝선 인물이다. 종가집 김치와 두산소주 등 한국식음료 판매회사 칼트라 박기홍 대표의 장녀인 그가 아버지를 만나러 LA를 방문한 길에 기자와 만났다.
중학교 1학년때 단신 도미 유학
한국 리츠칼튼에서 현대로 옮겨
아랍 최고급 호텔서 이벤트 기획
취미는 잠자기 … 강단에 서고파
첫눈에도 똑 떨어지는 이 아가씨의 공식 직함은 더 블랙 브랜드 매니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한 이 직함은 말 그대로 카드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다. 회원 가입에서부터 회원 관리, 심지어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편지지와 봉투까지 결정한다. 그 중에서도 소영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뭐니 뭐니 해도 회원 관리.
연회비 100만원에 걸맞게 블랙의 서비스는 막강하다. 매월 혹은 분기별 제공하는 이벤트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파티나 모임으로 선상 파티, 쿠바의 최고 시가 권위자는 물론 프랑스 구두 장인, 유명 큐레이터 초청 강연회등 일종의 다이내스티 클럽의 그것과 같다. 이런 화려한 이벤트를 동원한 고객감동 서비스는 확실한 기획력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는 소영씨의 성격이나 개인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예쁘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어요. 집에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는 다거나 하는 식이죠.(웃음) 유학도 호주로 간 친구가 화장도 하고 교복이 아닌 예쁜 옷들을 입고 다니는 걸 알게 되면서 나도 유학 가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죠.”
그래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그가 이 단순한 이유로 유학을 떠났으니 유학생활이 순탄할 리 없다. 처음엔 영어도 못하는 낯선 환경에서 울기도 여러 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건 죽기보다도 싫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단다.
불순한(?) 동기로 시작한 유학생활은 소영씨의 마음의 키도 한 뼘은 자라게 했다. 그러다 다시 그의 이 화려한 끼를 자극한 건 한인 여성 호텔리어와 만나게 되면서였다. 이미 동부의 한 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통지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화려한 호텔리어와의 만남은 그의 잠재돼 있던 화려함의 무의식을 노크했다. 그래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진로를 수정해 호텔경영학으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센트레 인터내셔널 드 글리옹 대학에 진학했다.
영어 수업도 있었지만 불어 수업이 태반이어서 학과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든 데다, 배타적인 스위스 학생들로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공부했고 소영씨는 글리옹은 물론 자매학교인 영국 웨일스 대학에서도 경영학 학사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화려함에 이끌려 시작한 공부는 그 화려함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곤 졸업과 동시에 2001년 전세계에서 1년에 2명만 뽑는다는 리츠칼튼 본사 매니저급 직원으로 채용됐다. 트레이닝을 거쳐 한국 리츠 칼튼으로 발령이 났고 그 곳에서 일하다 현대가 호텔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영씨를 스카웃했다. 그러나 회사에선 그의 이력과 성격이 오히려 블랙 카드에 더 적임자라고 판단, 이례적으로 그를 블랙카드로 초빙해 왔다.
“다들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 왜 호텔리어의 길을 포기했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엉뚱하게 들어온 듯한 이 길을 걷는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전공이랑 아주 무관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지난 여름휴가 상품을 기획하면서 세계 부호들만 간다는, 세계 유일의 별 일곱 개 호텔인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 개최 자체가 쉽지 않은 이벤트였지만 스위스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중동의 대부호들이나 유력 인사 자제들과의 인적 네트웍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이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공(?) 쌓기가 만만치 않다. 일중독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하루 예닐곱 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에 매달려 사는 소영씨. 그래서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잠자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금은 일이 재밌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공부하고…. 그러다 언젠가는 강단에 서거나 호텔 마케팅 같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 하고 싶은 일도 무궁무진한 스물여덟 아가씨의 인생 계획서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꿈을 이룬 그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박소영 매니저는 …
▲1978년 서울생
▲미국 보스턴 브룩스스쿨 졸업
▲영국 웨일스대학 경영학 학사
▲스위스 글리옹대학 호텔경영학 학사
▲미국 리츠칼튼호텔 재경부 소속
▲미국 리츠칼튼호텔 객실관리부
▲서울 리츠칼튼호텔 퀄리티 컨트롤 매니저
▲현대카드 ‘더 블랙’ 브랜드 매니저
■블랙 카드란
카드사서 회원자격 심사후 초청 가입
한국내 상위 0.01% 고객 9,999명 목표
한국 현대 카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일종의 ‘다이내스티 클럽’ 카드로 ‘더 블랙’으로 불린다. 회원수는 1,5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월 런칭 때부터 한국 상위 0.01%의 고객 9,999명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더 블랙이 제시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에 맞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청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블랙이 가입자들을 선별하고 초청장을 발송하는 이들에 한해서만 자격이 주어진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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