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사랑과 나눔이 있는 곳에>
“승욱아, 제발 잠 좀 자. 언제까지 이렇게 난리를 피우고 안 잘 거야. 아, 정말 미치겠다.”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친분이 있는 분이 자신의 교회에 승욱이와 한번 와 달라는 전화였다. 교회에서 ‘사랑과 나눔’에 관한 예배를 보려고 하는데 가장 적당한 인물이 승욱이와 나라고 꼭 와달라는 부탁을 하신 것이다. 난 기꺼이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주일예배 시간에 맞춰 초대한 교회로 향했다. 그런데 지난 밤 승욱이가 한숨도 자지 않고 밤샘을 하는 탓에 덩달아 잠을 못 자니 눈에 피곤이 가득하다. 프리웨이를 운전하고 가면서도 연신 하품을 했다. 프리웨이에서 내리면 가까운 곳에 들러 커피라도 한 잔 먹고 가야 할 것 같다. 난 프리웨이에서 내리자마자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로 차를 몰았다. 시간을 보니 커피 한잔 사 가지고 가면 제 시각에 도착할 것 같다. 커피를 주문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넘겨받으려 차를 조금 움직이고 있는데 누군가 내 차 앞으로 걸어와 떡 하니 서있지 않은가.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는 손을 내밀고 서 있다. 그리고 손으로 배가 고프다는 시늉을 나에게 한다. 저 사람이 언제부터 여기 서 있었을까.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번뜩 생각이 스쳐간다. 내가 일 때문에 가는 마켓 앞에도 언제나 구걸하는 사람이 서 있다. 난 그 사람에게 볼 때마다 돈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물건을 사고 나와서 또 그 사람에게 돈을 주려고 하니 마켓 주인아저씨가 “민아씨, 그 사람에게 돈 주지 마세요. 누가 매일 돈을 주나 했더니 민아씨였군요. 그 사람 민아씨가 주는 돈으로 술 사먹는단 말이에요. 그 사람 알콜 중독자에요. 돈을 주는 건 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구요”
난 너무 당황해서 알았다고 하곤 다음날부터 빵하고 음료수를 사서 주었다. 며칠 후 또 마켓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소리를 지른다. “민아씨, 정말 왜 그래요. 빵하고 음료수 사주고 민아씨가 돌아서서 가면 그 사람이 마켓에 다시 들어와서 술로 바꿔 간다니까요. 술로 안 바꿔 주면 난동을 피우니 제발 부탁인데 그 사람 모른 척 해줘요. 네?”
나에게 손을 내밀고 서 있는 저 사람도 혹시 알콜 중독자? 아, 이거 너무 난감하다. 지갑을 여는 것을 보고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는데 외면할 수도 없고 어쩌지? 난 지갑에서 1달러짜리를 꺼내 그 사람에게 주었다. 슬픈 눈을 하고 한참을 나를 향해 서 있던 그 사람이 고맙다고 검은 손을 계속 흔들어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기다리던 커피가 나오고 난 그 곳을 빠져 나와 도로로 진입을 하려고 하는데 뒷거울로 아까 그 사람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뭔가를 주문을 한다.
“어. 정말 저 사람 배가 고팠었구나. 아, 이 일을 어쩌나. 달랑 1달러로 뭘 사먹었을까. 음료수 값이라도 더 줄 것을.”
차를 돌려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난 초대한 교회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마음에서 계속 소리가 들려온다.
‘사랑과 나눔에 대한 말씀을 전하러 온 너가 방금 한 행동은 뭐냐? 진정한 사랑이 뭐고 진정한 나눔이 뭔지나 알고 여기 온 거야?’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난 교회 맨 뒷자리에 앉아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곳에 들러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래도 마음이 시원치 않다.
사랑, 그리고 나눔. 사랑이 충만해야 나눔이 있다. 그러기에 사랑이 있는 곳엔 언제나 나눔이 따른다. 혹시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아니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우리들의 자녀를 사랑할 때 어떤가. 사랑하는 사람에겐 뭐든 주지 못해 안달이다.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 싶을 때가 사랑하는 누군가 대상이 있을 때이다. 그런데 일부 어떤 사람들은 보이기 위해 사랑하는 척, 나누는 척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오래가지 못하는 일회용 과시에 불과한 것이다. 하나님이 왜 우리 각 사람들에게 물질과 건강과 시간과 지식과 능력과 달란트를 주셨을까? 그건 나누라고 주신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특별하지 않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허용치 않으셨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고 보듬고 나누라고 각 사람을 조금씩 부족하게 만들어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열심히 섬기며 헌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난 승욱이가 장애가 있기에 어부지리로 장애 관련된 일들을 하지만 아무 연관도 연고도 없는 분들이 장애인들을 섬기고, 노숙자들을 섬기고, 환자를 돌보는 것을 보면 괜히 고개가 숙여진다. 성숙된 분들의 사랑과 나눔 실천으로 인해 그래도 이 세상이 살 맛 나는 세상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까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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