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루즈(44)와 그의 오랜 제작 파트너인 폴라 왜그너(사진)가 지난 8월 패라마운트로부터 쫓겨난 지 두달만에 미니 스튜디오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nited Artists)의 공동 소유주가 됐다. 둘은 최근 MGM의 자회사인 UA의 지분 30%를 갖는 대신 UA를 위해 매년 제작비 4,000만~5,000만달러 규모의 영화 4편을 제작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UA는 1919년 배우들인 찰리 채플린, 더글러스 페어뱅스 및 메리 픽포드와 감독인 D.W. 그리피스가 창작의 자유와 자신들이 만든 영화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창립한 할리웃 최초의 독립영화사다. 이번에 배우와 제작자인 크루즈와 왜그너가 UA에 합류한 것은 UA 창립의 근본 목 목적에 부합되는 일이다.
LA 서쪽 센추리시티의 MGM 본부에 있는 UA는 사실상 이름만 있는 껍데기 회사다. 과거 ‘제임스 본드’ 와 ‘록키’ 및 ‘핑크 팬서’ 시리즈를 만들었던 UA는 요즘은 남이 만든 영화의 마케팅과 배급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번에 해리 슬로안 MGM 회장이 크루즈와 왜그너를 영입, 왜그너를 UA사장 자리에 앉힌 것은 슬로안의 UA를 부활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다. UA가 진짜로 스튜디오로 서기 위해서는 자체 제작 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사람을 영입한 것이다. 또 둘이 UA에 합류함으로써 외부자본 유입과 함께 타 제작자들이 UA와 손 잡고 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크루즈와 왜그너팀의 과거 실적을 들어 UA의 두 사람 영입에 대해 회의론을 보이고 있다. 둘이 만든 영화 중 크루즈가 나오지 않은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둘이 제작한 올랜도 블룸 주연영화 ‘엘리자베스타운’은 패라마운트에게 3,000만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그리고 크루즈의 에이전트로 시작해 14년 전 크루즈와 손잡고 제작자가 된 왜그너는 한 번도 회사를 운영해 본 적이 없어 과연 그녀가 UA를 얼마나 잘 이끌어 나가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크루즈는 자기가 만드는 UA 영화에 반드시 나오지 않아도 되며 다른 영화사의 영화에 주연 할 수 있다.
UA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영화사다. 1991년 채플린 등이 설립한 뒤 1940년 히치콕이 감독한 ‘레베카’로 스튜디오가 첫 오스카 작품상을 타긴 했으나 채플린과 픽포드의 당초 설립 취지는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1951년 창립 4인중 UA에 남아 있던 채플린과 픽포드는 회사를 연예전문 변호사인 아서 크림 등에게 매각했다.
UA의 전성기는 크림 등과 그 후의 주인인 미 굴지의 보험회사 트랜스아메리카가 경영하던 60년대와 70년대. 60년대 UA가 만든 명작들로는 오스카 작품상을 탄 ‘아파트 열쇠를 비려드립니다’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등이 있다. 크림 등은 UA를 1967년에 트랜스아메리카에 팔았는데 1975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시작으로 1977년까지 ‘록키’와 ‘애니 홀’로 잇달아 세 차례 오스카 작품상을 타는 기록을 내기도 했다. UA의 영화로 오스카 작품상을 탄 다른 것들로는 ‘미드나잇 카우보이’와 크루즈가 나온 ‘레인 맨’이 있다.
1977년에만 해도 스튜디오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냈던 UA가 망하기 시작하게 된 동기는 1980년에 개봉된 마이클 치미노의 농부 대 카우보이들간의 혈전을 다룬 미 서부개척사 ‘천국의 문’의 흥행 실패 때문이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주연한 이 영화는 4,4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30만달러밖에 벌지 못했다.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고 개봉한지 보름이 채 못 가 철시했는데 요즘도 할리웃에서는 흥행에 대패한 영화를 두고 또 하나의 ‘천국의 문’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어 1981년 부동산업자로 MGM 회장이었던 커크 커코리안이 UA를 매입, MGM/UA가 됐는데 그는 회사를 사자마자 테드 터너에게 팔았다. 터너는 회사를 산 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회사의 노른자위인 3,300여편의 영화만 빼먹고 MGM의 제작 및 배급시설과 로고와 함께 UA를 다시 커코리안에게 매각했다. 커코리안은 회사를 1990년에 다시 팔았고 1996년에 이를 재매입하는 등 MGM/UA는 그동안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커코리안의 1996년 MGM/UA 매입가는 13억달러. 그는 이 것을 작년에 소니 및 몇 개의 개인 투자회사에 50억달러에 팔았다. 9년만에 37억달러를 번 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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