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된 학교 자원봉사
자녀들 하버드 가는 토대가 돼
오래전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을 방과후에 데리러 다녀온 아내가 걱정이 가득찬 얼굴로 하는 얘기가 학교에서 한국 학부형들이 야단이 났다고 했다.
Matoba라는 선생이 한국아이들을 너무 차별을 하므로 당장 학교 당국에 얘기해서 쫓아 내야 한다며 애들 아빠가 영어 목회를 하신다고 좀 나서서 도와주셔야 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날을 잡아서 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그전에도 아침에 아이들과 학교 앞까지 걸어간 적은 있었지만 항의하러 간 것은 처음이라 흥분이 되었으나 애써 냉정함을 찾아 입을 열었다. 우리아이가 마토바라는 선생님의 반에 있는데 선생님과 좀 상의 드릴 일이 있다고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어보니까 카운터에 있는 종이를 가리키며 거기에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 보니까 방문록인데 이름을 적으니까 곧 Visitor라고 적힌 명찰을 내어주고 그 반으로 직접 찾아가라는 것이다. 아니, 시간 약속만 하러 온 건데 생각하며 어쨌든 이왕 왔으니까 하고 가리켜준 반까지 찾아 가보았다.
반 앞에서 기웃거리니까 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인사하며 들어오라고, 어떻게 왔느냐고 상냥하게 물어 왔다. 학부형인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 의논 좀 드리려고 왔다고 말을 하니까 그럼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하던 일이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며 방안을 살펴보니 다른 한 구석에 다른 학부형이 열심히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만들 공작재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알게 된 일인데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여러 가지 손이 많이 가니까 자원하는 학부형들을 반에 들어오게 해서 도우미의 자격으로 일 주일에 몇 시간이고 선생님을 도와주게 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과 한판 벌인다는 자체가 조금 마음에 주저함이 있었던 지라 즉석에서 꾀를 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 반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펴보고 그 후에 얼마든지 선생님하고 얘기를 하기로.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애들이 다 졸업하도록 한 도우미생활의 시작이였다. 나와 아내 둘이서 각각 4년씩.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이것이 우리 부부와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축복의 통로가 되었다. 우선 선생님에 대한 소요가 자동으로 풀렸고 학교를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을 도우면서 학생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막내가 졸업할 때는 조회시간에 우리 부부를 특별히 불러서 그동안의 봉사에 감사한다고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꽃다발도 받았을 정도였다.
학생들도 하나 하나가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은 아이들이 자라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쭉 그들의 마음에 남아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는 아이들과 학교 행사에 갔는데 우리 막내가 “아빠, 제가 그 아이야!”라고 해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옛날 초등학교 때 아빠한테 뇌물을 준 아이라는 것이다. 얘기인 즉 반에서 좀 진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한구석에 모아놓고 같이 책을 읽히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나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보니까 아주 고급 펜슬이었다.
그 아이는 우리 딸아이를 은밀히 사모하고 있었고 그래서 아빠인 나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이었다. 하도 엉뚱한 일이라 아내에게도 얘기를 해주었는데 우리 애들까지도 어떻게 알았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서로 만나면 그 때 일을 생각하며 서로 겸연쩍은 미소로 인사를 나누어 왔다고 한다.
또 이것을 계기로 토랜스 전 지역의 열성있는 부모님들을 알게 되어 서로 돕다가 토랜스 학군 한인학부모회장직까지 3년을 역임하게까지 되었다. 그 학부모회는 학부모들에게 나가는 소식지를 한국말로 번역해 한국 부모들을 돕고 있으며 학교 선생님들을 격려하는 일도 많이 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모은 부모들의 정성을 매년 학부모회 이름으로 학군, 혹 장학 기관측에 전달해주기도 한다.
학부모들을 위해서는 일년에 몇번씩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 세미나도 열어서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있으며 몇년전 학군이 낡은 시설을 고치기 위해 주동의안 R 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전에는 표가 모자라 부결되었던 것을 온 학부모회의 회원들이 나머지 주민들과 연합전선을 펴서 함께 전화걸기 캠페인에 동참, 결국 1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얻어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본인과 같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이 도우미생활을 시작으로 해서 이런 보람된 일까지도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축복은 부모가 이런 일들로 학교 일에 관여할 때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학생회에서도 열심히 솔선수범을 했고 또 따라서 여러 가지 직분을 맡아 작은 일, 큰일로 열심히 봉사했던 것이다. 며칠전 오픈하우스 때 학교를 가보니 학생회 대회의실의 벽에 역대의 학생회 사진과 상패가 걸려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이 제법 여기저기 꽤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대견해 한 적이 있었다.
이건 팔불출의 하나지만 독자들을 위해서 하면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한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 대해 해준 말이다.
수십년의 교직생활 중에 당신 딸만큼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딸만큼 마음씨가 고운 아이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 할 일도 잘하고 또 남도 잘 도와주는 아이는 처음이였습니다 라고. 이런 분들이 대학교 입학 추천서에 어떤 말들을 써 주었을지 상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부부에게 이런 좋은 경험을 안겨 주었던 이 길은 그날 찾아간 초등학교 교실 문에서 시작되었고 이 문은 오늘도 아직 열려 있으며 열성있는 부모님의 내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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