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세요. 그리고 새로워진 당신(모습)을 즐기세요”
아침마다 이메일을 열면 밤사이 메일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있다. 개인적 소식을 전하는 진짜 편지는 몇 안되고 대부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스팸메일들인데, 그 도도한 스팸의 홍수 속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새로워진 당신(the new you)’-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보니 짐작했던 대로 미용에 관한 광고였다.
눈가의 잔주름, 쳐진 볼 살, 늘어져 눈을 덮는 눈꺼풀, 불룩한 뱃살 … 외모에 나타나는 노화현상은 기본적으로 근육의 탄력과 지구의 중력 사이의 싸움이다. 중력의 법칙에 아랑곳하지 않고 탱탱하던 근육이 어느 순간 힘에 밀리면서 아래로아래로 쳐지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나이든 외모이다.
얼마나 아래로아래로 중력에 끌리는 지는 시인 마야 안젤루가 위트 있게 표현했었다. 몇년 전 그의 70살 생일을 맞아 오프라 윈프리가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나이 드는 게 어떠냐는 오프라의 질문에 노 시인은 장난스럽게 “재미있다”고 했다. 몸에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진다며 자신의 젖가슴을 예로 들었다.
“어느 쪽이 먼저 허리에 닿을까 (양쪽 가슴이) 경주를 하는 것 같아요”
노화를 웃음으로 포용하는 당당한 영혼들이 있고, 적당히 탄력 빠진 외모가 젊음과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나이 든 외모는 근심이다. 연륜의 중후한 흔적들이 주는 우울함, 그리고 이를 싹 지워내 싱싱해지고 싶은 욕망,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성형의 유혹이다.
“참, 먼 길을 왔네요(You’ve come a long way, baby)”라는 담배 광고가 있었다. 필립 모리스가 1968년 젊은 전문직 여성들을 타깃으로 버지니아 슬림을 내놓으면서 내건 슬로건이었다. 여권운동의 오랜 가시밭길을 시사하면서 흡연을 여성이 쟁취한 권리이자 자유의 상징인 듯 홍보하는 전략이었다.
요즘 보면 흡연 못지 않게 ‘먼 길’을 온 것이 성형인 것 같다. 20년 전 셰어가 전신 성형으로 미모를 유지한다는 류의 가십기사가 나돌 때만 해도 성형은 연예인들이나 극소수 머리 빈 여자들의 ‘허영’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동네 아줌마부터 이웃집 아저씨까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미용을 위해 몸에 칼을 댄다는 부정적 시각은 확실히 사라졌고,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첨단 기술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톡스나 콜라젠 주사, 박피술, 모발 이식, 눈썹 문신 등 현대 미용술 중의 하나로 성형수술도 편안히 들어앉아 있다.
이렇게 외모를 고쳐 ‘새로운 당신’이 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지난 여름 한국에서 눈과 입 주위 주름 수술을 받고 온 주부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활력’이라고 했다.
“전에는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했는데 주름을 없애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어요. 날아갈 듯 마음에 생동감이 생겨서 이제는 남들에게도 (성형을) 권하고 싶어요”
외모가 심리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이다. 잘 생긴 외모가 그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은 물론 실생활에서 후광 효과를 발휘해 취직에도, 결혼에도, 승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돼 왔다.
그렇다고 너무 ‘새로워지면’ 그것도 문제이다. 지나친 성형수술을 비꼬는 조크가 있다.
베벌리 힐스에 사는 한 여성이 어느날 심장 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서 신에게 ‘내가 이제 죽느냐’고 물었더니 신은 ‘아직 30~40년은 더 살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여성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콜라젠 주사부터 유방 확대, 지방 흡입 등 각종 성형 수술을 다 받았다. 앞으로 살날이 많으니 이왕이면 새로운 모습으로 멋지게 살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그 여성이 퇴원하는 날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신 앞에 선 그가 항의를 했다.
“30~40년 더 산다고 했잖아요?”
신의 대답 - “아이구, 미안해라. 너를 못 알아봤구나”
잘 쓰면 약,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은 성형도 마찬가지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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