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교수)
긴 여름방학이 지나고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으로 다시 학교에 가는 학생 수가 2006년 가을학기에는 무려 5,500만명이 되는 미국이다.학부모들은 새 학기의 시작으로 시원섭섭한 느낌을 갖는 시절이다. 방학동안 집에서 불규칙적인 일상생활과 더러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놀기만 하던 자녀들이 공부를 시작하였으니 홀가분한 느낌을 경험한다. 반면에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아들과 딸이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기숙사에 입주하는 경우에는 뭔지 모르게 집안이 텅 빈 실정으로 몰래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도
목격한다.
특히 아들을 보내면서 어머니는 가르쳐주는 것이 많다. 그 중에는 세탁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흰 옷과 색깔로 된 것은 따로 세탁을 해야된다는 지시이다. 얼마 후 어머니는 토요일 아침에 아들에게 전화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문의하였다. 그동안 쌓인 빨래를 한다는 답이었다. 궁금해서 다시 점심 때 전화를 하였더니 아직도 세탁을 한다는 것이다. 무슨 빨래를 그토록 오래 하느냐고 물었다. “색깔로 된 옷은 따로 빨아야 된다기에 흰 것을 먼저 빨고, 노란 옷에 이어 파란 것, 그리고 지금은 빨간옷을 따로 세탁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하는 것이 아들의 대답이었다고.
출생하여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지만 이민와서 이 나라의 생활양식과 함께 학교 제도에 적응한다. 미국학생들 보다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경기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과외활동에도 참여하여야 된다. 이것은 대학에 진학할 경우 좋은 추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민 1세들은 온갖 고초와 개척자적인 정신으로 쉴 시간도 희생하면서 자녀 교육에 전력을 다하였었다. 2세들은 비교적 평안한 환경에서 별 고생 없이 자랐고, 부모들의 수고로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상태이다. 특히 새학기의 시작과 함께 요즈음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여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용품을 비롯한 모든 ‘장비’가 무려 542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작년에 비해서 12%가 증가된 비용이다. 연말의 성탄절 지출에 이어 두번째로 상가에서는 매상고가 크다는 미국 소매상협회의 발표이다.
금년은 컴퓨터의 발매 이후 제 25년째가 되지만 대학에 가는 자녀들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종 전자제품이다. 휴대용 컴퓨터와 프린터는 물론, 휴대폰, 온갖 음악용품과 CD, DVD, 평면 텔레비전 등 학부모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사주는 것이 무려 366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차까지 첨가된다. 이것 뿐이랴. 학용품과 교과서의 비용도 만만찮다. 책 한권에 100달러가 넘는다. 온갖 유행을 따르는 의복, 신발, 운동기구도 있어야 된다.동시에 대학생들은 어쩐지 괴상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대학에 지불하는 공납금으로 2~3만달러를 주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런데 ‘과자’ 사먹으라고 20달러를 주면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 뿐이다.
경제학자들은 교육이 인간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보고, 그 비용을 ‘투자’라고 분류한다. 본인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도 보람있는 비용이다. 미국에서 성공하자면 소수민족에게는 특별한 노력과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각오가 절실하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게으름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21세기의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다. 공부는 평생을 두고 하는 과업이다. 기계는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감가상각(Depreciation)이 되지만 우리의 지식은 사용할수록 뇌의 기능이 향상된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후대에게도 가르쳐주며,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따라서 학생이라는 위치를 더욱 절실히 인식하고 부모와 친척들이 기대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사회에 봉사하고, 나아가서는 탁월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겠다.
“나는 공부하기 위해서 살며 살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베이컨(Francis Bacon)이 강조하였다. 따라서 코리안이라는 긍지를 잊지 말고 새로운 각오로 꾸준히 전진하는 새학기의 학생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 비록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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