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맛있는 밥
김 민 아
‘밀알의 밤’이 점점 다가온다. 불안한 맘도 아닌 것이, 긴장한 맘도 아닌 것이, 두려운 맘도 아닌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계속 가슴에 한아름이다.
‘밀알의 밤’을 일주일 남겨두고 승욱이의 영상이 다 완성되었다고 미진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행사 당일에 보려고 했던 영상을 난 한번 보겠다고 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그 영상 속에 나오는 아이가 과연 승욱이 인지… 마치 남의 아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양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으로 보았다. 이젠 더 이상 ‘밀알의 밤’을 위해 준비할 것은 없다. 그저 기도뿐…
그동안 기독교방송과, 복음방송, 라디오 코리아 그리고 신문까지 많은 곳에 인터뷰와 광고를 다 마친 상태이다.
며칠 후면 이젠 ‘밀알의 밤‘에 아버지와 우리 가족을 초대할 수 있겠지… 밀알의 밤을 5일 앞둔 저녁시간 어머니는 성가대 연습을 가시고 요즘 계속 입맛이 없으신 아버지는 나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집 가까운 곳 한식당에 아버지와 내가 마주 앉았다. 아버진 요즘 통 음식을 못 드신다. 그리고 옆구리에 통증이 계속된다며 내일 모레 병원 가서 한번 검사를 다시 해달라고 해야겠다고 했다. 지난번 항암제 맞으시고 검사를 하니 암이 많이 줄었다고 너무 기뻐하셨는데 갑자기 왜 통증이 시작이 되는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해물 돌솥밥을 시켜드렸다. 아버진 “밀알의 밤은 다 준비됐나? 비데오는 다 찍윽나?” 라고 물으신다. “네, 다 준비됐어요. 이번 주 토요일에 가기만 하면 돼요.” 아버진 “그래, 참 수고 많았데이. 잘해라 알았제” “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나요. 전 하는 거 하나도 없어요” “민아야, 오늘 밥이 참 맛이데이. 오래~ 간만에 맛있게 묵네. 욱이랑 혁이도 빨리 묵이라 어이?”
맛있게 드시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보며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외식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승욱이 때문에 외식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다. 가족의 특별한 외식 날이면 언제나 엄마와 교대로 식사를 하던지 아버지와 교대로 식사를 했었다. 마침 오늘은 승욱이가 유모차에서 깊이 잠이 들어 있어서 아버지와 편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식사 중간에도 옆구리가 아프신지 계속해서 만지작거리신다.
건강하실 때 맛있는 것을 많이 사드릴 것을… 너무 죄송스런 마음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아버진 애 잘 때 한 숟갈이라도 더 먹으라고 성화시다. 언제나 그렇게 자식을 더 먹이시지 못해 안달이다. 아버진 하나도 남김없이 식사를 다 마치시고 제일 맛있는 밥을 드셨다고 흡족해 하셨다.
다음 다음날, 나와 제일 맛있는 밥을 드시고 병원에 가신 후 아버진 바로 입원을 하셨다. 못된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된 것이다. 저녁에 퇴근 후 병원으로 아버질 찾아갔다. “아빠… 내일모레 승욱이 밀알의 밤인데 아빠 꼭 가셔야 하는데 어쩌지?” 난 마치 어린애 투정이라도 부리듯이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아버진 “걱정 말그라. 아부지 꼭 일어나 갈끼다. 몇 가지 검사를 오늘밤에 한다고 하니까 내가 의사한테 잘 얘기해서 아부지 꼭 갈끼다. 걱정 말그라…”
늦은 저녁시간, 병실 아버지 옆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뜬금 없이 “민아야 있제, 그거 참 맛있었데이” “그거요?” “응, 너랑 엊그제 묵은 거 안 있나, 아부지 너무 맛있게 묵윽데이. 나중에 퇴원하믄 또 함 묵자 으이?” “백 그릇, 아니 천 그릇, 아니 만 그릇 사 드릴께요. 빨리 저번처럼 벌떡 일어나세요. 알았죠?” “근데 사람들이 그라는데 암은 전이가 되믄 힘들다 카드라. 그래도 걱정 말그라. 욱이 밀알의 밤은 꼭 갈끼다.”
아이들 때문에 돌아와야 하는 난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혼자 밤을 보내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해 드리고 병원 문을 나섰다. 집으로 오는 내내 왜 그리도 뜨거운 눈물이 나는지 얼굴이 데일 것 같은 눈물. 아버지…
‘위로하여라 네가 아플 때 내가 너를 위로했듯이
눈물 닦아주어라 네가 아플 때 네가 네 눈물 닦아줬듯이
사랑은 나로 말미암은 은총 사랑은 나로 말미암은 선물
사랑은 나로 말미암는 긍휼 사랑하라 사랑하라’
차에서 박종호씨의 ‘위로하여라’를 계속해서 들으며 울고, 울고, 울고…
‘하나님, 아버지 아프게 하지 마세요. 그 아픔을 차라리 저에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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