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만 공격 당시 일본군 최초 요격 승선함 한인 생존자
▶ 한인 2세 이요한 옹
한인으로는 만나보기 힘들게 미군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진주만 공격 때 일본군에게 최초로 공격 받은 미 함정에 타고 있었던 역사의 주인공 이요한(영어 잔 리, 84세)옹을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만나 보았다.
세계 2차대전 진주만 피습의 역사 현장을 지켰던 이옹은 어린시절 우남 이승만 박사와도 인연을 맺는 등 미국과 한국의 크고 작은 역사의 한 장을 지켜온 증인으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요한 옹은 1921년 빅 아일랜드에서 사탕수수농장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7세 때 부모님을 여의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기자의 질문을 차단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탕수수 농장 이민자 2세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음을 짐작케 한다.
10대 청소년 시절에는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기숙사에 3년 정도 기거하며 이승만 박사와 프란체스카 여사와도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1939년 이 옹은 18세의 나이에 미 코스트 가드(USCG)에 입대한다. 그 후 USCG 타이거함의 요리사로 근무하던 중 1941년 12월7일 오전 카우아이에서 돌아와 와이아나에 근처에서 정박 중일 때 이 옹은 소형잠수정 2척이 진주만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상사에 보고했다. 이어 타이거함이 잠수정을 쫓아 진주만 외곽에 도착했을 때 이 옹은 배 후미에서 검은 일본군 전투기들이 진주만으로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옹은 당시를 회상하며 “옆에 있던 동료가 일본 전투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며 “그 때까지만 해도 훈련으로만 생각했지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전투기 조종사가 동료가 손 흔드는 것을 보고 진주만에 다다르기 전에 우리 배를 먼저 공격한 것 같다”며 “다행히 일본군 전투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고 거리가 가까워 폭탄이 배에 맞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주만 외곽에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멀리서 바라보며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동료들의 죽음에 애통해 했다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전한다.
그 후 이 옹은 USS 하우즈 수송함에서 근무하며 괌, 뉴우기니, 오키나와 등 남태평양과 본토에서 군인과 물자를 나르는 일을 하다 1946년 코스트 가드에서 제대했다.
이 옹은 자신이 걸어 온 삶에 대해 자신있게 “운이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코스트 가드에 입대할 당시 미국 경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자들이 많아 코스트 가드와 같은 직업은 상당히 인기가 높았으나 운이 좋아 입대할 수 있었던 일과 진주만 공격 때도 다행히 첫 조준 목표는 되었지만 진주만 외곽지역에 있어 본격적인 일본 전투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을 손꼽으며 자신의 강한 ‘운발’에 대해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옹은 3대가 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손자는 메모리얼데이 포스터 콘테스트 9-12학년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제이슨 리(본보 5월18일자 참조)군으로 제이슨은 기자와 인터뷰 당시 “할아버지의 전쟁 무용담이 저의 작품구상의 밑거름이 되었고 할아버지는 남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다”고 말했었다. 실제로 이 옹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츠나미 피해와 뉴올리언스 카트리나 피해 성금으로 미 적십자, 구세군외에도 며느리가 출석하는 하와이 한인중앙교회등을 통해 총 4만3,000달러를 기부했다.
주일마다 카파훌루 바이블 교회를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 옹은 전쟁을 겪지 않은 손자와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 전쟁의 잔혹성에 대해 강조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 옹은 “10대들은 죽음이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쟁터는 너무나 다른 곳”이라며 진주만 전쟁 당시를 회고하며 사지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공감할 수 있을듯한 잠시동안의 ‘숨죽임’에 기자는 순간 숙연해졌다.
80평생 처음으로 임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라며 조금은 어색해 하는 이옹은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친 이름없는 장병들과 그 가족들의 눈물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기자에게 정중하게 당부했다.
<주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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