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고 있는 김정수, 용해씨 부부. 아침을 가장 많이,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을 가장 적게 먹는 식습관을 14년째 지켜오고 있다.
김용해씨가 메밀국수 샐러드를 담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건강과 근력을 자랑하는 김정수·용해 부부가 14년째 매일 지켜온 식생활이다.
아침을 가장 푸짐하게, 점심은 소박하게, 저녁은 아주 간단히 먹는 한편 반드시 하루 8컵의 물을 마시고 중간중간 맨손체조를 하여 몸을 풀어준다. 걸을 때는 힘차게 두 손을 휘두르거나 돌리며 걷고, 운전 중에도 신호에 걸리면 짝짝 박수를 치고, 손바닥을 비비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혈액순환을 돕기 위한 보충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또 한가지 비결이 있다면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기도하는 생활.
그 결과 도무지 병원에 갈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껴온 안경을 벗었으며 지금도 돋보기 없이 깨알같은 신문글자를 읽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을 기사에 써도 좋은건지 정말 모르겠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계속 자랑하니까 슬쩍 말하자면 78세의 남편, 67세의 아내가 한달에 꼭 두 번씩 부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2년전 푸드 섹션에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던 건강박사 김정수씨를 샌호제 자택으로 찾아가 만났다.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이 그대로 건강서적이다.
콩죽 감자 고구마 바나나 1개에 옥수수 반쪽‘푸짐한 아침’
현미밥·채식‘소박한 점심’, 베이글과 샐러드‘초간편 저녁’
김정수씨의 집에는 냉장고가 7개 있다. 보통 냉장고 3개, 김치냉장고 3개, 그리고 냉동고 1개다.
노인 내외만 사는 집에 냉장고가 7개나 있는 이유, 두사람이 거느린 식솔이 수십명이 넘기 때문이다.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두 군데 세탁소의 직원들을 포함, 딸네, 아들네, 툭하면 김치 한병씩 들고 가는 친지들까지 합치면 김씨 내외가 먹여살리는 식솔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김치는 3개의 김치냉장고가 항상 꽉꽉 차 있도록 수시로 담그는데 한번에 보통 배추 8박스(100포기쯤)를 담근다니 매번 김장인 셈이다.
작년 가을엔 감 축제를 한마당 벌였다. 오가는 길에 감나무 무성한 집이 있는데 미국인 집주인이 감 익을 때가 되면 김씨에게 따가라고 전화를 하는 것이 몇 년째다. 지난해 직원들을 데려가 수십박스 날라온 것이 무려 1만2,000여개. 그 중 5,000개로 감식초를 만들고, 1,200개는 꽁꽁 얼려 ‘홍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1,000개로 곶감을 만들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동네이웃, 가족친지, 세탁소 고객, 교회 사람들에게 박스 채로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말이 쉽지 그렇게 많은 감으로 식초를 만들고 홍시를 만들고 곶감을 만든다는 일은 몇 달의 노동과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다. 3,650 스케어피트나 되는 드넓은 이층집의 거실과 패밀리룸은 두달동안 감으로 뒤덮여 있어야 했고 가끔 들르는 가족들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을 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올 때마다 홍시 아이스크림 하나 더 안주나 싶어 고개를 기웃거리곤 한단다.
먹거리 인심이 이렇게 좋으니 세탁소 직원들은 한번 들어오면 나가질 않아 모두 20년째 장기근속자요, 진짜 ‘식구’(食口)가 되어 살고 있다.
직원·고객까지 찾아와 함께 식사
금연강의 등 20년째‘건강 전도사’
김씨가 직접 지은 세탁소 건물 안에는 식당시설이 완비돼있어 아침, 점심 두끼를 완전 건강식으로 먹여 주는데다, 김치며 감식초며 직접 담근 무공해 먹거리들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어떤 바보가 그런 직장을 그만두겠는가. 김씨 부부는 브라질에서 15년간 살며 옷 장사를 한 적도 있는데 그때는 60명 직원의 점심을 매일 해먹였다고 한다.
직원들뿐이면 말도 안 한다. 아침에 들르는 미국인 고객들이 냄새 맡고 들어와 함께 식사하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2~3개월씩 먹고 가는 사람은 부지기수고 어떤 사람은 8개월을 매일같이 찾아왔으며 한 교수 부부는 2년째 함께 콩죽을 먹고 있단다.
사업체가 이 정도니 집은 말해 뭐하랴. 연중 손님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노부부만 살기엔 덩그러니 큰집이지만 도무지 썰렁해질 틈이 없다. 암 환자, 건강 나쁜 사람들이 찾아와 며칠씩 묵으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배워가고, 목회자들이 단체로 합숙훈련을 받고 가기도 한다. 김씨 부부에게 배운 식생활로 각종 성인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세상이 스트레스 투성이지요. 현대병의 60%는 스트레스에서 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피할 수는 없고 이겨야하는데 그러려면 생활습관과 생각을 바꿔야해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몸을 지배하는 것이 마음이니까 마음을 깨끗이 먹고 스트레스를 물리치며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관련 서적과 정보를 늘 업데이트하는 김정수씨에 따르면 자폐아가 10년새 5배로 늘어 200명중 1명 꼴로 자폐를 앓고 있으며 요즘 젊은이들의 불임률은 15%에 이른다. 그리고 이런 장애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 이유는 스트레스(60%)와 공해(40%)라는 것이다. 공해는 오염된 공기, 땅, 물, 음식, 그리고 전자파를 말한다. 전화, TV, 컴퓨터, X레이, 지하철, 비행기 등이 모두 우리 몸에 해로운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본인이 이겨야할 몫이지만 나머지 40%의 공해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피가 깨끗하고,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사는 것, 이것이 몸을 지탱하는 네 기둥입니다. 이것만 지키면 웬만한 병 없이 살지요.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입니다. 물은 체내의 독소를 제거해주어 피를 맑게 해주거든요. 물 많이 마시는 것 절대 잊지 마세요.”
건강에 관한 것이라면 20년째 매일 공부하고 있는 김정수씨는 18년전 안식교회에서 실시하는 5일 금연학교에서 건강에 대해 공부한 후 한국의 고등학교와 군부대,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무료 금연강의를 펼쳐왔다. 14년전 아내가 임파선암 3기로 판명돼 죽었다 살아난 이후 철저하게 건강한 식사와 생활습관을 지켜온 김씨는 남들에게도 이 건강법을 널리널리 나누고 전파하는 것을 역사적 사명으로 알고 있다. 3남2녀 모두 건강하게 키워 출가시켰으며, 건강한 손자손녀가 10명이다.
김정수씨네 뒤뜰에는 파릇파릇 채소 모종들이 가득하다. 오이, 깻잎, 토마토, 고추, 상추, 부추, 쑥갓, 베이즐 같은 것을 모두 무공해로 재배해 먹는다.
냉동고에 가득한 홍시 아이스크림들. 아래는 삶아서 얼려둔 옥수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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