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본 승욱이
2005년 9월24~25일 ‘밀알의 밤‘ 행사를 위해 승욱이와 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니 준비라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낫겠다. 과연 무대 위에 올라가서 승욱이와 내가 무엇을 할까…
그런 와중에 밀알선교회의 원총무님이 소개해줄 분이 있다고 밀알 사무실에 다녀가라고 한다. 승욱이는 말을 할 수도 무엇을 보여줄 수도 없기에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그 영상을 찍어줄 분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곳에서 난 ‘박미진’이란 분을 만나게되고 그분으로 인해 승욱이의 영상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승욱이의 일상 모든 것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밀알 토요교실에서… 승욱이가 가는 모든 곳을 찍어야하는 것이다. 선한 웃음의 미진씨를 또 승욱이를 통해 귀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
너무 바쁜 그녀가 언제나 승욱이를 따라 다닐 수 없는 관계로 집에서의 일상적인 것은 내가 직접 찍기로 했다. 기계조작에 너무 둔한 내가 꽤 값나가는 비디오 카메라를 하나 받아들었다. 간단한 조작법을 배우고 틈틈히 승욱이를 찍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게 찍기 위해 손목에 힘을 꽉 주고 스탠바이 상태에서 ‘On’을 켤라치면 여지없이 나의 팔을 잡아끄는 승욱이 때문에 제대로 찍지를 못하고 있다. 영화촬영 하듯 멋지게 한번 찍으려 시시탐탐 기회를 엿보건만 우리의 아들 ‘이승욱’ 어린이 카메라가 돌아가면 귀신같이 알고 몸을 날려 나에게 달라붙는 바람에 좋은 장면을 계속해서 놓치고 있다.
집에서는 언제나 내 몸의 일부분처럼 달라붙어 있는 승욱이를 찍기는 너무 힘든 상황이다. 최소한 비디오를 찍으려면 2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찍어야하는데 조금 떨어져서 비디오를 찍으려면 울거나 아님 몸을 날려 나에게 자석처럼 붙으니 찍긴 찍어도 승욱이 머리통만 찍거나 아니면 내 몸의 일부분이 거의 등장을 하는 바람에 좋은 장면을 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어… 이거 보기보다 무지 어렵군… 몇날 몇일을 카메라를 들고 낑낑거리고 씨름 아닌 씨름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미진씨는 승욱이를 따라다니면서 장면 장면을 너무 잘 찍고 있다. 역시 전문가가 틀리군… 내가 집에서 죽어라 찍은 자료는 거의 쓸 수가 없다고 했다. 너무 흔들려 찍거나, 뒤집어 찍거나, 내 몸이 너무 심하게 등장해서… 쩝,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군…
두달간의 영상작업이 거의 끝이 나고 있다. 거의 편집만 남겨진 상태이다. LA부터 교통체중이 엄청 심한 이 다이아몬드바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고 수고한 미진씨에게 너무 고맙고 수고가 많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미진씨는 되려 나에게 더 고맙다고 한다. 엥? 되려 더 고맙다구요? 사실 미진씨 남동생은 장애인이다. 고등학교때 심장수술을 받다가 문제가 생겨 장애인이 되었다.
영상공부를 하는 미진씨 소원이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본인 역시도 장애인 가족이기에 장애인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언젠간 한번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승욱이를 만나게 되었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승욱이로 인해 너무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미진씨가 얘기 해주었다. 여러번 눈물을 꾸욱 참고 렌즈를 들여다봐야 했다고… 귀한 영상 찍게 해주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평생 잊지 못할거라고… 애기 같은 승욱이가 학교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너무 꿋꿋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 승욱이의 몸짓 하나 하나에 웃고, 울고, 감동 받고…
60분 짜리 테이프를 12개를 찍어서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편집하는 과정에도 일초 일초의 승욱이의 표정을 편집하면서 같은 장면을 100번을 넘게 봐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서 가슴이 너무 벅찼다고 했다. 마음이 이쁜 미진씨니까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도 그 영상을 볼 때마다 과연 저기 영상 속에 나오는 아이가 내 아이인가 싶을 때가 많다. 100번을 넘게 보아도 언제나 다른 감동인 그 영상…
그렇게 미진씨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찍은 승욱이의 영상이 오늘까지도 나와 미진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잔잔케 하고 있다. 미진씨 감사해요.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영상 만들어주어서. 승욱이 영상 볼 때마다 미진씨 생각 많이 하게 되요. 참 귀한 달란트를 가지고 있는 미진씨 하나님의 귀한 딸로 사역하시길 언제나 기도할께요.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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