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유방암 투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캐더린 한씨가 유방암 투병 여성들을 위한 서포트 그룹을 시작한다. 그동안 서포트 그룹에서 얻은 지식과 고마움을 한인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게 그이의 작은 바람이다.
“투병지식 알리고 배워야죠”
마흔살때 2기 판정 왼쪽 가슴 모두 절개
쉬쉬하면 더 큰 고통 25일 타운서 첫 모임
캐더린 안(43)씨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나이보다 10년 이상은 어려 보이는 고운 외모에 놀라고 두 번째는 유방암에 걸려 그 지독하다는 키모 테라피를 통한 3년간의 투병생활을 했다는 흔적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놀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암투병 환자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그 씩씩한 유머감각에 있다. 아마 그래서 가능했을 게다. 그 역시 앞으로 3년 정도 더 투병기간을 거쳐야 하는 고단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방암 투병 환자들을 위한 ‘서포트그룹’(suport group)을 만들 생각을 한 것도. “미국사회에선 병원단위로, 커뮤니티 별로 유방암 투병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포트 그룹이 있습니다. 많은 한인 여성들은 유방암 통보를 받는 즉시 쉬쉬하면서 외부에 알리지 않기 때문인지 한인들을 위한 서포트 그룹도 없을 뿐 더러 유방암 투병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19세때 도미, UCLA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부터 UCLA에서 한국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워낙 약골인지라 크고 작은 병이란 달고 산게 십 수년이라 유방암 선고라는 말에도 별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마흔살 생일 기념으로 떠난 유럽여행 길에서 자가진단으로 이미 직감했죠. 전 오히려 무덤덤했는데 아들과 딸, 남편의 충격이 커서 사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가족들 달래고 위로해주는 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UCLA 병원에서 유방암 2기 초 판정을 받은 그는 처음엔 부분 절개술만 했지만 1차 수술 후 다시 암세포가 발견돼 아예 왼쪽 가슴을 모두 절개했다. 그리고도 다시 갑상선을 통한 검사에서도 미세한 암세포 전이가 염려돼 그 독한 키모 테라피를 4차례 걸쳐 받았다. 모두다 그의 나이 마흔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술 후 바로 UCLA에서 운영했던 서포트 그룹에 참가해서 의학적인 궁금증은 물론 정신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죠. 말이 쉬워 유방암이지 24시간 언제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달고 살아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게다가 매일 누워 있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도 지쳐가고, 친구관계도 소원해지고, 일가 친척들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또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몸도 몸이지만 이런 정신적인 고통을 서포트 그룹이 없었다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을 겁니다.”
또 안씨는 전국적으로 이미 유명한 유방암 서포트 그룹 스파크(Spark)의 라크레센타 지회에도 참석해 수다도 떨고 위로도 받고, 의학적 지식도 쌓았다.
“아무리 유방암 권위자에게 치료를 받는다 해도 의사와 대면하는 시간은 5분을 넘기기 어려워요.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겨드랑이 쪽의 임파선이 붓는 것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우나도 가면 안되고 무거운 것도 들면 안돼요. 그런데 이를 모르고 한인 여성들이 아무렇게나 하다 큰 고통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바로 이런 생활 속의 투병 지식을 나누기 위해서라도 서포트 그룹은 꼭 필요한 거죠.”
그가 유방암 수술 후 여전히 투병중인 한인여성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영어를 몰라서 제대로 의학 지식이 없는 것 뿐 아닌 정신적인 고통과 외로움을 혼자만의 것으로 감내하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유방암에 걸리면 지인들에게 서로 소문을 내고 해서 사방에서 도움을 받지만 한인들은 아직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키모후 머리카락이 다 빠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데 한인타운에선 그런 이들을 본적이 없는 거 같아요. 집밖으로 나와야 돼요. 자꾸 움츠러들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지고 대인관계 기피증도 생기고 육체적인 후유증보다 더 큰 심리적 병을 얻게 됩니다.”
왼쪽 가슴 절개 후 성형수술을 통해 오히려 더 풍만한(?) 가슴을 갖게 됐다며 빙긋 웃는 폼새가,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새로 나온 머리카락이 그렇게 자신이 부러워했던 반곱슬이어서 행복하다며 웃는 미소가, 옷을 벗고 보면 스스로 프랑켄슈타인이라 부를 만큼 상체가 온통 수술자국이지만 그 자국들이 자신에게 생명을 준 것이라 오히려 고맙다는 이 여자. 이제는 그 감사와 기쁨을 ‘왜 하필 나일까’를 외치는 유방암 투병중인, 혹은 이제 막 투병을 시작하려는 여성들 혹은 그들의 가족들과 나누고 싶다고 한다. 그 첫번 모임은 25일 오후 2시 LA 한인타운 3460 W.7th St. #901에서 갖는다.
문의: (323)229-2725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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