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린다 링글 주지사
▶ “하와이 최대의 과제는 대체 에너지 생성”
갤런당 3달러를 훌쩍 넘는 개솔린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 미비한 노인복지 정책 등으로 하와이의 오늘을 사는 주민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2006년 주의회 회기가 마감된 지난 4일, 주지사직 재선 고지 점령을 위해 본격 선거전에 뛰어든 린다 링글(Linda Lingle) 주지사가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한인 유권자들을 향해 그가 생각하는 오늘날 하와이가 처한 문제와 해결책,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하와이 출신도, 그렇다고 하와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닌 당신이 4년 전에 공화당 출신 최초, 여성 최초, 그리고 유대인 계통으로도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업고 하와이 주지사 자리에 올랐을 때는 그만큼 하와이 주민들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기 3년 반의 과업 중 가장 만만치 않았던 일이 무엇이었나.
-당선 당시 하와이는 주의 부채가 2억만 달러에 이르렀다. 취임 후 그 빚을 청산하는 것이 힘겨웠다. 덕분에 현재는 6억만 달러 이상 흑자인 상태고, 가장 힘들었던 만큼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80년 마우이 시 의원에 당선되어 5선을 지내고부터 90년 마우이 시장, 2002년 하와이 주지사가 될 때까지, 정치를 빼놓고는 당신의 인생을 논할 수 없을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인을 꿈꾸었는가.
-사실 나는 단 한번도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집안에 정치인이 있는 것도 주변에 친한 정치인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정치는 꿈도 꾸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연히 타인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선생이면 선생, 의사면 의사, 모든 직업이 소임을 다하면 타인을 돕는 결과를 낳지만 정치는 특히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걸 깨닫고부터 정치를 생각했다.
미주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다닌 당신이 이 곳 하와이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 가족 중에 하와이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분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하와이에 오게 됐는데 와서 보니 내 집처럼 편하고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몰로카이로 가서
라는 신문을 창간했다. 신문사에서 하와이 정치 기사를 다루다 보니 문득 내가 정치를 하면 이들보다 더 빠른 시간에 더 큰 발전을 하와이에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지난 3월 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한명숙 총리와 당신은 여성으로서 정치계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정치계에서 여성으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한국 여성 정치계와 교류할 계획은 없는지 알고 싶다.
-사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차별을 당한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다. 보통의 기혼 여성은 육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업무 수행에 제약을 받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 하와이 주민이 여성인 나를 지지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본다. 한명숙 총리를 비롯해 더욱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건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지난 2005년 한국 방문 당시 여러 여성 지도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조만간 필리핀 여성 정치인과의 회견도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의 여성들과의 교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싶다.
이민 100주년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인사회는 이제 시설 보수가 시급한 릴리하의 한인 양로원 재건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주정부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면 주지사로서 지원을 약속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한인 양로원이라면 나도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무척 따뜻한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한인 양로원과 관련된 주당국 차원의 입법안은 넘어온 것이 없다. 내게 최종 결정권이 있기는 하나, 수많은 입법안이 법으로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는 많은 의원들이 통과 당위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인 양로원에 대한 주정부 지원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와 관련된 내용은 결정이 되는대로 통보하겠다.
현재 하와이가 당면한 문제 중 가장 큰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가지가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가장 시급한 것은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고 본다. 현재 하와이는 개솔린 전량을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는데다 고유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와이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해 전력과 자동차 연료 등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주정부는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대체 에너지 개발 방법 모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주지사로서 당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하와이의 모습은 어떤 곳인가.
탄탄한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렵지 않은 곳, 계속되는 기술 발전에도 순수하고 깨끗한 환경을 지켜내는 곳, 아이들이 밝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이런 곳이 주지사로서 내가 만들고 싶은 하와이의 내일이다.
<원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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