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대통령의 특별담화를 듣고
▶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일본학과 교수)
4월 25일에 노무현 대통령이 韓日관계에 관한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이 발표 내용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고이즈미 수상을 비롯해 보수파 정치인들이 ‘한국 국내용’이라고 폄하하고 나섰다.
그러나 나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발표내용에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다. 일본은 러일전쟁 수행과정에서 군사적 필요성을 느껴 독도를 일본에 강제 편입시켰다. 원래 러일전쟁을 수행하는 목적자체가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서였던 일본은 러시아와의 강화조약에서 배상금을 받지 못하자 미국과 공모해 대한제국 보호국화를 강요했다.
이것이 1905년 11월에 맺어진 을사늑약(늑약이란 체결을 강제당한 조약이라는 뜻)이었다.
일본이 서울에 군사력을 집결시켜 한국의 대신들을 위협하면서 체결시킨 을사늑약이 1910년 한일합방의 토대가 되었으므로 1905년의 독도병탄과 을사늑약 강제체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盧대통령의 말뜻을 일본국민들이 이해 못하도록 오도하고 있다.
먼저 일본의 정치인들이 盧대통령의 말을 폄하시키려는 ‘한국 국내용’이라는 발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일본 정치인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 자신의 대외적 행동자체가 거의 ‘일본 국내용’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을 기준으로 외부세계를 판단하게 된다. 일본 정치인들의 대외적 제스처자세가 ‘국내용’이므로 한국의 최고 지도자의 행동을 그렇게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이즈미 수상을 비롯해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대거 참배하는 행위자체가 바로 정치적인 행동이자 ‘일본 국내용’이다.
일본의 많은 역대 수상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익세력들로부터 많은 비판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1985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처음으로 ‘공식참배’한 나카소네 전 수상은 아시아 각국의 반발에 직면하자 다음해부터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지했다. 이에 일본 우익세력들은 ‘배신자 나카소네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거듭해가며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나카소네 전 수상은 아시아와 일본의 장래에 대해 숙고해서 내린 현명한 판단을 그 이후에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비해 고이즈미 수상은 우익세력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아시아 인민의 마음에 고통을 주면서 아시아를 희생양으로 삼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인민의 마음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킨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만으로 충분히 짓밟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일관계를 나쁘게 만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 돌려버리고 야스쿠니 신사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문제 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1998년 10월에 김대중 前 대통령과 <새로운 韓日파트너십>을 선언한 오부치 전 수상이 사망한 후,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는 국제적인 밸런스 감각이 없는 인물들이 일본 경제를 장악하게 되었다.
우익에게 당하기 싫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아시아 인민에게 고통을 주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국수주의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정부는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며 독도문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 영토문제라고 우기고 있다. 그들은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전략적으로 되풀이한다.
그러나 그들도 영토문제 자체가 역사적 사실이고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만큼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아무리 영토문제라고 해도 역사를 완전히 떼어내고 거론할 수는 없다. 일본이 외무성 사이트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그들의 독도영유논리 자체가 역사적 사실을 내세우면서 구성되어 있다는 것만을 보아도 그들의 이중 잣대를 알 수 있다.
다만 외무성 사이트를 비롯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논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역사를 완전히 은폐, 왜곡, 제외시키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메이지 시대에, 일본정부는 17세기말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영토임을 다시 한 번 인정한 적이 있고 그 사실을 공문서로 남겼다. 1877년의 일이다.
그러나 1905년에 일본정부는 그 공문서를 무시하여 독도를 시마네 현에 편입시켰다.
과거의 공문서를 완전히 무시한 결정은 일본내의 법률로도 충분히 무효가 된다. 바로 독도 강제 편입은 일본 정부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일본의 독도연구자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절대 메이지 시대의 독도관련 문서를 깊이 연구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역사적 진실이 문제화되기를 회피하고 있다. 그런 일본정부와 일본의 비양심적 어용학자들이 일본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누군가가 알려 주어야 한다. 이번 盧대통령의 특별담화는 일본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1905년의 <무라야마 담화>나 1998년의 <새로운 한인파트너십> 선언문 속의 사과 말씀에 부합되는 언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한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고 어리석은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 해 나갈 것이다.
<호사카 유지 인적사항>
ㅇ 도쿄대학교 졸업(공학)
ㅇ 고려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 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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