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불에 타죽는 사건, 총으로 자식을 죽이고 자기도 죽는 일들. 이런 가슴 아픈 사건들을 읽고 들으면서 불쌍한 우리 인생들을 또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분노는 언제나 마음속의 깊은 상처로 통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임상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못된 놈, 극악한 놈’ 하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비평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 이 모든 일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랐든지 또 현재 받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이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비평보다는 내가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우리모두가 되기를 바란다.
비평과 재판은 문제 해결이나 방지에 아무 공헌을 하지 못한다. 비평은 다만 나를 아주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비평은 언제나 내 책임을 비켜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판하기를 거부하고 내가 어떻게 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분들을 한 사람이라도 도우면서 살아갈까를 함께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돕는 한인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 마음을 다루고 치유하는 한 전문인으로서 내가 할 수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문제 예방 방법의 첫째로 한인이 많이 모이는 교회나 직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자살이나 타살 할 가능성이 있는 적신호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 전문가들을 초청해 잘 준비된 교육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우울증, 자살, 타살의 위험 신호들이 무엇인지 그 증상들을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교육되어있어야 한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사는 것보다는 죽는게 더 낫지 않을까?” “고만 살아도 돼, 나 볼 것 다 봤다” “너 죽는 것 생각해봤어?” “그거 죽이고 나도 죽으면 될거 아냐?” “너 유서 같은거 써봤어?” “너 이러면 애들도 죽여” 약 모으는 사람, 갑자기 권총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 갑자기 자기 귀한 물건 나눠주고, 사업 나눠주고, 재산/짐 정리, 관계 정리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볼 때 도움을 받아야 된다고 말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과 연결시켜주도록 도와야 한다.
조기 발견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하게된다. 연결하는 동안 기억할 것은 혼자 있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타살할 계획이 있는 사람을 알면 즉시 그 피해를 받을 사람에게 즉시 알려 주어서 피하도록 해야한다. 저소득자들을 위해선 이미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이 준비되어있고(아태상담치료센터, 한인 가정상담소, 오렌지카운티 한인상담소 등등) 공공기관을 원치 않는 분들을 위해선 개인 상담실들이 곳곳에 있다.
둘째, 상담 받는 일을 믿음이 적어서 내지는 신앙심이 약해서 라는 죄의식을 넣는 무지한 일들이 없어져야 한다. 나도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았어도 어렸을 때 받은 깊은 상처가 치유를 받은 후에만 비로소 참 그리스도인처럼 남편에게 대하고, 남을 이해하고, 교회와 사회생활에서 순수한 봉사를 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전엔 내가 하나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은 내 존재의 가치의 인정을 위해서였고, 내 아픔의 위로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강요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서 나를 채우려 하면서도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
우리의 믿음은 왼쪽 뇌와 전두엽의 활동에 인해서 전개되고 우리 마음의 상처는 뇌 전체에 감정 뇌까지 곳곳에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목사도 전도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어느 누구도 사람을 때릴 수 있고, 욕할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신앙이 좋은 사람도 심장병이 있으면 좋은 의사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심장내과의사한테 가고 다리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가? 하물며 우리 몸 기관중 가장 중요한 뇌 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데 전문가를 찾아 치유받는 것은 얼마나 더 중요한가?
분노가 많다든지 우울증이 있다든지 하면 스스로 전문가의 도움을 속히 찾아야 한다. 아무도 나를 위해서 상담을 받아줄 수도 없고 강요해서 끌고 갈 수도 없다.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치유 받을 수 있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부부문제가 있을 때도 속히 전문가를 찾아 해결해서 둘 사이에 분노가 쌓이지 않게 하고 자녀들에게 쌓일 분노를 예방한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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