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스 데이에 아내에게 줄 꽃다발을 미리 주문하기 위해 꽃가게에 들른 앤디 김씨가 꽃다발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밸런타인스 데이를 위해 앤디씨가 고른 꽃은 붉은 장미 꽃다발이었다.
여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말처럼 아름답고, 빛나고, 가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온 맘을 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이 세상 모든 연인에게, 아내에게, 남편에게, 부모님께, 자녀들에게 올해만큼은 초콜릿 대신, 수 백의 장미송이 대신 더 짜릿하고 아름다운 말, 사랑한다는 고백을 건네 보자. 너무 쑥스럽다고?. 좀 쑥스러우면 어떤가. 온 지구상의 연인들이 들떠 마지않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아니었던가. 많은 이들이 밸런타인스 데이가 초컬릿 장사치들에게 놀아나는 것이라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그나마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1년을 지나쳐 가는 이들이라면 초컬릿 장사치가 펴놓은 멍석이라 할지언정 적극 활용해 볼 만하지 않은가. 더욱이 작정하고 깔아놓은 멍석에서 좀 남세스러운 이벤트에 사랑고백 좀 했다고 누가 흉볼 사람도 없다. 어찌됐든 이 날은 사랑한다고,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맘껏, 양껏 소리쳐도 좋은 날이니 말이다.
보통남자 앤디 김씨의 밸런타인스 데이 준비
앤디 김(45)씨에게 밸런타인스 데이는 매년 돌아오는 날이지만 올 때마다 유쾌하고 즐거운 날이다. 매일 마주보고 앉는 얼굴이지만 아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사고, 평소 잘 안가는 식당을 예약해 맛난 저녁 한끼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에 대해 그는 다시 일깨워준다.
“이민 온지 이제 15년쯤 돼 가는데 매년 밸런타인스 데이는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20대처럼 깜짝 이벤트는 아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 있는 날 같습니다”
이민 와 보석상과 자바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6년 전 부동산 에이전트로 전업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우직한 성실성 하나로 탑 에이전트 자리에 올랐고, 2년 전 스카이 리얼티를 차려 독립해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았다.
“모든 비즈니스가 다 그렇겠지만 이민 와 사업하면서 굴곡도 많았고, 부동산 에이전트를 하면서도 귀가시간이 밤 11시를 넘을 만큼 바쁜 생활이었습니다. 아내가 가장 고생이 많았죠. 그러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늘 제게 든든한 조력자가 돼 주었습니다. 저 역시 전형적인 한국 남성이라 평소엔 잘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지만 밸런타인스 데이를 빌어 그런 뜻을 전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화사한 장미 한 다발과, 목걸이를 준비해 패사디나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할 작정이다.
“아내는 제가 해 주는 선물에 늘 행복해 했습니다. 주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아내들이 남편이 해주는 선물에 타박 놓고 차라리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던데 그건 부부 모두에게 손해 같아요. 주는 사람은 다시는 선물 안 하겠다는 생각을 할 테고, 아내 역시 다시는 남편의 정성 담긴 선물을 받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아내 덕분(?)에 그는 밸런타인스 데이 만큼은 꼭 선물을 챙긴다. 지난해는 시계를 선물했고 올해는 목걸이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원래 선물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더욱이 아이들이 커나가니까 이벤트가 더 복잡해지고 화려해졌어요. 밸런타인스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뭘 선물하면 좋은지 코치하고, 식당은 어디 갔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아이디어 회의를 할 정도입니다. 올해는 지금까지도 회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식당과 선물도 아이들이 정해줬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국의 중년이 이렇게 밸런타인을 챙기는 것이 좀 낯간지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국 남자들이 아내에게 선물하고 꽃 주고 하는 것을 쑥스러워 한다는 것도 모두 옛말이죠. 요즘은, 더욱이 미국에선 많은 한인 남성들이 밸런타인스 데이 이벤트를 위해 신경들 쓰니까 이날 술 한 잔하자고 전화 거는 친구는 이제 왕따 당할 걸요(웃음)”그리고 그는 앞으로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생기면 밸런타인스 데이에 근사한 가족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온 가족이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취미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데 이젠 저보다도 아내와 아이들이 더 좋아하죠. 그래서 언젠가는 반드시 온 가족이 바다 속에서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즐기는, 그런 날을 계획 중입니다.”이렇게 멋진 밸런타인스 데이를 꿈꾸는 앤디씨와 그의 가족에겐 1년 365일이 밸런타인스 데이가 아닐까 싶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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