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와 수정과
새해를 맞아 자주 못 뵈었던 집안 어른들까지 한자리에 모인다면 향수에 푹 젖을 만한 전통 음식을 차려내는 센스를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 예로부터 설날에는 떡국이나 만두국을 끓이고 거기에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곁들여 먹는 것이 전통이다. 지방마다 또는 집안마다 설날 준비하는 음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밤, 대추 등의 갖가지 재료를 넣고 만든 갈비찜, 다진 쇠고기를 양념 해 동그랗게 빚어 달걀 물에 부친 쇠고기 완자 전, 포 뜬 흰살 생선으로 만든 생선전, 돼지고기와 야채를 넣은 고소한 녹두전, 차례 상에 올리던 삼색나물, 하얗고 야들야들한 청포묵, 갖가지 재료를 밀전병에 싸먹는 고급 음식 구절판 등 다양하다. 또한 설날이면 푸짐하게 남아도는 가래떡을 활용한 요리도 별미인데, 쇠고기와 떡을 꼬치에 끼워 구워낸 떡산적이나 가늘고 길게 썬 떡과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어 볶은 떡 잡채도 자주 상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후식도 빠지면 섭섭하다. 얼음이 살짝 언 식혜와 수정과는 기본이고 거기에 쫄깃쫄깃 달콤한 약식을 곁들이면 푸짐한 설날이 된다. 풍성한 설 상을 차리기 위한 전통 설음식 레서피를 소개한다.
녹 두 전
▲재료: 녹두 2컵, 다진 돼지고기 150g, 데친 숙주, 삶은 도라지 200씩, 실파 4뿌리, 썬 양파 1/4컵, 불린 고사리 100g, 달걀 1개, 쌀가루 1/2컵, 송송 썬 풋고추와 붉은 고추 각 1개분, 쑥갓, 소금, 후춧가루, 식용유 약간씩, 고기 양념(간장, 다진 파, 마늘 1큰술, 청주, 깨소금 1/2큰술씩, 후춧가루, 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녹두는 씻어 돌을 일어내고 4배 정도의 물을 부은 뒤 하루 저녁 정도 푹 불린다. 불렸던 물에 여러번 씻어 껍질을 없앤 다음 믹서에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곱게 간다. 숙주, 도라지, 고사리, 실파는 송송 썬다. 다진 돼지고기에 잘게 썬 양파와 고기 양념을 넣고 버무리다 썰어둔 야채를 넣는다.
갈아둔 녹두에 쌀가루를 섞고 간을 맞춘 다음 고기와 야채를 반죽에 넣고 고루 섞는다. 프라이팬을 충분히 달군 다음 녹두 반죽을 한 국자씩 떠 부치고 쑥갓 잎을 고명으로 올려 지져낸다.
약 식
▲재료: 찹쌀 10컵, 밤 20개, 대추 30개, 잣 1/4컵, 참기름 1/2컵, 간장 5큰술, 흑설탕 2컵, 대춧물 1/3컵, 설탕 시럽(물 1/2컵, 설탕 3/4컵)
▲만들기: 찹쌀은 씻어 물에 6시간 이상 불린다. 찜통에 젖은 베보자기를 깔고 찐다. 밤은 생것으로 준비해 껍질을 벗겨 2-4등분 한다. 대추는 씨를 발라 일부분을 잘게 썰고 나머지는 돌돌 말아 얇게 저며 대추 고명을 만든다. 발라낸 대추씨는 물을 조금 넣고 은근한 불에서 오래 졸여 되직하게 되면 체에 내려 대춧물을 만든다.
설탕을 냄비에 넣고 불에 녹여 거품이 나고 타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하고 물 1/2컵을 부어 눋지 않도록 주걱으로 저어 가며 끓여 불에서 내린다. 만들어둔 찹쌀밥을 그릇에 쏟아 참기름을 넣고 쌀알마다 기름이 묻도록 잘 섞는다.
여기에 밤, 대추, 잣 등을 넣고 흑설탕, 간장, 대춧물을 넣어 섞은 후 설탕 시럽을 넣고 섞어 빛깔과 맛을 낸다. 행주로 덮어 간이 고루 배게 2시간쯤 둔다. 찜통에 베보자기를 깔고 갖은 재료를 넣고 버무려둔 밥을 퍼 담아 약 1시간 정도 찐다.
찹쌀이 쫀득하게 쪄지면 네모난 그릇에 담고 윗면을 편편하게 해서 서늘한 곳에서 식힌다. 식으면 도마 위에 약식을 엎어 쏟아낸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식 혜
▲재료: 쌀 2컵, 엿기름 가루 2컵, 설탕 2컵, 물 15컵, 잣 조금
▲만들기: 엿기름 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잘박하게 부어 1시간 정도 불린 후 바락바락 주물러 고운 체에 밭쳐 엿기름물을 받는다. 체 위에 남은 찌꺼기는 쌀을 씻듯 으깬다. 첫물을 받은 다음 다시 물을 부어 엿기름물 받기를 2-3번 반복한다. 맑은 물이 나오면 엿기름을 꼭 짜서 체에 걸러진 찌꺼기는 버린다. 손질한 엿기름물을 체에 걸러 1시간 이상 가라앉혀 맑은 윗물만 받고 밑에 남은 찌꺼기는 버린다. 받은 윗물을 미지근하게 데워 보온 밥통에 넣고 삭힌다. 쌀은 3시간 이상 불려 찜통에 베보자기를 깔고 찐다. 도중에 물을 뿌리고 위 아래를 섞어준다. 밥을 밥통에 든 엿기름물에 넣는다. 설탕 1컵을 넣고 녹인 후 뚜껑을 덮어 4-5시간 정도 두었다가 밥알이 떠오르면 손가락으로 비벼 본다.
풀기 없이 으깨지면 잘 삭은 것이다. 삭은 밥알은 조리로 건져 찬물이 담긴 그릇에 넣고 두 번 헹궈 맑은 물에 담가 놓는다. 밥알을 헹군 물은 버리지 않고 모은다. 밥알 식힌 물과 밥알 헹군 물을 한데 넣고 남은 설탕을 넣어 끓인다. 식으면 그릇에 담고 헹궈 둔 밥알과 잣을 띄워 낸다. 이때 밥알은 숟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물을 쪽 빼서 넣어야 잘 뜬다.
수 정 과
▲재료: 생강 50g, 통계피 30g, 흑설탕 1컵, 설탕 1/2컵, 물 10컵, 곶감 12개, 잣 1작은술
▲만들기: 생강은 껍질을 잘 벗겨 얇게 썰고 통계피는 깨끗이 씻어 뚝뚝 부러뜨려 놓는다. 물 5컵에 얇게 썬 생강을 넣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끓여 생강물을 만든다. 국물이 잘 우러나면 체에 밭쳐 국물만 받아둔다. 물 5컵을 냄비에 붓고 통계피를 넣고 끓여 계피 물을 낸 다음 체에 밭쳐 국물을 받는다.
생강물과 계피물을 합쳐 냄비에 담고 설탕을 모두 넣어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끓인다. 곶감은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모양을 예쁘게 만진 다음 수정과 국물에 띄운다. 보통 서늘한 곳에 3시간 이상 두면 곶감이 부드럽고 촉촉해진다. 상에 낼 때 잣을 서너 알 띄운다.
구 절 판
▲재료: 쇠고기(우둔살) 150g, 마른 표고버섯 5개, 석이버섯 10장, 오이 2개, 당근 2개, 숙주 100g, 잣가루 조금, 달걀 3개, 소금 참기름 조금씩, 겨자장, 초간장 3큰술씩, 고기 양념(간장 1 1/2큰술, 설탕 1 1/4큰술,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1큰술씩, 후춧가루 조금) 밀전병(밀가루 1컵, 소금 1작은술, 물 1컵)
▲만들기: 쇠고기는 채 썰어 고기 양념의 2/3를 넣고 밑간했다 볶는다. 표고는 물에 불려 기둥을 떼고 얇게 채 썰어 남은 고기 양념으로 밑간해서 팬에 볶는다. 석이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려 손으로 비벼 안쪽의 지저분한 막을 벗겨 내고 가늘게 채 썬다.
팬을 달궈 기름을 둘러 뜨거워지면 불을 끄고 석이채를 넣어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볶는다.
오이는 4cm 길이로 채 썰어 소금물에 절였다가 찬물에 헹궈 베보자기에 싸서 비틀어 물기를 짠다. 당근도 4cm로 채 썬다. 각가 소금, 참기름, 후춧가루로 간 해 볶는다.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살짝 삶아 건져 채반에 헤쳐 놓고 얼른 식혀 소금과 참기름으로 깔끔하게 무친다. 달걀은 흰자 노른자로 나눠 물과 소금을 조금 넣고 지단을 부쳐 식으면 돌돌 말에 곱게 채썬다.
밀전병에 필요한 재료를 한데 넣고 반죽해 체에 거른다. 팬에 기름을 살짝만 둘러 얇게 밀전병을 부쳐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찍는다.
부치는 도중 반죽에 끈기가 없어지지 않도록 가끔 반죽을 젓는다. 큰 접시에 준비한 재료를 색색으로 돌려 담고 가운데 밀전병을 놓는다. 밀전병 사이사이에 잣가루를 뿌리면 달라붙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맛도 좋다. 겨자장과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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