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해도 되는 다섯가지 핑계
연말연시가 되면 괜스레 바쁘고, 들뜨고,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이런 때일수록 주부들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 시즌에 평상시처럼 매일 밥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별다른 일도 없으면서 그냥 밥을 안 하기는 왠지 미안하고 눈치 보이게 마련. 이런 분들을 위해 ‘연말에 밥 안 해도 좋을 다섯 가지 핑계’를 생각해 내었다. 같은 주부 입장에서 사력을 다해 짜낸 아이디어들이므로 꼭 필요할 때 요긴하게들 사용하시기 바란다.
▲핑계 하나, 밥하기 직전 싸움을 건다.
싸우고도 남편 밥을 해주는 아내는 거의 없다. 부부싸움 거리는 찾으면 찾을수록 많은 법. 옷 벗어 아무 데나 놓는 것에서부터 아이들 문제에 이르기까지 맘만 먹으면 무엇에든 시비를 걸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인데, 퇴근 후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부엌에 들어가기 직전의 그 짧은 시간을 절묘하게 맞춰야지, 너무 빨리 시작해도 이상하고 옷은 다 갈아입었는데 쌀은 안 씻고 머뭇머뭇 기회를 노리다보면 의심을 사게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싸움의 정도. 적당히 붙을 만큼 걸어야지, 잘못해서 집안 역사가 다 나올 정도로 심해지면 오히려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핑계 둘, 아픈 척 한다.
매우 고전에 속하는 이 핑계는 그러나 요즘 같이 몸과 마음이 지치는 시즌, 감기 몸살이 극성을 부리는 계절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것 역시 훌륭한 연기와 증세의 조절이 필요하다. 아파서 밥을 못하겠다고 드러누운 사람이 TV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한다고 튀어나와서 함께 웃고 즐기면 금방 탄로 날게 뻔하다.
증세에 관하여는 일단 몸살인 척하는 것이 현명하다. 감기는 열이나 기침, 콧물을 동반하므로 꾀병이 어렵지만 “온몸이 쑤시고 오슬오슬 춥다”고 하는 몸살 증세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픈 척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오버하면 식구들이 약을 사오거나 병원에 가자고 성화할 수 있다. 그저 “약 먹고 몇 시간 푹 자면 나을 것 같아” 이 정도 한 후 약 대신 슬쩍 비타민 한 알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워 하루 저녁 푹 쉬는 것이다.
▲핑계 셋, 친구가 갑자기 전화로 불러낸다.
연말연시에는 아무래도 친구다 동창이다, 회동이 잦은 점을 이용, 하필 저녁시간에 불러내도록 미리 각본을 짠다. 여기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밥을 시작하기 직전에 전화가 오도록 친구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전화가 울리면 남편이 듣는 곳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읊는다. “어머, 어떡하니, 나 밥해야 돼. 그래 얘, 지금은 못 나갈 거 같애. 어머, 어머, 애들이 다 모였어? 나만 나가면 된다구? 아이, 참~ 어떡하지?” 하면서 아주 곤란한 표정, 그러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담긴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는 것이다.
▲핑계 넷, 쌀이 떨어졌다.
쌀이 다 떨어진 줄 알면서도 장보러 갔을 때 잊어먹은 척 하고 안 사온다. 반찬거리는 좀 떨어졌다 해도 아무거나 해서 먹자고 할 수 있지만, 쌀이 없다는 데에야 밥해 먹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집에 햇반도 없어야 하고, 찹쌀이나 현미 같은 것도 없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쌀이 떨어져 밥을 못 해먹는 일은 좀체 일어나지 않으므로 본인 자신도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밥하기를 건너뛴다. 남자들은 냉장고는 가끔 열어보지만 쌀통에 쌀이 얼마나 남아있는 지는 열어보지 않으므로 아주 가끔씩은 써먹을 수 있는 핑계다.
▲핑계 다섯, 식당 선물권을 이용한다.
평소 맛있게 먹는 식당, 혹은 꼭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 가서 기프트 상품권을 산다. 그리고는 연말 선물로 받았다며 온 가족을 데리고 나가 푸짐하게 사먹는 것이다. 선물권을 발매할 정도의 식당이면 웬만한 수준은 되는 곳이므로 구두쇠 남편을 둔 아내는 꼭 한번 해볼 만한 모험이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남편 입장에서도 자기 아내가 그런 식당의 선물권을 받아올 정도로 밖에서 인정을 받는구나, 하면서 내심 흐뭇해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관리를 남편이 꼼꼼히 하는 집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눈먼돈이나 캐시로 사지 않는 한, 진짜 부부싸움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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