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이면 자주 듣는 복음성가가 있다. 올해는 유난히 그 가사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조용히 음미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할렐루야스런 앞 소절만 빼고 3절까지 옮겨본다. 멜로디와 함께 들으면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인데, 무슨 수를 써도 노래하는 신문을 만들 수 없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기론 봄철에 감사/ 외론 가을날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나의 영혼 평안해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헤쳐 나온 풍랑 감사/ 모든 것 채우시네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측량 못할 은혜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 가시도 감사
따스한 따스한 가정/ 희망 주신 것 감사
기쁨과 슬픔도 감사/ 하늘 평안을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 영원토록 감사해”
평소 얼마나 감사를 모르고 살았으면 이처럼 평범한 노래 가사에 마음이 뜨듯해지는 것일까.
마음 하나 바뀌면 모든 것이 감사해지는데, 그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니 불만이 끊이지 않는가 보다. 생각해보면 행복에 겨운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늘 결핍증 환자처럼 끙끙 앓는다. 내게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내게 없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늘 뭔가가 더 갖고 싶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 더 좋은 백, 더 예쁜 구두, 액세서리, 화장품, 와인…
내 옷장에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옷들이 빽빽하건만, 신발장은 내 구두들로 가득차 남편과 아들 것은 모두 밖에 나와있건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고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결핍증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일기장을 펴놓고 감사한 것을 하나하나 적어볼 것을 권한다. 그러므로 정숙희 기자는 이번 주 주방일기장을 펴놓고 오늘의 나를 구성한 모든 것에 감사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여러분도 주위를 둘러보며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거리를 찾아 적어보시기 바란다.
하늘에 감사, 땅에도 감사, 맑은 공기 뜨거운 태양에 감사, 산과 들과 강과 바다에 감사, 꽃과 나무와 바람과 비에 감사, 곡식과 야채 맛있는 음식에 감사, 부모님께 감사, 형제자매에 감사, 남편에 감사, 남편 주신 시부모님께 감사, 아들에 감사, 좋은 친구 이웃들에 감사, 내 고향 한국 내 삶터 미국, 좋은 교회, 좋은 직장 한국일보에 감사,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들께 감사…
오늘 나는 특별히 하우스메이트들인 남편과 아들에게 감사한다. 지극한 애처가이고 공처가이며 경처가인 남편은 오랜 세월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껴주는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다음의 두가지만 이야기해도 여자들이 부러워서 한숨을 쉬곤 한다.
첫째, 우리집 장보기는 거의 남편의 업무가 돼버렸다. 구입 품목이 모두 자신의 생계와 직접 연관되어서 그렇긴 해도 “도시락 반찬이 마땅찮네” “김치 한 포기밖에 안 남았어” “과일 떨어졌는데”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마켓으로 달려가곤 한다.
둘째, 함께 샤핑을 가면 나보다도 열심히 매장을 둘러보며 옷을 골라주는 사람이다. 심지어 나를 탈의실에 집어넣고는 나에게 어울릴만한 디자인을 사이즈 별로, 색깔 별로 매치해 날라주기 때문에 나는 계속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한바퀴 돌며 패션쇼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은 그렇게 사온 옷이 집에 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거리면 다음날로 곧장 달려가 환불해오는 것도 남편이다.
그런 한편 우리 아들은 또 어떤가. 이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 아빠 말에 단 한번도 토를 달아본 적이 없는 아이다.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고, 이제껏 떼를 써본 일도, 땡깡을 부린 일도 없다.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욕심도 없고 너무 착해서 걱정인 아들, 덩치가 아빠보다 커진 지금도 슬그머니 부엌에 와서 엄마 얼굴에 뽀뽀를 해주는 귀여운 녀석이다.
자랑이 너무 심했나, 아무튼 이 두 사람으로만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지난 주 우리 교회 목사님은 “진정한 부자는 가진 것에 감사하는 자이고,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감사할 줄 모르면 가난한 자”라고 설교하셨다. 나는 진정한 부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부요한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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