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오랜만에 한국을 다녀왔다. 비행기에 오른 뒤 지긋이 눈을 감고 60대 후반의 많은 한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되새겨 봤다. 정말 한국이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두운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봤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차를 타고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 무척 놀랐다. 4년전 LA 행 비행기를 탔을 때 김포공항은 국제선 공항으로서는 마지막 구실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건넌 영종대교는 내게는 큰 감명을 안겨 주었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4,420미터며 주 탑 높이가 107미터나 되는 그야말로 웅장하고 우아한 다리였다.
그런데 남쪽으로 차를 타고 가면서 또 놀란 것은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고속도로들이 많이 생겨난 것이다. 휴게소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있는 화장실이 아주 깨끗한 데 놀랐다. 미국에 있는 휴게소의 화장실들은 시체말로 “저리 가라”였다. 둘러 본 여러 도시들도 저들 고장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민속예술 행사를 펼쳐가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서울에 오자마자 맨 먼저 청계천으로 달려갔다. 졸졸 흐르는 맑은 물과 그 흐르는 물 양쪽으로 오가는 인파. 웃음꽃을 피우면서 분수대에서 솟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젊은이들.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청계천은 태평로 입구에 자리잡은 청계 광장에서부터 비롯되는데 한국의 전통보자기 모양의 광장석 아래 야경이 아름다운 분수대에서 뿜어내는 물줄기와 벽천 폭포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많은 물이 청계천을 이루어 서울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한쪽 벽에는 186미터의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가 대형벽화로 재현되어 있었다. 참으로 평화스런 광경이었다.
옛 육군본부가 있었던 자리엔 옛 건물들이 모두 헐리고 웅장한 전쟁기념관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남쪽엔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이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밖에도 남산골 한옥마을, 국립미술박물관이 서울의 새로운 명물로 태어났다. 이처럼 조국의 강산과 도시와 고을들을 금수강산의 옛 모습을 찾고 새 모습으로 꾸며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비단처럼 부드럽지 못한 것 같다. 왜 그럴까?
한국에 머무는 동안 대학동창들과 한 자리에 모인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국회의원을 지낸 친구가 현 한국의 실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우리 세대에선 통일이 어려우니 다음 세대에서 통일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다져 놓자”라고 했는데 현 정부에선 남북문제를 너무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정구 교수 문제가 그 좋은 예다. 법 이론상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때는 불구속으로 수사할 수 있으나 시체말로 ‘빨갱이는 잡아 가둬야 한다’란 6.25를 체험한 세대의 국민정서를 무시한 정부의 처사가 바로 색깔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당 정권 때부터 오늘의 참여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에 불만이 없었을 때가 있었는가?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깨달아야 될 것 같다. 아무튼 조국의 산천과 도시들이 금수강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의 마음도 비단결 같았던 백의민족의 옛 모습을 하루 빨리 되찾았으면 좋겠다.
윤 아브라함
명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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