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녀들을 교육시키면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적 좋은 교육구를 찾아 이사를 가고, 수천 달러씩 들여가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주말 아침 늦잠 자려는 아이를 등 떠밀어 한국어 학교에 보내며, 아이의 과외활동을 중심 축으로 가족의 여가 시간을 편성하는 이 모든 일들, 한마디로 교육열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걸까.
자녀를 ‘성공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려 태우고 싶은 바람, 그래서 남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훗날 성공을 거머쥔 자녀가 자신을 독려했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헌신적 수고에 감사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인2세 자매 이야기는 ‘교육열 드라마’의 전형적인 해피엔딩이다. 각각 의과대학과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분야에서 활동 중인 수 김(32)· 제인 김(29) 자매는 자신들이 어려서 부모로부터 받았던 교육방식을 토대로 ‘자녀를 1등으로 키우기’란 주제의 책을 펴냈다.
제목은 ‘1등: 아시안 부모가 자녀를 성공시키는 비결 -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Top of the Class: How Asian Parents Raise High Achievers - and How You Can Too). 책은 11월1일부터 시판되기 때문에 아직 세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로 미뤄볼 때 책의 메시지는 자명하다. “우리는 부모의 엄한 교육 덕분에 성공했다. 자녀의 성공을 바란다면 여러분도 우리 부모처럼 하라”이다.
이들 자매가 받은 교육법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전통적인 권위적 교육방법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한권 읽어야 캔디 한 개를 먹을 수 있었고, 매일 학교 숙제 마치고 나면 추가로 부모가 시키는 공부를 몇시간 씩 더 해야 했으며, TV는 1주일에 한시간, 전화 통화는 하루에 15분으로 제한되었다. 학교 끝나고 나면 곧바로 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는 주말에나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10대 때는 소외감과 외로움, 그리고 부모의 높은 기대치로 인한 압박감이 있었지만 지금 성인이 되고 보니 “우리 부모가 옳았다”고 그들은 박수를 보낸다.
미 전국 인구의 4%에 불과한 아시안이 스탠포드 등 사립명문 대학에서 25%, UC 버클리 등에서는 40%가 넘는 것은 바로 자녀의 공부에 온 정력을 기울이며 희생하는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류의 책이나 보도를 접하면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흔들린다. “내가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은 게 아닌가”“아이가 반발하더라도 강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을까” 회의가 들고, “아이를 좀 더 다잡았으면 지금 보다 나아지지 않았을까”후회를 하기도 한다.
자녀의 성공을 보장하는 최선의 교육방식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아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일선 교육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부모가 좀 엄하게 훈육할 필요가 있다 데는 모두 동의한다. 너무 풀어놓는 것보다는 행동반경을 규정하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더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울타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어떻게 둘러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30대의 두 딸을 둔 한 교육가의 말이다. 그 딸들도 이번에 책을 쓴 김씨 자매처럼 의사와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딸들이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기들 같으면 그렇게 엄한 부모 밑에서는 숨막혀 못살았을 거라고 해요. (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둬 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더군요”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본다. 울타리가 튼튼할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가 있는 가 하면 울타리만 보면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큰 아이가 있다.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라도 성공하는 아이가 있고 정반대의 길로 가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기차’에 자녀를 태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하지만 부모가 잡아끄는 대로 따라 가는 아이가 있고, 내버려둬야 스스로 올라타는 아이가 있다. 자녀를 어떻게 그 ‘기차’에 태워야 할지를 알아내는 것이 부모들의 숙제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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