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진’이후 우후죽순… 한국선 ‘트루 릴리전’열풍
크리스탈 박고, 디자인 수놓고 파티용으로도 OK
바야흐로 프리미엄 진 전성시대다. 프리미엄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이 청바지들을 굳이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비싼 청바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싸고 질긴 옷의 대명사인 청바지가 싸게는 200달러에서 1,000달러를 호가하는 ‘명품’ 반열에 등극한지는 최근 1~2년 안팎이다. 1~2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진(premium jean)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청바지들이 100~150달러 안팎에 팔릴 때 ‘아니 그깟 청바지를 100달러나 주고 산단 말이야?’ 하고 반문하던 것이 이제는 200달러 미만의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만큼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프리미엄 진 어디까지 진보했나
프리미엄 진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브랜드는 일명 7진(Seven Jean)이라 불리는 ‘7 포 올 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물론 그 이전에도 게스(Guess) 수석 디자이너인 마르시아노를 선두로 조지오 알마니, 구치 등에서도 간혹 시즌별로 고가의 청바지를 선보여 일부 명사들이 즐겨 입긴 했지만 고가의 청바지 전문 메이커가 등장한 것은 세븐진이 처음이다.
다리를 날씬하고 길어 보이게 하는 디자인에다 다양한 워싱(물빠짐) 처리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세븐진의 뒤를 이어 ‘시티즌 오브 휴매니티’(Citizens of Humanity), ‘블루 컬트’(Blue Cult), ‘조스 진’(Joe’s Jeans) 등 이름도 다양한 프리미엄 진 브랜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런칭하면서 전세계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 프리미엄 진의 선발주자의 선전에 힘입어 그 뒤론 한 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프리미엄 진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어 브랜드 런칭 1년만 되어도 업계에선 퇴물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
세븐진에 요즘은 칩 앤 페퍼(Chip & Pepper), AG진, 얼진(Earl Jean), 페이지 프리미엄 데님(Paige Denim) 등이 런칭해 젊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트루 릴리전’(True Religion), ‘앤틱 데님’(Antik Denim), ‘락 & 리퍼블릭’(Rock & Republic)이 새로운 매니아 군단을 이끌며 매장마다 인기 사이즈는 조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진의 브랜드 수는 줄잡아 20여개.
이처럼 1년 사이 급격히 프리미엄 진 브랜드수가 증가한 것은 브랜드 유행 기간이 거의 한 시즌도 채 못된데 기인한다. 즉 할리웃 스타 누가 입어 유행인 청바지라고 하면 그 시즌에 동이 나지만 다음 시즌에 또 다른 브랜드가 등장하기 때문에 패션 리더들이 다시 우르르 그 곳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브랜드 생명이 짧은 곳이 패션업계라곤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굳혀온 ‘브랜드 네임’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던 패션시장에 이들은 ‘새로운 것=새 트렌드’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면서 패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프리미엄 진 유행경향
‘고급스럽게 더 고급스럽게.’ 최근 프리미엄 진의 유행경향이다. 최고급 크리스털을 박고, 뒷주머니엔 컬러풀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의 수가 놓여지고, 허벅지 한쪽엔 실크 패치워크나 아플리케를 한다. 그뿐인가. 빈티지한 느낌을 주되 경박하지 않게 손으로 일일이 청바지를 찢는데 이 찢는 것의 ‘품격’(?)에 따라 청바지 가격차가 100달러나 난다.
세븐진은 최근 스와로브스키사의 크리스털이 양쪽 옆선을 따라 박힌 ‘그레이트 차이나 월’(Great China Wall)을 선보여 패션 리더들의 ‘위시 리스트’ 1순위를 장식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청바지 가격 하한선을 200달러로 껑충 올려놓은 ‘앤틱 데님’은 다시 한번 뒷주머니 장식에 목숨을 걸었다. 뒷주머니에 화려한 색실을 이용 앤틱 데님 트레이드 마크인 아즈텍 문양을 필두로 꽃 장식, 나비, 기하학적 무늬를 수놓고 있다.
할리웃 스타들은 물론 한인 여성들과 한국 패션 리더들 사이에서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트루 릴리전’은 오리엔탈 느낌 물씬 나는 장식을 청바지 앞판과 뒷판에 수놓고 있다. 부처, 꽃, 퀼트 등 다양한 문양이 빛 바랜 빈티지 워싱 처리된 청바지 위에 덧입혀져 있다. 이처럼 청바지가 요란해지고 화려해 지면서 당연하게도 가격은 껑충 뛰어올랐다. 대부분 자수 한 자락이라도 놓여진 청바지는 300달러를 기본으로 그레이트 차이나 월 라인은 500~1,000달러를 호가한다.
◇프리미엄 진 어디서 구입하나
현재 프리미엄 진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백화점은 블루밍데일, 노스트롬, 니먼 마커스, 색스 핍스 애비뉴 등과 같은 고급 백화점이며 이보다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을 만나고 싶다면 편집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세븐진 매니아라면 다른 백화점보다는 메이시스가 추천할 만하다. 남가주 내에선 점포수도 많을 뿐 더러 타 백화점보다 치수와 디자인 다양해 샤핑이 수월하다.
요즘 LA에서는 웬만한 번화가에는 곳곳에 편집매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매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LA 한인타운 인근에는 라치몬트의 ‘리스 오브 라치몬트 빌리지’(Leace in Larchmint Village)와 ‘피켓 펜스’(Picket Fences)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라치몬트에는 LA인근에선 유일한 얼진(Earl Jean) 단독 매장도 있다.
그러나 편집매장보다는 백화점이 반품과 환불이 쉬울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광고를 하진 않지만 잘 뒤져보면 20% 정도 싼 세일상품도 찾아 볼 수 있어 알뜰 샤핑을 원하는 이들에겐 더 할 수 없는 최적의 쇼핑장소다.
또한 인터넷 샤핑몰에도 프리미엄 진은 인기상품으로 e-럭서리 닷컴(www.eluxury.com)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인터넷 몰에서는 프리미엄 진은 무료 배송도 해주므로 일반 스토어에서 사이즈를 구입하지 못했다면 이용해 볼 만하다.
◇프리미엄 진 입어보니
양도연씨가 세븐진 그레이트 차이나 월 청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프리미엄 진 매니아들은 이구동성 “프리미엄 진은 피팅감이 너무 좋아 일반 진보다 훨씬 날씬하게 보여 프리미엄 진을 입다가는 다른 청바지는 입을 수 없다”고 말한다.
2년 전 구입한 세븐진을 입은 뒤 프리미엄 진에 푹 빠졌다는 김경화(34·LA)씨는 “출산 후 허벅지와 엉덩이 쪽에 군살이 붙어 청바지를 입으면 맵시가 나질 않았는데 프리미엄 진을 입으면 결점이 감춰져 훨씬 날씬해 보인다”며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어차피 몇백달러짜리 정장을 장만하고 1년에 한두 번 입는 것보다 이렇게 매일 입을 수 있는 옷에 200달러를 투자하는 게 더 경제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최근 패션 경향이 청바지를 위주로 한 빈티지 룩이 대세여서 프리미엄 진 한 벌이면 일상복은 물론, 위에 로맨틱 블라우스나 벨벳 혹은 트위드 재킷만 걸치면 칵테일 파티용 의상으로도 손색이 없어 20대는 물론 30~40대 여성들도 즐겨 입는다.
그러나 일반 중저가 브랜드 진과 별반 차이도 없이 가격만 천정부지로 높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도연(32·LA)씨는 “크리스털이나 자수 등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쁜 건 알지만 200달러가 넘는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특히 착용감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큰 장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리미엄 진은 위풍당당한 위세는 아무도 말릴 수 없을 듯 하다.
일단 새로 나온 브랜드의 인기 디자인은 허리사이즈 30인치 미만은 출시되기 무섭게 품절되고 있고 인기 품목은 백화점 자사 인터넷에서도 한달 이상 기다려야만 물건을 받아볼 수 있을 만큼 상종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추세로는 프리미엄 진 인기는 당분간 브레이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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