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과 함께 쪄낸 송편. 솔향기가 배어 향긋하다.
쑥·시금치·치자 이용 색 내고
소는 가족들 입맛따라 준비
멥쌀가루는 마켓서 손쉽게
명절요리로 송이산적·잡채도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추석 같은 큰 명절을 앞두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진다.
특히 한국을 떠나 사는 우리들이 이곳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생각만으로도 오래 전 떠난 고향집처럼 정겹다. 하지만 미국에서 제대로 준비된 추석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야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특별한 명절이지만, 이곳에서는 우리들만이 기억하는 명절로 평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의 최고 명절인 추석을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섭섭함이 남게 마련.
간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추석 명절을 보내고 싶다면 해마다 추석이면 즐겨먹는 대표 추석 요리 한 두 가지 맛깔스레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맛있는 추억이 가득한 추석 명절은 생각만 해도 근사하니까!
추석 음식의 대표선수는 뭐니뭐니해도 송편. 쫄깃쫄깃 한입에 쏙 들어가는 송편은 맛도 맛이지만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각자 손썰미(?) 자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개 두 개 송편을 빚다보면 그 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 보따리도 술술 풀리고 가족끼리 정이 더 두터워진다.
원래 송편은 그해 수확한 햅쌀을 곱게 빻아 만드는 것이 원칙. 하지만 간편하게 집에서 송편을 만들고 싶을 땐 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멥쌀 가루를 활용해도 상관없다.
멥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반죽하는 송편은 천연 재료를 사용해 여러 가지 색깔을 넣을 수 있는데, 쑥이나 시금치로 초록색을, 치자나 달걀 노른자로 노란색을 넣어 만들면 한결 더 먹음직스럽다. 송편의 맛을 좌우하는 소는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준비하면 좋은데 깨를 곱게 갈아 꿀에 섞거나 콩이나 밤을 살짝 삶아서 사용한다.
아이언 셰프로 유명한 요리전문가 이명숙씨는 거피 콩을 물러질 정도로 푹 삶아 체에 내린 다음 거기에 계피가루와 꿀을 섞으면 한결 고급스러우면서도 맛있는 송편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추석에 해먹으면 명절 기분 나는 요리로는 송이산적과 잡채.
향긋한 송이버섯과 양념한 쇠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워낸 송이산적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맛도 좋아 추석이 한결 풍성해진다. 송이버섯이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들면 새송이 버섯으로 대신해도 좋다.
누구나 손쉽게 만드는 잡채는 푸짐하고 풍성해 명절 요리로 빠지지 않는데, 잡채에 넣는 야채는 평소보다 굵게 썰어야 나중에 당면과 함께 섞어도 물이 생기지 않는다. 특히 완성된 잡채를 카라멜 소스에 한번 더 볶아내는 이명숙씨의 잡채는 카라멜 소스가 당면에 코팅되어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고 맛 또한 일반 잡채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최근 오렌지카운티에 CIC 요리학교를 설립한 이명숙씨가 제안하는 풍성하고도 맛깔스런 추석 음식 세 가지 레서피를 소개한다.
이명숙씨의 추석 음식 레서피
한가위 풍성한 요리
고향집 온 듯 정겨워라
★송편
▲재료: 멥쌀 10컵, 데친 쑥 20g, 식용색소(홍) 약간, 끓는 물 1컵, 참기름 2큰술, 팥소(거피 팥 1컵, 소금 1작은술, 꿀 4큰술, 계피 가루 1/2작은술), 콩소(풋콩 1컵, 소금 1작은술) 깨소(깨 1/2컵, 꿀 2큰술), 밤 5개
▲만들기: 멥쌀을 불려서 가루로 빻아 체에 쳐서 삼등분한다. 쑥은 연한 잎으로 골라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내어 절구에 곱게 찧는다. 떡가루에 하나는 끓는 물을 그대로 넣어 흰색으로, 또 하나는 끓는 물에 식용색소를 약간 타서 분홍색으로, 나머지는 데친 쑥과 끓는 물을 넣어 쑥색으로 세 가지 떡 반죽을 만들어 오래 치댄 다음 젖은 행주를 덮어놓는다. 거피팥은 불려서 찐 다음 체에 내려 소금, 꿀, 계피가루를 넣고 직경 2cm정도로 둥글게 팥소를 빚는다. 밤은 껍질을 벗겨서 서너 등분으로 썬다. 풋콩은 삶아서 깨끗이 씻어 소금을 뿌려 놓는다. 깨는 볶아서 빻아 꿀로 버무린다. 떡 반죽을 밤 알 만한 크기로 떼어 둥글게 빚은 다음 가운데 부분을 오목하게 파서 그 속에 준비한 여러 가지 소를 넣고 아무려 조개처럼 예쁘게 빚는다. 시루나 찜통에 솔잎을 펴고 빚은 송편이 서로 닿지 않게 한 켜 놓고 위에 솔잎을 한 켜 놓는다.
그 위에 송편, 솔잎, 송편의 순으로 여러 켜를 반복하여 담고 불에 올려서 약 30분 정도 찐다.
다 쪄서 익으면 냉수에 얼른 씻어서 솔잎을 떼고, 체에 받쳐 물기를 뺀 다음 참기름을 발라 목기나 그릇에 담는다.
★ 송이 산적
▲재료: 송이(중) 3개, 쇠고기(등심) 200g, 잣가루 1작은술, 쇠고기 양념(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4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송이는 갓이 피지 않고 굵은 것으로 골라 뿌리 쪽의 흙을 털어 내고 머리 부분에 0.7cm 정도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갈라 저며서 썰어 소금, 참기름으로 살짝 무친다. 쇠고기는 연한 부위로 0.7cm 두께로 포를 떠 잔칼질을 하여 6cm 길이의 막대 모양으로 조금 길게 썰어 고기 양념장으로 고루 버무린다.
꼬치에 양념한 쇠고기와 송이를 번갈아 끼운다. 석쇠에 굽거나 프라이팬을 충분히 달구어 기름을 두르고 양면을 구워서 익힌다. 접시에 담고 잣가루를 뿌려낸다.
★궁중 잡채
▲재료: 쇠고기(우둔) 120g, 표고버섯(중) 3개, 목이버섯 10g, 당근 100g, 볶은 양파 100g, 오이(중) 1/2개, 소금 적당량, 후춧가루 적당량, 깨소금 적당량, 시금치나물 100g, 달걀 1개, 당면 30g, 잣 1작은술, 카라멜 소스 적당량, 쇠고기와 버섯 양념(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4 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당면 양념(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큰술)
▲만들기: 쇠고기는 살로 결을 따라서 길이로 가늘게 채 썬다.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기둥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 썰고, 목이버섯은 불려서 한 잎씩 떼어 작게 썬다. 쇠고기와 버섯용 양념장을 만들어 쇠고기 표고버섯, 목이버섯에 나누어 고루 무친 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서 식힌다. 오이, 당근은 4cm 정도의 납작한 채로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 소금, 설탕, 후춧가루로 간한다.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나누어 풀어 지단을 부쳐 채 썬다. 당면은 끓는 물에 간장, 참기름을 약간 넣어 삶아 부드러워지면 꺼내어 길이를 두 세 번 잘라 당면 양념에 고루 무친다.
커다란 그릇에 달걀 지단은 남기고 갖가지 볶은 재료와 당면을 한데 모아 고루 섞고 카라멜 소스에 넣어 한번 더 볶아낸다.
커다란 잡채를 접시에 담고 달걀 지단 부친 것과 잣을 얹어 낸다.
★카라멜 소스
▲재료: 설탕, 물 적당량
▲만들기: 프라이팬에 설탕과 물을 각각 1컵씩 넣고 불을 켠 다음 젓지 말고 그대로 둔다. 프라이팬 가장자리부터 끓기 시작해 1/3 정도 카라멜 색이 나면 살살 섞은 다음 팔팔 끓는 물을 1/2컵 부어 저어준다. 팔팔 끓는 물을 넣어야 카라멜 소스가 식어도 굳지 않는다.
송편, 산적, 잡채 외에도 추석명절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은 토란탕, 삼색 나물, 각종 부침개. 이밖에 쇠갈비찜이나 닭찜을 준비하기도 한다. 풍성한 한가위 요리를 즐긴 다음에는 직접 만든 한식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많이 등장하는 것이 약식, 매작과, 배숙 정도. 여기에 시원한 식혜나 수정과를 곁들이면 완벽해진다. 추석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토란탕과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풋고추전 레서피를 소개한다.
★풋 고추전
▲재료: 풋고추 10개, 붉은 고추 5개, 쇠고기 100g, 달걀 2개, 밀가루 1/2컵, 쇠고기양념(다진마늘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초간장(간장 2큰술, 식초 1/2큰술, 깨소금 약간, 설탕 약간)
▲만들기: 풋고추, 붉은 고추는 씻어 양끝은 조금씩 잘라내고 반을 갈라 속을 턴 후 끓는 물에 잠깐 데친다. 쇠고기는 다져 참기름, 소금, 마늘을 넣고 밑간 한다. 풋고추 안쪽에 밀가루를 바르고 고기 양념한 것을 손으로 꼭꼭 눌러가며 채워 넣는다. 소를 채운 쪽에만 밀가루를 살짝 묻힌다. 달걀은 젓가락으로 저어 푼다. 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고 소를 넣은 고추를 달걀물에 담갔다 꺼내어 소를 넣은 쪽이 아래로 가도록 놓고 지진다. 밑면이 노릇해지고 고기 소가 익으면 뒤집어 잠깐 익힌다. 채반에 식혀 기름기를 빼고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토란탕
▲재료: 토란 150g, 쇠고기(차돌박이) 300g, 무 100g, 두부 1/4모, 다시마 3장, 어슷 썬 파 1큰술, 다진 마늘 1 1/2큰술, 쌀뜨물 3컵, 국간장 1큰술, 물 6컵, 무침양념(다진 마늘 1/2큰술, 국간장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조금)
▲만들기: 토란은 껍질을 벗겨 소금물로 문질러 씻은 후 찬물에 여러 번 헹군다. 작은 것은 그냥 쓰고 큰 것은 2~4 등분한다. 쌀뜨물을 펄펄 끓여 소금을 조금 넣고 토란을 넣어 삶은 후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아린 맛을 뺀다. 쇠고기에 물을 붓고 끓여 육수를 내다가 국물이 우러나면 다시마를 넣고 10분 정도 더 우린다. 고기와 다시마는 건지고 국물은 체에 밭친다. 무는 얄팍하게 나박 썰고 두부는 비슷한 크기로 약간 더 도톰하게 썰어 준비한다. 앞에서 건져낸 다시마는 먹기 좋게 썰고 고기는 사방 3-4cm 크기로 얄팍하게 썬다. 그릇에 고기와 토란을 한데 넣고 마늘, 국간장, 참기름, 후춧가루를 조금 넣고 살살 무친다. 토란은 쉽게 부서지므로 살살 버무린다. 체에 걸러낸 맑은 장국에 무를 먼저 넣고 끓이다 말갛게 익으면 양념한 고기와 토란, 두부, 다시마, 파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춰 한소끔 끓여 낸다.
<글·사진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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