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LA미주본원에서 수련생 박순희씨가 본수련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국선도 입문 석달만에…
코끝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조차 바닥에 떨어지면 톡 소리가 날 듯한 고요 속에서 10여명의 수련생들이 조용하지만 부산하게 움직인다. 춤사위인 듯 날렵하게 손을 접었다 폈다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무릎이 꺾이고, 허리가 180도로 돌아가 앉는다. 이 별스럽지 않은 동작들이 세월 따라 흘러흘러 온지 어느새 반만년. 도심 한가운데 천년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려앉는 순간이다.
단전호흡등 1시간 수련에 스트레스‘훌훌’
지난 1일 오후 4시40분 LA한인타운 국선도 수련장.
바른 마음(정심)으로 바르게 보고(정견), 바르게 깨우치고(정각), 바른 수행을 하고(정도), 바르게 행하자(정행)는 붓글씨 현판 앞에서 10여분의 준비운동만으로도 수련생들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 었다.
익숙한 폼새로 짐작컨대 입문한지 십 수년 된 고수들인가 했더니 이제 겨우 한 달된 걸음마 수준의 초보생으로부터 1년도 채 안된 이들이 대부분이라 한다. ‘생활속에서 쉽게 배우는 우리민족 고유의 수련법’이라는 국선도 캐치 프레이즈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수련입문 석 달째인 박순희(54·LA)씨는 국선도 재미에 푹 빠져 한 달전부터는 남편과 딸은 물론 어머니에 언니까지 수련원에 데리고 나오는 열성을 보이며 아예 ‘국선도 전도사’로 나섰다.
박씨는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무기력증에 시달렸다”며 “그런데 국선도를 배우면서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마지못해 수련을 시작했던 남편도 요새는 수련하는 날을 전날부터 챙길 만큼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남편과 함께 골프며 테니스며 안 해본 운동이 없지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이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며 국선도 예찬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수련원에는 부부동반은 물론 3대가 함께 나와 수련을 하는 이들이 적잖다. 10대 후반 고교생에서부터 20대 대학생들, 30~40대 직장인들, 그리고 70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한인들이 수련원을 찾는다.
단전호흡을 기본으로 하는 국선도는 순환기 계통 질환에도 큰 효과가 있지만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에도 더 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이 수련생들의 설명이다.
지인의 소개로 10개월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는 한 유학생은 “박사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특별한 이유없이 온몸이 아파 걸을 수도 없을 만큼 힘들어지면서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수련을 하면서부터는 정신이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사라져 몸 아픈 것도 좋아지고 공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0분간의 준비운동후 3~4분 누워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이들이 다시 본 수련으로 들어간다.
진지한 수련생들의 표정을 뒤로하고 곳곳에서 관절 꺾이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온다. 큰 동작없이 자리에서만 다리를 들었나 놨다, 팔을 뒤로 돌렸다 앞으로 돌렸다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수련생들의 이마며 등과 가슴이 어느새 땀으로 젖어 가고 있었다.
맨손체조처럼 얕잡아 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동작 하나 하나에 진중함을 실어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트레이드 밀에서 몇 시간 뛴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단다.
이처럼 일상생활속에서 마음먹고 자리만 펴면 쉽게 수련을 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곁들어져 갈수록 국선도 매니아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LA 미주본원에 따르면 현재 미주 전체에서 국선도 수련생은 한인과 타인종을 합쳐 대략 1,000여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 강하고, 어려운 듯 하면서 쉬운 국선도는 바로 이 상반된 매력으로 한번 시작하면 10년, 20년을 내쳐 정진하게 한다.
복잡하고 분주한 일상에 몸과 마음을 맑게 닦는 일에 하루 1시간쯤 할애해보는 건 어떨까. 시간 흘러흘러 나이 마흔, 쉰, 예순 되면서 육체의 건강함은 물론 세상일에 미혹됨 없고(불혹), 하늘의 뜻을 알아가며(지천명), 세상 그 어떤 소리에도 귀가 순해질 수 있다(이순)면 이보다 더 근사한 투자는 없지 않을까.
<글 이주현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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