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은 젓가락으로 들었다 올렸다 해야 꼬들꼬들, 물은 봉지 적힌대로
출출하고 배고플 때 가장 손쉽게 한끼를 해결해주는 라면. 팔팔 물이 끓으면 면과 스프 넣고 후루룩 한번 더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어 혼자 사는 유학생이나 자취생들에게는 인기만점 끼니 거리다.
그래서 자고로(?) 라면의 손맛은 남자들에게서 나온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남동생이나 남편이 간단하게 끓인 라면이 온갖 야채 다 썰어 넣고 있는 정성 다 쏟아 부어 끓인 주부의 라면보다 맛있는 건 요리 잘 하는 여자들도 인정하는 점.
라면의 고수들에 따르면 맛있는 라면을 끓일 때 가장 신경 써야할 것이 물 조절이다.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부어도 제 맛이 안 나므로 라면 봉지 뒤쪽에 적힌 물의 양을 엄수하는 것이 좋다. 매번 계량컵을 사용하기 번거롭다면 평소 사용하는 물 컵으로 대충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측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
그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꼬들꼬들하게 면발을 삶는 것.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면을 삶는 동안 면발을 젓가락으로 들었다 올렸다 하면서 삶는 것. 그러면 면발이 차가운 공기와 맞닿아 탄력을 받고 꼬들꼬들해진다고 한다. 혹자는 싱크대 개수에 얼음을 가득 채워 얼음물을 만든 다음 다 끓인 라면을 냄비 채로 얼음물에 담가 중탕해 면발을 휘휘 저어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먹는 동안 면발이 불지 않는다고.
이밖에도 맛있는 라면 끓이기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로 끓여야하며, 일반 냄비보다는 양은 냄비가 제격이고, 면보다 스프를 먼저 넣고 끓여야 면발에 간이 배어 맛있고, 달걀은 안 넣는 것이 국물이 깔끔하지만 영양 밸런스를 위해서는 넣는 것도 괜찮고, 냄비 두 개로 면과 스프를 따로 끓이면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라면이 된다는 등등. 친구들 사이에서 라면을 잘 끓이기로 소문난 세 남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라면 끓이는 비법을 공개했다. 슈즈 샵 매니저로 일하는 맥스 임씨는 시원하고 얼큰한 새우라면을, 크레이지 후크에서 일하는 이재현씨는 술 먹은 다음날 해장용인 해물 짬뽕라면을, 대학생 이석준씨는 별미 술안주로 닭과 라면 깐풍기를 만들어 주었다.
요리 잘하는 세 명의 꽃 미남들이 소개하는 세 가지 스타일의 라면과 라면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
라면이 근사한 일품요리가 되다니…
★맥스 임씨의 새우라면
무·양파등 다양한 야채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라면을 자주 먹진 않지만 한번 끓이면 제대로 끓여먹는다는 맥스 임씨.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끓이는 라면은 뒷맛이 텁텁하고 느끼해 냉장고를 열어 눈에 띄는 재료는 무엇이든 넣어 맛을 낸다.
“라면은 스프 맛이 너무 강해서 뭘 넣어도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아요. 하지만 무, 양파, 파 같이 냉장고에 항상 있는 재료를 활용하면 훨씬 더 깔끔한 맛의 라면을 즐길 수 있지요”
보통 라면은 맹물에 끓이지만, 그가 끓이는 맛있는 라면의 비결은 육수에 있다. 우선 냄비에 물을 부을 때 일반 라면 끓일 때 보다 넉넉하게 붓고 거기에 무, 양파, 파 머리, 할라피뇨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새우 머리와 새우 껍질도 함께 넣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조금 더 끓여 국물을 우려내고 어느 정도 물이 우러나면 건더기를 모두 건져낸 다음 그 물에 라면을 끓이는 것. 처음에 물을 넉넉히 잡은 이유는 이렇게 계속 끓이다 보면 물의 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을 넣기 전 물의 양이 적당한지 반드시 체크해야 간이 맞다니 주의 할 것.
건더기를 모두 건져낸 다음에는 먼저 고춧가루와 라면 스프를 넣고 끓이다 가늘게 채 썬 양파와 파를 넣는다. 다시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라면을 넣고 후춧가루 약간 뿌린 다음 면이 익을 때까지 끓인다. 이때 젓가락으로 면발이 끊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저어 면을 풀어준다. 면은 퍼지면 맛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덜 익었다 싶을 정도로 꼬들꼬들할 때까지만 끓여야 하며 어느 정도 면이 익었을 때 손질해둔 새우를 넣어 끓이면 맥스 임씨의 새우라면 완성.
라면을 다 끓인 후 담는 법도 따로 있는데 일단 커다란 그릇에 면만 건져내 담은 다음 3-4초 정도 그대로 둔다. 국물 없이 그냥 두면 면이 공기와 닿아 더 쫄깃해 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 다음에 국물을 붓고 가늘게 썰어둔 파를 뿌려 낸다.
“라면에 새우를 넣을 때 새우 등 쪽에 반드시 칼집을 넣어야 새우가 익어도 부드러워요. 그냥 넣으면 조금만 익혀도 새우가 딱딱해져 맛이 없거든요”
다양한 야채를 넣어 육수를 우려내고, 새우를 손질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은 맥스 임씨가 끓인 새우라면의 맛은 과연 어떨까? 새우의 시원한 맛과 야채의 감칠맛이 더해져 라면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 게 특징. 그의 조언대로 라면에 새우를 싸서 함께 먹으니 씹는 맛이 더해져 한결 맛있었다. 이밖에도 새우 대신 갈비살을 넣어 끓인 갈비살 라면도 그의 주특기인데 쇠고기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처럼 라면 국물이 구수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이재현씨의 해물 짬뽕라면
홍합등 해물 볶다 고춧가루와 스프 넣고 볶아
“저희 아버지가 술 드신 다음날엔 꼭 이 해물짬뽕 라면으로 해장하셨거든요. 중학교때부터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라면에 입맛이 길들여졌는지, 저도 술 먹은 다음날엔 꼭 이 라면을 먹어야 속이 편하더라고요”
패밀리 레스토랑 ‘크레이지 후크’에서 일하고 있는 이재현씨의 해물 짬뽕라면의 역사(?)는 아버지의 해장용 라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단 해물 짬뽕라면은 중국 집에서 파는 짬뽕국물처럼 얼큰하고 진한 국물을 내는 것이 포인트. 고춧가루와 라면 스프를 이용해 만든 짬뽕라면 국물은 생각보다 손쉽고 맛도 괜찮은 편. 보통 라면을 끓일 때 보다 오목한 프라이팬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것이 조금 번거롭긴 하겠지만 색다른 맛을 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감수한다고 이재현씨는 말한다.
일단 오목한 프라이팬을 준비해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다음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 마늘 향이 나기 시작하면 홍합, 새우, 쭈꾸미, 오징어 등의 해물을 넣고 볶는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라면 스프를 넣고 볶으면 고추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짬뽕 국물 맛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물이 익으면 채 썬 양파와 피망 등의 각종 야채를 넣고 볶는다. 해물과 야채를 볶는 동안 냄비에 물을 넣고 끓여 면을 삶고, 면이 어느 정도 익어 풀어지면 면과 함께 국물을 프라이팬에 넣고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해물 짬뽕라면이 완성된다.
더 매콤한 것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를 더 넣으면 된다고 설명하는 이재현씨. 해물짬뽕라면을 만들 때 면 삶은 국물을 다 넣지 말고 반정도만 넣어 자작자작하게 만들면 매콤한 해물 파스타처럼 즐길 수 있어 손님 접대용으로도 그만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다이어트 중에는 라면 물을 끓일 때 양파 반개를 썰어 넣고 끓인 다음 양파를 건져내고 그 물에 라면을 끓여 먹으면 양파가 라면 스프의 기름기를 흡수해 한결 맛이 개운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석준씨의 닭·라면 깐풍기
밑간한 닭가슴살 녹말가루 묻혀 두번 튀겨
이석준씨가 추억하는 가장 맛있었던 라면은 군대에서 먹던 라면으로 일명 봉지라면. 군 시절, 배는 고프고 주변 환경은 열악하고 그래서 일반 봉지 라면을 뜯어 마치 컵 라면인양 스프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게 군대의 봉지라면 이란다. 헉! 대체 무슨 맛이 날까, 면이 다 익긴 익을까. 이런 생각을 눈치챈 듯 이석준씨가 한 마디 던진다.
“민간인이 되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집에서도 봉지라면을 해 먹어 볼걸요. 저도 그랬는데 근데 영 그때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평소 라면을 먹을 때 봉지 조리법을 충실히 따르고 파, 양파, 달걀 등 부재료는 어떤 것도 넣지 않고 끓여 먹는다는 이석준씨는 ‘그게 젤 맛있지 않나요’ 한다. 그래도 나름대로 중요시 여기는 건 있다.
물의 양은 조금 적다 싶게 잡아 짭짤한 국물을 만들고, 면발은 조금 덜 익었다 싶을 때 불을 꺼 꼬들꼬들한 면발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불게 내버려둔다. 라면을 살 때는 낱개로 한두 개만 사서 먹는 편이고 새로 나온 라면이 있으면 한번씩 시도해보는 편이라는 그는 라면도 활용하면 얼마든지 근사한 일품 요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번은 유난히 면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닭고기로 만든 깐풍기에 라면을 함께 비벼 넣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우선 닭가슴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 후추로 밑간 해 두었다가 녹말 가루에 묻혀 두 번 튀겨낸다. 양파, 피망, 당근, 붉은 고추 등은 큼직하게 썰어 둔다. 냄비에 물을 넣고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면이 익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프라이팬에 식초, 간장, 설탕, 후춧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양념 소스를 만든다, 또 다른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썰어둔 야채를 볶다가 소스와 물녹말을 넣고 끓이다 튀겨놓은 닭을 넣어 살짝 볶는다.
여기에 삶아둔 라면의 물기를 빼고 넣어 함께 비비듯 볶아내면 닭고기 라면깐풍기 완성.
친구들끼리 모여 술 먹을 때 술안주로 또는 파티용 간단한 요리로 자주 만들어 먹는다는 이석준씨의 닭고기 라면깐풍기는 값싼 라면도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근사한 일품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글 ·사진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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