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있는 집 남편을 위한 조언
오늘날의 아빠들은 앞으로 가기 위해 사랑조차 할 겨를이 없지는 않은지….
아빠, 눈부신 이름이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직책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에는. 그러나 노련함이란 바로 이 분량의 조절이 아닐는지. 밖에서도 바쁘겠지만 예기치 않은 행운처럼 내 생애 찾아온 ‘새 손님’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다보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아이와의 깊은 교감의 창이 열리고 아내와의 관계에도 재발견의 장이 열리며 전투하듯 살아가는 습관에도, 옹졸해지는 마음에도 그리고 욕심과 불안 같은 불온한 감정들도 조용히 제자리를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생아가 태어난 집, 아빠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
퇴근해 집에 와선
아기에게 ‘올인’하고
젖먹이기 도와주면
아내엔 조그만 감동
‘인간을 넘어서는 남성이 있을 수 없고 인간을 넘어서는 남편과 아내도 없다. 성의 관점으로만 보면 삶은 턱없이 좁아진다’고 인간과 삶에 대해 고찰하는 현학자들은 짚어내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엄마나 아빠의 역할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부모의 역할은 곧 인간의 역할이라는 주머니 속에 함께 들어오고 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아내, 이혼, 별거 등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으며 한때 남성 우월주의로 서슬이 시퍼렇던 부권도 그 개념이 많이 완화돼 이젠 애틋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신생아 아빠노릇 제대로 좀 해보려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페어런츠’지가 알려주고 있다.
■ 자기식 대로 한다.
몇 시에 먹이고 언제 재워야 한다는 교과서는 없다. 아내가 일이 더 많아서 아빠가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한다면 엄마가 귀가한 후 아기와 좀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아기의 취침시간을 늦출 수도 있다.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과 스케줄에 맞춘 창조적 육아, 멋진 개념이다.
■ 젖먹이기에 대해 배워야 한다.
첫 아기라면 엄마도 경험이 없다. 모유먹이는 것도 쉽지 않다. 젖가슴이 너무 크면 아기 코가 막힐 수 있고 너무 작아도 젖을 물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각도 조준도 잘해야 한다.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것만큼 아내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 아내의 불평이나 예민한 신경질을 ‘접수’해 주고 수유시 물을 한 컵 떠준다거나 쿠션으로 등허리를 바치게 해주는 등 자상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내가 모유 대신 우유 수유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장황하게 모유의 장점을 들먹이며 아내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 신생아 웹사이트를 만든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아한다. 신생아가 할아버지보다 인기 있는 이유이다. 차제에 가족 웹사이트를 만들어 아기 사진도 올려놓고 필요할 때마다 업데이트시킨다. 친구와 친지들에게 인기 짱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와이프가 미인이라고 생각해도 해산으로 인한 부기가 빠질 때까지는 ‘미인 아내 사진 올리기’는 뜸을 좀 들이는 것이 낫다.
■ 부모에게 배운 것을 활용한다.
보고 배운 대로 살게 마련이다. 자라면서 부모가 해줬던 일 중에 좋았던 것, 흐뭇했던 것은 그대로 대물림하고 싫고 귀찮고 혐오스러웠던 점은 대물림하지 말자. 스포츠 모임, 학교 행사에 아빠도 몸소 참석하는 것은 그 어떤 장광설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나 스포츠 행사에 참여해서 레프리와 싸우거나 아이에게 잘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은 열성이 아니라 민폐이다.
■ 제 시간에 퇴근하라.
전보다 1시간쯤 일찍 일어나서 전자메일 체크, 서류정리를 미리 끝내면 정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집에 와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와 아내에게만 올인 한다. 비록 당분간만일지라도.
■ 밝은 면을 본다.
육아, 절대로 쉽지 않다. 예전처럼 자주 체육관을 찾지 못해 몸이 푸석푸석해질 수도 있고 샤핑할 시간이 없어 유행 지난 옷을 그대로 걸치고 다녀야 할 때도 있다. 챕터가 바뀌었으니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가 가져다주는 선물에 초점을 맞춘다.
■ 재정상태를 재점검한다.
출산으로 인한 아내의 수입 감소, 양육비, 탁아비등 수입과 지출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고 사랑이 창문으로 달아나는 현실과 직면하지 않도록 아내와 함께 미리 머리를 맞대고 상황대비 묘안을 고안한다.
■ 팀플레이를 한다.
아기가 울 때 한밤중에 아내에게 꼬집혀서 인상 북북 그으면서 일어나지 말고 아내의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케줄을 짠다. 자신이 아기를 보고 아내가 친구와 수다떨기 위해 외출하는 상황도 용납해야 한다. 수다는 정신의 청량제이므로.
■ 아기,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한다.
저녁식사 후 1주일에 한 번쯤 줄 떨어진 통기타를 들고 ‘가족 위문공연’을 하는 것도 괜찮고 아기 목욕을 함께 시키는 것도 오케이이며 매일 밤 나잇 타임 스토리를 읽어주는 역할을 자청해도 멋지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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