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골라쓰면 계산이 즐겁다”
할인·면세에 공짜까지… 가입요건도 간단
ABC 교육구 특수교육 보조교사인 유선희(49)씨는 언제부터인가 샤핑을 갈 때면 대학 4학년인 딸 신디를 꼭 끼고 다닌다.
뭘 하나 사도 이모저모 따져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딸과 함께 샤핑을 하면 안심이 되는 것. “미리 계산해 보지 않고 샤핑하는 사람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뭐 그리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함께 다니다보니 딸이라도 배울 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우선 어머니 유씨의 지갑부터 열어봤다. 코스코, 타겟, 스카이패스, 오토클럽, 비타민월드 세이빙스 패스포드, 갤러리아 면세점, 바나나 리퍼블릭, 메이시스 8개의 카드가 들어있다. 키체인에는 웬만한 주부라면 거의 달고 다니는 랠프스와 앨버슨 마켓, 펫코 미니 클럽카드가 보인다.
다음은 딸 신디씨의 지갑 속이다. 샘스클럽, 골드포인트, 알마니 익스체인지, 커피 빈, 스카이패스, 오토클럽, 갤러리아 면세점 카드가 들어 있다.
모녀의 지갑에서 나온 카드 중에 처음 보는 회원카드가 ‘갤러리아 면세점 글로벌 VIP카드’.
상품 가격이 높아질수록 면세점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기러기 아빠를 둔 덕분(?)에 유씨 가족은 환경이 따라주어 럭서리 샤핑도 가능한가 보다는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유씨가 회원가입 요건과 혜택을 설명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다.
“할리웃 앤 하일랜드에 있는 갤러리아 면세점에 갔다가 글로벌 VIP 카드(아무나 회원가입만 하면 VIP다)를 만들었다”는 유씨는 “국제선 항공티켓이 없어도 일부 화장품과 선글라스, 의류 등은 세금을 내지 않고 15% 할인까지 받아가며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회원가입 요건이 특별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신분만 확인되면 그냥 만들어준다. 일단 회원카드를 받으면, 샤넬(Chanel)이나 코치(Coach), 폴로(Polo), 캘빈 클라인(CK) 같은 명품이 15% 할인에 면세까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샤넬 파우더를 시중에서 구입하면 세금 포함 대략 46달러지만, 이곳에선 36달러에 살 수 있다. 게다가 구입 후 기내에서나 찾는 면세품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들고나올 수 있다. 또, 달러당 1포인트가 적립되는데 1,000포인트에 이르면 100달러의 리워드(reward) 카드를 받게 된다.
요즘 어지간한 의류업체들은 포인트 적립제를 운영한다. 단골고객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쓸수록 돈이 쌓이는 게 포인트 적립제의 특성이지만 쓸데없이 물건을 사들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유씨 가족의 경우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을 애용하는데, BR카드 하나가 갭(Gap)과 올드 네이비(Old Navy)를 포함한 3개의 스토어에서 통용된다.
200달러마다 10달러짜리 리워드 카드가 날아오며, 럭스(Lux) 회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세일품목이라도 옷 수선(alteration)을 공짜로 해준다.
여기까지는 생필품 구입에 쓰이는 회원카드가 아니므로 엄밀하게 따져 ‘절약’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음껏 먹고, 남만큼 입고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두 모녀의 절약법을 알아보자.
먼저, 유씨가 주로 사용하는 크레딧 카드는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Skypass)다. 2년 전 연회비 없이 2달러당 1마일이 적립되는 스카이블루 카드를 만든 후로는 크레딧 카드로 결재할 수 있는 모든 경비는 이 카드를 사용한다. 기러기 아빠가 매년 2∼3회 한국과 미국을 왕복하지만 유씨는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크레딧 카드를 쓸 때마다 남편 얼굴을 한번 더 보는 것 같다.
“내년부터는 연 회비를 내더라도 1달러 당 1마일이 적립되는 카드로 변경할 예정”이라는 유씨는 “크레딧 카드로 빚만 늘려면 안되겠지만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얼마나 어디에 돈을 썼는지 조목조목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다.
두 번째는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코(Costco Wholesale) 회원카드. 남동생과 함께 연회비를 반반씩 내기로 하고, 코스코의 ‘이그제큐티브 멤버’(Executive Member)에 가입했다. 이그제큐티브 멤버는 회원비가 100달러로 일반 회원비 45달러보다 비싸지만, 1년간 코스코에서 구입한 물품 총액의 2%를 리워드해 주는 혜택이 있다. 물론 유씨가 코스코에 갈 때마다 동생의 샤핑 목록까지 지참해야 하는 서비스가 요구되지만, 첫 해 회원비 절반을 투자하면 다음해부터는 공짜로 회원(보상금이 회원비보다 많을 때도 많다)이 되는데 이 정도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잘한 그로서리 샤핑까지 코스코를 이용하진 않는다. 키체인에 매달려 있는 랠프스, 앨버슨 마켓 미니카드와 타겟 카드에서 보듯이 품목에 따라 장소가 달라진다. 일요일이면 딸이랑 둘이서 LA타임스에 끼어있는 할인쿠폰과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할인쿠폰을 챙기며 장보기 계획을 세우는 유씨는 마켓마다 물건 가격을 유심히 쳐다보는 딸이 옆에 앉아 “이 쿠폰은 사용하는 게 좋겠다, 저건 코스코에서, 요건 타겟에서 구입하는 편이 훨씬 절약되겠다”며 두는 훈수가 더없이 반갑다.
그런데, 이처럼 ‘셈’이 빠른 신디씨가 코스코 회원카드가 있는데도 연 회비를 또 내고 ‘샘스 클럽’에 왜 가입했는지 궁금해 카드 용도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자동차 개스용 카드’. 얼마 전 코스코 주유소가 집 근처에 생겨 더 이상 필요 없어졌지만, 이전까지는 샘스 클럽의 주유소에서 자동차 개스를 넣었다고 한다. 집에서 1시간 거리를 통학하는 신디씨에게 갤런당 10센트 가량 절약되는 홀세일 개스는 35달러의 회원비가 빠지고도 남는다는 것.
세 번째로 오토클럽(AAA) 회원카드. 보험과 로드사이드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연 회원비 46달러를 내고 오토클럽 회원이 됐는데, 추가 할인혜택이 상당히 많은 카드다. 캘리포니아주 뮤지엄과 테마파크 입장권 구입시 10∼50%까지 할인을 해주고, 일부 레스토랑에서도 10% 할인혜택을 받는다.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 내 레스토랑의 경우 15%까지 할인된다.
“오래 전 여행준비를 하다가 AAA 안내책자를 통해 ‘수플렌테이션’(Souplantation) ‘셰이키스 피자’(Shakey’s Pizza) 등의 레스토랑이 오토클럽 회원에게 10% 할인해 주는 걸 알았다”는 유씨는 “평상시에는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여행지에선 작은 액수라도 절약되면 도움이 크기 때문에 애용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회원제 서비스는 회원카드를 갖게 되지만, 온라인으로 회원 등록을 하거나 스토어 방문 시 메일링 리스트에 이름 하나 올려도 혜택을 받는 경우가 있다.
유씨 가족은 DVD나 비디오를 많이 보는 달에는 우편 렌탈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에 가입한다. 멤버십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15달러만 내면 1회 2개씩 무한정 빌려볼 수 있다. 또, 책을 많이 구입할 시기가 되면 ‘반스 앤 노블’ 회원 등록을 한다. 연 회비 25달러면 책 구입시 10% 할인혜택이 있다.
마지막으로 유씨가 회원비 없이 메일링 리스트에 이름 한번 올렸다가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서비스는 ‘배스 앤 바디웍스’(Bath & Bodyworks). 매월 신상품 무료 샘플부터 시작해 1개 사면 1개 공짜, 생일 선물권 등이 착착 날아든다. 그래서 헤어용품이나 목욕용품은 회원혜택이 있을 때 한꺼번에 구입한다.
회원카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대충 언제쯤이면 추가할인이 되고 기프트 증정기간이 실시되며 더블 포인트 혜택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히든카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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