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불교의 법구경에 보면 욕심에 대한 얘기 하나가 나온다. 한 사람이 강물을 건너는데 배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 도저히 건너지를 못하고 있는데 마침 그 옆에 나무토막 하나가 보여 ‘잘됐다’ 생각하고 그걸 타고 건너 왔다. 그리고는 그 나무토막을 버리지 않고 계속 짊어지고 가는데 어떤 사람이 이걸 보고 “이 삼복더위에 왜 그 나무토막을 갖고 가느냐” 물었다.
그 사람이 답하기를 “어렵게 강물을 건너게 해준 나무토막인데 어찌 버릴 수가 있겠느냐” 하면서 그는 미련하게도 그는 이 나무토막을 계속 들고 갔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무토막은 바로 욕심이다. 욕심은 뭐든 처음부터 생기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더 하고 싶어서, 갖고 보니까 더 갖고 싶어져서 더 하게 되고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물을 건넌 자도 강물을 건네준 나무토막처럼 일단 강을 건넜으면 필요한 쓰임새가 끝났으니 버려야 되는데 계속 짊어지고 가니까 힘이 드는 것이다.
권력도 명예도 처음에는 다 필요에 의해 갖게 되는데 갖다 보니까 자꾸 욕심이 생겨 사람들은 가지면 가질수록, 명예욕도 권력욕도 점점 더 높아진다. 재물도 누울 자리 있고 먹고 쓰고 할 돈만 조금 있으면 그만인데 천 만금, 억 만금 쌓아 놓으려고 한다. 그러면 뭐 할거냐? 권력도 명예도, 돈도 다 살아있을 때 필요에 의해 쓰다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죽어서도 가져갈 듯이 욕심을 부린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과욕이 되는 것이다. 성경에도 보면 욕심에 대한 것으로 만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따라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을 향해 갈 때 만나라는 과일을 주어서 먹는다. 이것을 하루에 한 개씩만 먹어야 하는데 욕심이 생겨 두 개씩 갖게 되면 하나는 썩게 되어 있다. 하나씩만 먹으면 다음날 또 싱싱한 만나를 먹게 되는데 두 개를 챙기다 보면 하나는 못 먹게 되는 것이다. ‘이따가 먹어야지’ 하면서 챙기는 그 자체가 바로 욕심이요, 탐욕이다.
세상을 사노라면 이런 유혹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나중에 또 써야지 하며 욕심을 부리는 그 자체가 모든 문제의 화근이다. 성경에서도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내일 것은 내일 준비해줄 테니까 오늘 놓인 자체만으로 만족하라고 명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욕심 때문에 자칫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권력이나 명예를 더 탐하다가 오히려 더 망신하고 돈을 더 가지려 하다가 가지고 있는 돈마저도 날려 버리고 빈털털이가 되곤 한다.
요즘 국내외에서 들끓고 있는 주미대사 홍석현씨의 예도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과욕만 부리지 않고 자기 책임과 임무에만 충실했다면 지금과 같은 망신과 치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고 얼마든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욕심을 너무 부린 나머지 해서는 안될 대선 자금 운반책 노릇까지 해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 결국 그는 들끓는 여론에 못 이겨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이제까지 쌓아올린 그 화려한 경력과 명예는 되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돈 많은 집안의 아들로서 40대에 언론사 사주까지 하며 돈과 명예, 권력을 한 손에 다 거머쥐어 세인의 부러움을 사면서 잘 나가던 인물. 그 배경으로 급기야 미주대사라는 직함까지 꿰어차고 얼마 안 있어 유엔 사무총장직까지 운운하더니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 현지 한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교포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어 사네, 못사네, 좋으네, 나쁘네 하면서도 모두가 다 맑게, 열심히 사느라 분주하다.
그런 모습의 교포들은 하나같이 “이런 사람들이 한국의 대표성을 띠고 대사로 왔다니 기만당한 기분”이라며 매우 씁쓸해 한다. 특히나 과한 욕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높고, 더 많은 것을 챙기려던 그 행위를 생각할 때 한국의 정치, 재계가 얼마나 썩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이상 미국에 지체 말고 본국으로 돌아가 조용히 회개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희망한다. 누구 보다 배움이 많은 홍씨가 일찍이 법구경과 성경의 만나를 생각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얻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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