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짠 맛 강해 간 할 때‘조심’
조개는 집에서 탕 혹은 구이로 먹거나 칼국수, 스파게티 등에 넣으면 감칠맛을 돋운다.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영양가도 높은 게 바로 조개요리. 그러나, 조개가 들어간 요리는 소금간에 주의해야 한다. 요리할 때 조개 속 소금기가 나와 자칫하면 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조개 맛에 필이 꽂혀 있던 무렵,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를 갈 기회가 있었다. 나머지 일행 모두가 ‘프라임 립’을 주문하겠다며 벼르는 사이 혼자서 해산물 요리 메뉴를 재빨리 훑어 내려가다가 ‘스팀드 머슬’(Steamed Mussels)을 발견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조개 요리라고는 ‘클램 차우더’와 ‘조개 파스타’ 딱 두 가지만 알고있던 내겐 획기적인 주문이었다.
파스타 재료엔 모시·바지락·홍합
된장찌개나 찜은 일명‘꼬막’인 새조개
탕엔 홍합, 구이는 대합·소라·가리비등
깔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일행 하나하나 앞에 프라임 립을 놓은데 이어 스팀드 머슬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다. 불을 피운 커다란 스테인레스 냄비가 내 앞에 놓여지는 게 아닌가. 그 속에는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단골에게 서비스로 내주는 바로 그 홍합국물과 더불어 홍합 20개 정도가 누워있었다. 시원한 국물 맛이야 끝내줬지만 우아하게 칼질을 하며 스테이크를 먹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면서 먹는 내내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레스토랑에서 조개류(shellfish) 요리 메뉴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어떤 음식이 나올까 두려워 주문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머슬(mussel)은 홍합이고, 클램(clam)은 대합조개, 애벌로니(abalone)는 전복, 스캘럽(scallop)은 가리비라는 단어의 뜻만 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좀더 요리 설명이 자세해져 카클(cockles)이나 페리윙클(periwinkles) 등에 이르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해 그냥 먹기 쉬운 ‘조개 파스타’(fettuccini with white clam sauce 혹은 linguine with clam sauce)로 돌아가고 만다.
웨이터에게 설명을 부탁해도 요리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기는커녕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머슬’(Prince Edward Island mussels·PEI로 줄여 쓴다)이니 ‘뉴질랜드 그린-립드 머슬’(New Zealand green-lipped mussels), ‘케이프 캇 페리윙클’(Cape Cod periwinkles), ‘뱅쿠버 클램’(Vancouver clams)이니 유명 원산지만 늘어놔 머릿속이 아찔해진다.
조개 요리 메뉴를 맛있게 읽어볼 순 없을까 고민하던 즈음, 지난 13일자 LA타임스 푸드면에 ‘새로운 조개 요리’(A New Shell Game)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에스닉 푸드 붐을 타고 LA인근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조개 요리가 더 이상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마늘과 화이트 와인으로 조리한 대합조개’(clams with garlic and white wine)와 유럽에서 흔히 먹는 ‘믈 쁘리뜨’(moules frites)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오션 앤 바인 레스토랑’에서 내놓은 타이식 조개요리 ‘코코넛 밀크와 라임 주스, 치포틀 칠리로 조리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홍합’을 예로 들면서 매콤달콤한 조개요리의 새로운 맛을 소개했다. 상상컨대, 마늘과 고추를 듬뿍 넣고 졸인 매운 홍합찜 정도 되는 것 같다.
조개요리의 클래식 버전이라면 역시 조개구이다. 소라, 가리비 등 다양한 조개류를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 부드럽게 먹고 싶다면 살짝 굽고,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바싹 구어 먹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 메뉴에 종종 등장하는 ‘바다 소금으로 구운 홍합’(PEI Mussels)이 유사한 맛이다.
다음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홍합국(?). 포장마차에서 공짜 술안주로 먹던 조개요리인데, 국물이 거의 없으면 벨기에 명물이라는 ‘믈 쁘리뜨’라 할 수 있다. 믈 쁘리뜨(moules frites)는 큰 냄비에 홍합을 잔뜩 넣고 와인과 크림으로 바짝 끓인 것으로 감자튀김이나 바게트 빵과 버터와 함께 먹는데,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로 인기가 높다.
조개 파스타의 재료가 되는 건 주로 모시조개나 바지락조개(littleneck clam), 녹색 홍합가루로 더 알려져 있는 홍합(New Zealand green-lipped mussels)이다. ‘모시조개나 바지락조개’하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조개탕이 떠오르는데, 뉴잉글랜드 클램 차우더가 바로 조개탕에 넣는 모시조개나 바지락조개로 끓인 국물에 버터와 우유,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수프다.
마지막으로 카클(cockles)은 된장찌개에 넣거나 찜을 해서 양념장을 얹어 먹는 ‘꼬막’이라고 부르는 새조개이고, 페리윙클(periwinkles)은 해변가에서 삶아서 파는 바다고둥으로, 이쑤시개로 빼어먹는 짭짤한 조갯살 맛이 기막히다. 재첩은 아시안 대합조개(Asian clam 혹은 bivalve mollusk)로 불린다.
머슬(mussel)홍합
클램(clam)대합조개
애벌로니(abalone)전복
스캘럽(scallop)가리비
카클(cockle)꼬막
페리윙클(periwinkle)바다고둥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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