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목회학박사)
벌써 금년도 7월이다. 일 년의 반이 지나갔다.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빨리 온 여름의 찜통더위가 6월초부터 계속되더니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이제 7월이니 본격적인 여름이다. 8월까지 더움이 계속될 것이니 서민들의 삶이 더 고달파지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하지만 여름한철 장사는 더위로 호황을 누릴 것 같아 반색이다.
뉴욕시의 아파트들이 얼마나 에어 콘을 많이 돌리는지 알만하다. 집에 있는 에어 콘 두 대가 함께 돌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두 대를 함께 켜니 퓨즈가 나간다. 그만큼 뉴욕시내 전기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우니 에어 콘은 있는 대로 다 켜서 더위를 식히려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나.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로 산행(山行)을 추천한다. 추위는 추위로, 더위는 더위로 이기는 방법이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산행을 11번 했다. 1월엔 눈이 덮
여 있는 설산(雪山)을 다녀왔다. 설산에서 큰 노루와 작은 노루새끼들을 보았다. 큰 노루는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큰 노루는 오히려 사람하고 기(氣)싸움을 벌인다. 맑은 눈의 그 노루가 사람을 해칠리야 없겠지만 같이 산행을 한 동료들은 그 노루의 눈이 무섭게 비쳤다 한다. 겨울 산행을 하며 겨울의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 1월의 겨울산은 영하로 20도까지 내려가는 심한 눈바람을 동행한다. 턱이
얼얼해지도록 추운 날씨속의 산행 속에서 추위를 보내 버렸다.
2월이 되어도 겨울이다. 2월까지의 산행은 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하였다. 무슨 말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리. 가는 길목의 나무에 드리워진 눈꽃송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없는 겨울의 푸근함을 느끼게 하였다. 눈 속의 산행은 미끄럽다. 조심조심하면서도 미끄러지는 경우
야 어쩔 수 없었다.
3월과 4월의 산행은 그리 춥지는 않았다. 만물이 새롭게 피어나는 봄. 봄기운 그대로 산은 아지랑이를 뿜어내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반겼다. 산 속에 피어나는 산 풀들의 향기가 마음을 적시게 했다. 봄 냄새가 온 산을 덮고 산등성이로 피어 이어지는 푸르른 숲 기운은 보기만 해도
감싸주는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5월엔 비속에 산행을 했다. 눈이 와도 비가와도 산행은 계속됐기에 그랬다. 개울이 넘쳤다. 폭우 속의 산도 좋았다. 운우(雲雨)가 있는 산.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속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 속에 자연이 함께 하고 있었다. 비가 속옷을 파고들어 몸을 간지려도 좋은 산 맛은 어쩔 수가 없었다.
6월의 산행은 더웠다. 겨울의 산행도 산을 오르다 보면 땀으로 흠뻑 젖는다. 하물며 6월의 산행이랴. 온 몸이 사우나를 한 듯 땀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사우나의 땀 흘림과 산행에서의 땀 흘림은 차원이 틀리다. 산행의 땀 흘림은 피 속, 뼈 속, 골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땀방울들이다. 그 땀방울은 피를 맑게 하고 뼈를 맑게 하고 골을 맑게 하는 그 것이다. 아는 사람의 인도를 받아 산행을 시작한지 6개월. 금년 1월부터 월 2회 정도 산행을 했다. 1970년 군에 병사로 입대해, 군에 있는 동안 받았던 유격훈련 때의 산행 이후 처음이다. 30여년만의 산행이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했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산행을 하게 된 이후 골프 치는 것이 시들해졌다. 오래전부터 골프로 좋아했다. 한여름 9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도 골프를 마다하지 않고 땀을 흘리며 치곤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골프를 치고 집에 오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오르고 내려온 산행을 하고 집에 오면 그렇게 몸이 가벼울 수가 없다.
앞으로 더 산을 다니면서, 골프도 치겠지만, 왜 산행과 골프 치는 것이 몸의 컨디션에 차이가 나는지 더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아마, 정신적인 곳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한 여름이 시작돼 찜통이 계속된다. 이 여름엔 산행을 해보는 것도 싫지 않으리. 땀 흘리며 산 정상에 올라 산풍(山風)을 맞이하는 그 맛. 산행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겐 산이 있어 마음도 맑히며, 더위도 가실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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