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식물인간 샤이보 파장, 사망희망서 평소 60배 폭증
‘식물인간’ 테리 샤이보의 죽음을 둘러싼 공방과 맞물려 죽음의 선택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샤이보는 지난 3월31일 사망했지만 최근 제프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샤이보의 남편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 검찰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많은 사람들은 사망희망서를 통해, 자신이 식물인간이 되면 어떻게 하라든가 몸의 상태에 따라 어떠한 조치를 취하라든가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남기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를 다시금 끄집어내 한바탕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려 들자 조용하고 평화롭게 숨을 거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품위 있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다.
개인 신념, 종교, 사회관 등 혼합돼 다양하게 표출
“구차한 연명은 싫다” vs “고통조차도 신의 축복”
“정치공방 대상 싫다” 의료행위·의사결정권자 명시
죽음과 관련한 희망사항을 받아들이고 지원하는 플로리다의 비영리단체인 ‘Aging with Dignity’에는 지난 3월이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려는 사람들로부터 80만장 이상의 서류가 접수됐다. 의뢰인들은 희망사항뿐 아니라, 의료 담당자를 지목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전권을 위임할 친척이나 친구 이름을 명시했다. 평소에 비해 60배나 많은 수다. 트럭에 실려 들어올 정도로 접수서류가 많다.
뉴욕에 사는 크리스티나 레스코(45)는 15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 온 샤이보를 보면서 자신에게 만일 이러한 불상사가 닥칠 경우 오빠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하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다. 자신의 목숨을 타인에게 맡기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그나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위임해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플로리다 윈터 팍에 사는 내과의사 세실 윌슨은 “노인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망희망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문의를 해 온다”고 전했다. 샤이보 공방이 치열할 때 죽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미의사협회 웹사이트에는 방문자가 평소의 25배나 증가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의사가 안락사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사망희망서를 명확하게 기록하지 않을 경우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의 기구한 상황을 이용하려들지 모른다는 현실인식이다.
미래의 일에 대해 미리 바라는 내용을 담는 서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사망희망서는 의료행위를 언급한다. 인공호흡기와 음식튜브 등 기계적인 장비까지 포함된다. 환자가 특정한 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른 하나는, 대리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환자가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변호사에게 지속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대리인으로서 의료행위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대리인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망 직전이나 건강상태가 위중할 때 거론되던 사망희망서는 이제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에서도 논의될 정도로 일상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샤이보 케이스 때문이다. 브루클린 하이츠의 제일장로교회의 폴 스미스 목사는 의료행위를 통해 재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튜브를 통해 음식을 공급하거나 산소호흡기로 연명하지 않겠다는 사망희망서를 작성해 놓았다. “죽음은 삶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과정이다. 이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편안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아마비를 앓은 마릴린 새비올라는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지금 세상은 일회성 사고가 판을 친다. 삶도 그러한 인식에 지배되고 있다. 나는 나의 생명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 최후의 순간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뇌사상태를 제외하곤 모든 의료행위를 해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식물인간 상태로 5년간 지속될 경우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회교도들의 코란의 가르침과 현실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인디애나의대 새이드 아타 교수는 코란의 원칙대로 안락사 등은 안되지만 죽어 가는 생명을 무한정 연장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버지니아 알링턴의 카톨릭 신자인 안드레아 알바니스(27)는 “내가 아무리 고통스러운 과정에 있다해도 주위에서 나의 생명을 끊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해 최근 카톨릭 교구에 제출했다. “고통에도 가치가 있다. 고통도 예수께 바칠 수 있다. 고통은 우리의 영혼과 내세에 유익이 된다” 알바니스는 확신에 차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