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삶을, 삶은 배움을 위한 것’
남의 가치관에 열린 마음 가져야
해마다 졸업시즌이 되면 저는 케이블 TV인 C-SPAN 채널을 즐겨 봅니다. 미 전국 대학 유명인사들의 졸업연설을 생방송해 주니까요.
얼마 전 브라운 대학 졸업식 때 강연한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은 한 마디로 “용감하게 경쟁하고, 용감하게 남을 돕고, 용감하게 꿈을 가져라.”(Dare to compete, dare to care and dare to dream!)였습니다. C-SPAN은 졸업 연설문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주로 대학생들이나 고교생들에게 유명한 사람들이 한 강연을 재방송해 줍니다.
지난 6월9일에는 조카의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354회 하버드대 졸업식(Harvard Commencement)에 가서 ‘역시 전통 깊은 하버드 대학교는 세계 리더를 기르는 곳이구나’ 재확인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버드 1967년도 졸업생인 배우 John Lithgow가 예술가로서는 22년만(1983년에 유명한 라티노계 미국 소설가인 Carlos Fuentes가 졸업 연설자로 초청된 후)에 하버드 동창회 미팅에 졸업 연설자로 초대되어 보스턴시의 가장 세력 있는 신문인 The Boston Globe 6월9일자에도 크게 다루어졌습니다.
옛날에는 졸업식과 졸업장이 모두 라틴어로 쓰여지고 진행되었다는 하버드 대학에서는 그 전통을 따라 졸업생 대표로 백인 여학생이 라틴어로 졸업연설(Latin Salutatory)을 한 뒤, 라티노계 여학생이 학부 대표로 졸업 연설을, 흑인계 여학생이 대학원 대표로 졸업 연설을 아주 똑똑하고 유창하게 하였습니다. 졸업 연설 학생 대표들이 전부 여학생들이었습니다. 하버드 총장 로렌스 서머즈(Laurence Summers)가 과학분야에 여자들이 덜 진출하는 것은 여자들이 과학을 잘 못하는 탓이라는 발언을 하여 온 미국 언론계와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점을 보완이라도 하듯 전부 똑똑한 여자 졸업생만 졸업 연설자(orator)로 선출되어 색다른 점도 있었으나 동양계 여학생이 빠져서 좀 아쉬웠습니다.
연설 제목도 ‘Campus of Dreams’(꿈의 대학시절) ‘Perfect Imperfection’(완전한 불완전성) ‘One Journey’s End is Another’s Beginning’(여정의 끝은 다른 여정의 시작)도 좋았지만 그 내용들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사회 개혁의 병정들이다. 진정한 성공은 우리가 돈을 얼마나 버는가가 아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가에 있다.”(We are foot soldiers for transformation. Success is not how much money we make. The true success will be how many lives we touched.)라고 성공을 정의한 뒤, 끝없는 가능성과 무한한 기회에 대해 열정과 깊은 동정심의 대사(ambassador)가 되어 미국사회 및 온 세계를 변화해야 된다고 외친 젊은 졸업생 대표자의 연설이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일에만 주력하는 많은 한인 부모들에게도 대입에만 관심 두지 말고, 또 자녀들이 대학·대학원 졸업 후 자신만을 위한 물질적 성공에 그치지 말고, 한인들이 미국에서 살아감으로써 얼마나 미국을 더 발전시켰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역사와 사회에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혼자 일등하고 혼자 최고가 아니라 남과 더불어 우리들의 지식을 함께 구성(co-constructing our knowledge together)해 우리 커뮤니티와 국가와 세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함께 노력해 만들자는, 그래서 인포메이션 시대에 지성적 단결(intellectual unity)과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 다양성을 가진 모든 국가의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하버드 대학 졸업식 메시지였습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제가 일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옛 졸업생 학부모들도 식장에서 만나게 되어 ‘세월이 흘러 벌써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는구나’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서머즈 총장은 학부생들에게 “이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그러나 이 졸업장이 생각을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니 여러분 자신이 독립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Your diploma, of which you should be proud, will not do your thinking for you.)라고 젊은 졸업생들의 독립적 사고력(independent thinking)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Class Day 스피커로 초청되었던 NBC 뉴스 워싱턴 지국장이자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의 사회자인 언론인 Tim Russert는 “인간이 진정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다른 인간을 도와주는 것 이상 더 좋은 일은 없다”(No exercise is better for the human heart than reaching down to help another human being.)며 남을 이끌고 도와주라고(to lead and help others) 권고했습니다.
대학진학 학생 가이드(a guide for college-bound students)인 ‘Off to College 2005 Edition’(Dees Communications 출간)에서는 “Not just in college, but in life, learning is for life, and life is for learning”(대학에서 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배움은 삶을 위한 것이요, 삶은 바로 배움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다양성을 받아 들이라’는 섹션에서는 다음과 같은 좋은 충고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남의 가치관과 남의 가치에 열린 마음을 가져라.(Be open-minded to the value and worth of others and to their ideologies and concepts.)
▲다른 사람들의 스피치, 옷, 습관, 행동에 대해 인내심, 관용, 용납하는 태도를 가져라. 사람들은 환경의 산물이다.(Exercise patience, tolerance, and acceptance of people whose speech, dress, habits, and behaviors differ from yours. People are products of their environments.)
▲자신의 문화적 역학을 이해하라. 자신의 문화에 대한 지식은 타문화를 이해하는 기초다. 가족과 친척, 친구, 그리고 모든 지인들이 오늘의 너를 형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여 왔다.(Know and appreciate the dynamics of your own culture. Knowledge of your own culture is the beginning of an understanding of that of others. Your immediate family, relatives, friends, and acquaintances have played a role in shaping you into the person you are.)
문의 sko1212@aol.com 또는 DrSuzieOh@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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