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식씨의 고추장 이용한 요리
처음엔 끼니 때우는 정도서
맛있게 먹는 방법 연구 시작
약재인 감초까지 사용하는
고추장 요리의 달인으로
남자들이 혼자 살게 되면 먹고 사는 것에 있어선 결국 세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집에서 전혀 요리를 해먹지 않고 밖에서 외식만 하는 타입. 두 번째는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만 해먹는 유형. 그리고 마지막은 요리의 달인이 되는 경우다.
임대식(33, Gallery Asto 큐레이터)씨는 대학시절부터 자취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라면만 끓여 먹던 케이스. 하도 라면만 먹었더니 나중에는 머리카락까지 면발을 닮아 고불고불해지는 기분이더란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이 사나이는 칼을 빼들었다. 처음에는 별 욕심 없이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지만 하다 보면 느는 게 살림 아니던가. 같은 재료라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 강원도 횡성 두메산골. 본래 우리는 뼈와 살이 굳어질 때 먹었던 음식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두루치기, 민물고기 매운탕 등 그의 미각 세포에 너무나 익숙한 고향 마을의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추장을 듬뿍 쓴 매운 요리들. 그는 자신의 입에 꿀맛인 고추장을 이용한 요리들을 집중적으로 해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있는 재료 다 집어넣고 고추장을 더해 쓱쓱 밥을 비벼먹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손이 좀 더 가지만 고추장을 넣고 있는 재료들을 볶아봤더니 거의 쓰러질 만큼 맛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이제 고추장을 넣고 끓이고 졸이는 수준까지 오른 그는 비빔국수, 부대찌개, 떡볶이, 제육 고추장 불고기, 닭고기 고추장 볶음, 더덕 양념구이, 북어포 강정, 닭고기 감자찜, 고추장 소스로 구운 오징어 철판구이 등 주부들도 망설일 만한 고난도의 요리까지 척척 해내게 됐다.
그가 이렇게 고추장 요리의 대가가 된 것은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어떤 재료가 고추장 맛을 살리고 죽이는가를 임상적으로 체득한 결과다.
고추장과 함께 섞여 더욱 맛을 좋게 하는 양념으로는 마늘, 파, 청주, 참기름, 설탕, 깨소금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끔은 쌉싸름한 맛의 생강을 넣어야 맛이 더 사는 경우가 있고 그의 야심작인 고갈비(고등어 갈비)의 경우에는 한약방에서 약을 지을 때 들어가는 감초를 더하기도 한다. 그렇게 개발한 요리가 고갈비다.
“요즘 신세대 주부들은 제 아내만 보더라도 생선요리 하는 것에 상당히 겁을 먹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감초와 생강을 넣으면 아무리 냄새가 진동하는 고등어도 비린내가 싹 가셔요. 워낙 기름기 많은 생선이 맛있잖아요. 비린내를 쫙 빼고 양념을 듬뿍 넣어 구운 고갈비, 제가 만든 거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약재인 감초까지 요리에 넣게 된 데는 아버지의 공이 크다.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은퇴 후 삼림감독원으로 소일을 하셨는데 산의 나무가 잘 자라나, 밀엽꾼은 없나를 살피는 와중에 산에서 나는 갖가지 약초에 대해 살아있는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송이도 직접 따시는 아버지로부터 그는 요리에 감초를 넣으면 좋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고추장 수제비는 강원도 장국 칼국수에서 영감을 받아 시도해 본 요리다. “강릉에 있는 칼국수 집에 가면 칼칼하게 고추장을 풀어 칼국수를 끓여줘요. 감자와 양파, 호박 등 야채를 많이 넣으면 고기를 넣지 않아도 국물 맛이 좋아집니다. 뜨거운 데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장 수제비를 먹고 나면 온 몸에 땀이 물 흐르듯 나면서 오히려 시원해지죠.”
임신 6개월째에 들어선 아내 안현신(32, 주부)씨는 요리 잘 하는 남편 둔 덕에 해다 바치는 맛있는 요리 먹으며 태교에만 열중한다고 행복한 미소다. “야채를 볶을 때는 처음부터 고추장을 넣어 맛이 배어들게 하세요. 끓이고 볶을 때 고추장 맛은 가장 좋아집니다.” 고추장 요리 대가가 직접 들려주는 ‘오늘의 요리, 고추장 편 핵심 정리’다.
■ 고추장 수제비
밀가루에 소금, 후추, 혼다시를 약간 넣고 수제비 반죽을 한다. 멸치와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여 다시국물을 낸 후 여기에 고추장을 풀고 된장을 약간 넣어 국물을 만든다.
감자는 약 2~2.5개 정도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표고버섯과 양파를 감자에 준하는 양만큼 썰어 넣는다. 야채를 많이 넣으면 물을 많이 넣지 않아도 야채에서 감칠맛 나는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마늘을 1.5큰술 정도 더한 뒤 수제비 반죽을 손으로 뜯어 넣어 한소끔 끓여낸다.
■ 고갈비
무와 양파를 거의 다지다시피 잘게 썰고 멕시칸 고추와 파, 마늘, 감초는 다진다.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생강, 후추, 혼다시, 깨소금을 위의 재료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그릴에 고등어를 얹고 양념을 아주 듬뿍 발라 구운 후 접시에 데친 브로컬리와 버섯으로 장식해 담아낸다.
<박지윤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