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기만 하면‘나만의 명품’
요즘 패션은 브랜드보다 가치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로 휘감는 대신 ‘패션을 즐길 줄 아는’ 감각이 우선 한다. 패션을 완성시키는 액세서리 역시 마찬가지. 예전에는 명품 목걸이 하나를 사면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옷차림에 상관없이 그 목걸이를 걸치고 다녔지만 이젠 옷차림에 따라 보석의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다. 프리미엄 진에 요즘 유행하는 튜닉(느슨한 블라우스)을 입고서 금목걸이를 하는 건 아무리 명품이라도 어색하다. 이럴 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패션 주얼리는 개성파 패션 리더들에게 뚜렷한 자신감을 선사한다. 특히 비즈나 크리스털로 만든 액세서리는 영롱한 광채와 투명함, 다채로운 색감이 명품 보석 못지 않아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이다. 요즘 유행하는 보헤미안 스타일과 에스닉 풍의 액세서리도 모두 비즈 공예로 통한다. OC 한국일보 문화센터에서 비즈 공예를 가르치는 애니 김씨의 클래스에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패션 주얼리에 도전해 본다.
흰색이나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빛 의상에 잘 어울리는 비즈 목걸이.
원하는 색상으로 바꿀 수 있는 크리스털 비즈공예 시계.
개나리꽃을 응용한 크리스털 비즈 목걸이와 귀골이, 반지 세트.
북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 공예품.
비즈 표면을 다이아몬드 문양으로 연속 커팅한 스와롭스키 크리스털.
다이아몬드나 금처럼 한정된 소재는 디자인의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고 값이 비싸다. 반면에 크리스털, 비즈 같은 신소재를 사용한 패션 주얼리는 저렴하면서도 색상이나 디자인에서 훨씬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하물며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담을 수 있는 비즈 공예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명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감각파의 튀고 싶은 패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만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내가 만든 비즈 공예품이라 해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패션 주얼리와 가격 면에선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내 손길이 닿은 보석임을 감안한다면 ‘값을 매길 수 없는’(priceless) 패션 주얼리가 바로 비즈 공예의 결과물이다.
비즈 공예의 장점은 목걸이나 귀고리, 반지 같은 액세서리뿐 아니라 셀폰 줄, 열쇠고리, 시계줄, 헤어핀 등 다양한 패션소품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재료만 달리 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게 특징이다.
주재료는 크리스털(crystal), 파이어 폴리시(fire polish), 진주(pearl), 시드 비즈(seed beads), 원석(gemstone), 론델(rondel) 등. 특히 스와롭스키 크리스털(Swarovski crystal)이나 미유키 비즈(Miyuki beads)로 만든 액세서리는 명품과 같아서 패션 주얼리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한다.
그러나, 실제로 비즈 공예에 도전해보면 처음에는 답답하고 짜증도 밀려온다. 필요한 재료를 진열해 놓은 플래스틱 사각통은 수십 가지 색상의 비즈들이 담겨 있어 겉보기엔 현란하지만, 막상 목걸이나 귀고리 등을 만들기 위해 종이에 그려놓은 복잡한 설계도를 보면 ‘과연 내가 저렇게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을지’ 난감해진다. 그래도 막상 해보면 쉽다는 강사의 말에 용기를 얻어 재료를 모두 납작한 접시에 담는 순간 돋보기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허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완성품을 놓고 보면, 심미적인 자연스러움과 나만의 개성을 동시에 지향한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대단하고, 자신의 섬세한 안목을 자랑하며 공들여 만든 수공예품을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는 뿌듯함 또한 비할 데 없다.
게다가 짧으면 30~50분, 길면 2∼3시간이 걸리는 비즈 공예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더 없이 좋은 취미.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란할 때, 조그만 비즈 구멍에 줄을 하나씩 통과시키다 보면 잡념도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는 게 비즈 공예를 하는 이들의 총평이다.
<글·사진 하은선 기자>
OC 한국일보 문화센터에서 비즈 공예를 강의하는 애니 김(서있는 사람)씨가 낚싯줄에 알록달록한 알갱이들을 끼워 완성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비즈 공예의 기초>
기초 과정에서는 12구 귀걸이, 팔찌, V자형 목걸이, 흑진주 반지, 론델 헤어핀, 클로버 귀걸이, 사각반지, 오각목걸이, 주머니 셀폰 줄, 30구 목걸이를 만든다. 비즈 공예의 기본적인 기법은 비즈 끼우기와 교차하기, 마무리, O링 이용하기, T핀 9핀 이용하기 등.
초보자에게 비즈 끼우기는 정말 어렵다. 콩알도 아닌, 좁쌀 만한 크기의 비즈를 집어 구멍으로 낚싯줄을 통과시키노라면 눈알이 빠질 것 같다는 말밖엔 표현할 도리가 없다. 손으로 비즈를 집어 끼우면 시간만 잡아먹기 때문에 처음엔 어렵더라도 강사가 알려주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얕은 플래스틱 상자나 천을 깔아 비즈가 구르지 않도록 한 후, 낚싯줄을 끝에서 1인치 정도로 잡고 비즈를 줍는다는 느낌으로 낚싯줄에 비즈를 끼우는 게 키포인트. 다음으로 교차기법. 말 그대로 낚싯줄 2개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어 마무리는 한쪽 끝에 비드 팁(흔히 ‘올챙이’라고 부른다)을 끼우고 크림프 비드(고정볼)를 끼워 평 펜치로 눌러 고정시킨 후, 낚싯줄을 두 번 묶어 준다. 남은 낚싯줄을 잘라준 후, 평 펜치를 이용해서 비드팁을 속의 매듭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예쁘게 닫아준다.
<비즈 공예에 필요한 용품>
비즈 공예를 하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기본 공구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비싼 돈을 주고 고급공구를 장만할 필요는 없다.
‘평 펜치’(Niddle Nose Pliars), 목걸이 줄을 자를 때 쓰는 ‘니퍼’(Nipper), 핀 끝을 동그랗게 말아 주는 ‘9자 말이’(Round Nose Pliars), O링을 열고 닫는데 필요한 ‘작업반지’(Linking Ring), 비즈를 꿸 수 있는 ‘낚싯줄’(Jewelry Wire)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가위, 핀셋도 필요하고, 점차 실력이 나아진다 싶으면 9핀(비즈를 끼워 연결할 때 사용하는 핀), 비드팁(고정볼을 넣어 단단히 오므려 탭을 달아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것) 등의 부재료를 갖추는 게 현명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비즈(Beads). 오래 쓸 수 있는 액세서리를 만들려면 무조건 싼 것을 고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비즈에도 나름대로 명품 브랜드가 있다. 투명하고 다채로운 빛깔이 매력적인 크리스털 비즈는 스와로프스키 제품이 유명하고, 좁쌀 만한 크기의 기본구슬인 시드 비즈는 미유키 제품이 좋다. 이외에도 유색의 원석(gemstone)이나 크리스털 진주, 캣츠아이(cat’s eye) 등의 준보석류와 스털링 실버 비즈(Sterling Silver Beads)나 알파벳 큐브 비즈(Alphabet Cube Beads) 등도 나만의 명품 액세서리를 만들기엔 무난하다.
<비즈 공예를 배우려면>
한인들을 대상으로 비즈 공예를 강습하는 공간은 ▲OC 한국일보 문화센터 9572 Garden Grove Blvd. Garden Grove 문의 (714)530-6001 ▲크리스털 공방 129 S. Western Ave. LA 문의 (213)383-3322가 대표적이다.
혼자 터득하고 싶다면 책을 보면서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알라딘 US의 베스트 추천도서는 ‘아름다운 비즈공예-플래시 애니메이션 강의가 있어 더욱 쉬운 이벤트’(국영주, 유진영 지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비즈공예’(이우정 지음, 생활문화사 출판) ‘비즈 공예-아름다운 여자의 패션 포인트’(효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효성출판사) 등이 있고, 웬만큼 자신이 생겼다면, 매거진 ‘비드 앤 버튼’(Bead&Button)과 ‘비드 스타일 매거진’(Bead Style Magazine)을 참고해 최신 유행 아이템에 도전해보자.
공구나 부재료 값은 큰 부담이 없지만, 적게는 수십 개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개의 비즈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즈 값은 만만치 않다. 목걸이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비즈가 100개 정도 기본으로 들기 때문. 몇 가지 색상을 정해 패키지로 구입하면 재료비를 줄일 수 있다.
LA인근 비즈 구입처는 ▲뷰티 앤 비즈(Beauty & the Beads, Inc.) 607 S. Hill St. #P38 LA (213)239-8887 ▲비드 팩토리(Bead Factory) 812 Maple Ave. LA (213)627-9553 ▲비드 소스 LA(Bead Source LA) 10606 West Pico Blvd. West LA (310)841-263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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