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캐년 국립공원
메모리얼 연휴에 우리 가족은 1박2일로 간단하게 킹스 캐년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킹스 캐년은 LA에서 4시간여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데다, 산 좋고 물 좋고 나무 좋고 공기 좋아 한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드리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는 세코이야 국립공원과 바로 붙어있어 한여름 캠핑 피서지로 이만한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 킹스 캐년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등, 캐년들마다 각자 특징을 담은 이름이 붙어있는데 킹스 캐년이야말로 그 이름처럼 캐년 중의 왕”이라고 감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대로 계곡들의 왕, 킹스 캐년의 장엄한 위용은 갈 때마다 우리를 압도하곤 한다.
이번에는 특히 엄청나게 불어난 물 때문에 정말 장관이었다. 올겨울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계곡을 굽이치며 달려 내려오는 물살이 콸콸콸콸~ 거세다못해 용트림을 하면서 하얗게 물안개를 일으키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잠깐 어느 부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마일에 걸쳐 차로 달리는 동안 쉬지 않고 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치 막혔던 댐이 터져 나온 홍수처럼, 어찌나 성난 듯 몸부림을 치고 포효하며 쏟아져 내리는지, ‘도대체 저 많은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어 두군데 방문했던 폭포 역시 나이아가라가 울고 갈 정도의 강도로 미친 듯이 폭포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가까이는 갈 엄두도 못 낸 채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날아오는 물보라에 금방 온 몸이 젖어버렸고, 곳곳에 무지개가 피어났으며, 그 시원한 물소리가 사람들의 말소리를 차단하고 있었다. 일생에 다시 보기 힘든 물 구경을 하고 싶은 사람은 올 여름 꼭 킹스 캐년 국립공원에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메모리얼 연휴에 사상 최대의 인파가 떠난다 하여 킹스 캐년도 너무 북적이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물가에 곰이 나타나 함께 하이킹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큼직한 노루가 뛰노는 것을 보았고 한번은 갑자기 달리는 차 앞에 노루가 나타나 대형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끊어진 트레일도 있었고, 많은 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하이킹에 또 다른 도전이 되기도 했지만 ‘흄 레이크’ 호숫가에서 놀기도 하고 ‘미스티 폴스’라는 깊은 산중 폭포까지 4시간 동안 걸어야하는 트레일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국립공원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연을 거의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높은 산꼭대기까지 차로 50마일이상 속력을 내어 달릴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은 미국이란 나라가 경탄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정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인공적으로 손대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이 다녀가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국립공원(National Parks) 시스템은 우리 자신도 함께 지켜 나가야할 자연관광 제도라고 생각한다.
1872년 옐로스톤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미국에는 50여개의 국립공원들이 산재해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는 요세미티, 킹스 캐년, 세코이야, 데스 밸리, 조슈아 트리, 래슨 볼캐닉, 레드우드, 채널 아일랜드 등 8개가 있는데, 국립공원이 한 개도 없는 주가 20여개나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겠다.
우리 가족은 캘리포니아 내의 8개 국립공원을 모두 방문했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곳은 래슨 볼캐닉(Lassen Volcanic) 국립공원이었다. 북가주에서도 한참 더 올라가 LA에서 8시간 이상 운전해야하는 곳이라 한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지만 오래전 그곳에 갔을 때의 기쁨과 감동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이 산은 요세미티와 킹스 캐년과 옐로스톤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국립공원이다. 장엄한 산세와 함께 수많은 호수, 온천과 간헐천 등이 곳곳에 산재해있고 아기자기한 수많은 트레일이 있으며 무엇보다 방문객이 적어 호젓하고 한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기억된다.
숨막히듯 돌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쉼표 한번 찍게 해주는 여행은 인생의 중요한 활력소다. 새로운 여행을 기다리며 일 속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또 다른 떠남이 훌쩍 다가온다. 다음 번에는 어느 곳으로 떠날까? 벌써부터 기대가 밀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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