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먹거리 동네 가 보니…
구이서 꿀떡까지
너도나도 웰빙
아이디어 요리 인기
한국에 살면서 체중 조절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대문 밖에만 나서면 리어카의 새빨간 떡볶이가 눈을 유혹하고 고개만 쳐들면 생고기, 매운 낙지 간판이 식욕을 자극해오니 말이다.
밤늦도록 식사를 못 했더라도 대도시에선 걱정이 없다.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집은 물론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에도 구이집에서는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구이집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면 대한민국에 언제 광우병, 구제역 파동이 있었나 싶다.
고만고만한 고기 메뉴를 조금이라도 튀게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은 대단하다. 이미 LA에도 소개된 바 있는 와인 삼겹살, 녹차 삼겹살은 기본. 목등심, 쫀득이 돼지구이, 떡살 등 듣도 보도 못한 부위는 대부분 얼리지 않은 생고기라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것이 아주 맛있다.
구이의 질은 만족할 만하지만 양이 영, 성에 안 찬다. 2인분을 시켜도 LA에서의 1인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좀 먹었다 싶게 시키려면 한 사람 당 2인분은 돼야 한다. 그래도 대학가의 구이집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을 위해 거품을 완전히 제거한 저렴한 집이 꽤 된다. 물론 이 경우 물과 반찬은 셀프서비스를 해야 한다.
요즘 한국에선 웰빙을 빼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몸에 좋은 해초 비빔밥, 새싹 비빔밥, 클로렐라 냉면, 녹차 수제비 등 먹고 나도 속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메뉴들이 더욱 다양하게 개발됐으면 싶다.
LA에도 한두 집 문을 연 매운 불닭. 그 원조 격인 홍초불닭 집을 찾아봤다. 찌고 양념하고 직접 불에 굽는 세 단계의 조리 방법을 거쳤다는 불닭은 계속 손부채를 만들어 얼얼한 혀를 달래면서도 계속 입에 넣게 되는 중독성을 지녔다. 누룽지탕은 불닭과 천상의 궁합이다.
요즘 한국에서 와인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강남 아파트 단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와인 샵은 세계 각지의 와인들을 종류별로 갖추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에 열린 와인 엑스포에는 국내 수입업체와 해외 생산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한국이 새로운 와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강남 역 인근의 프론토(Pronto)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종류의 와인, 맛깔스런 안주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와인 바. 와인 값도 부담 없고 안주 맛도 썩 좋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 가면 꼭 들러 한 끼 식사를 하고 오는 동네가 인사동이다. 좁다란 골목길에 빽빽이 들어선 한정식 집들 가운데 도대체 어느 집을 들어가야 하는가는 늘 고민거리. 앗,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영웅인 ‘히딩크가 다녀간 집’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번쩍 뜨인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선택은 탁월했다.
‘사람과 나무’의 점심 특선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나오면서도 가격은 고작 7,000원이다. 쇠고기, 야채, 버섯, 산채나물과 밥이 함께 철판에 구워져 오븐에 데워진 평양식 산채 철판 비빔밥은 맛도 모양새도 브라보. 쫄깃한 해물전과 야트막한 전골냄비에 담겨 나오는 된장찌개도 별미다. 한 상 쫙 깔려나오는 반찬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곳으로 전통 가옥의 마당을 이용한 패티오도 분위기 있다.
인사동엔 전통 공예와 더불어 전통 먹거리가 가득하다. 왕가위를 탕탕 두들겨가며 호박엿을 파는 노점상, 어릴 때 뽑기 뺑뺑이 돌려 당첨되면 입이 함지박만 해졌던 여러 모양의 설탕 과자, 달고나, 한과, 번데기...
‘진 어전 핫 바를 찾는 사람들’이란 멋진 간판을 내건 노점상은 어묵이 전문. 맛살과 김, 떡을 넣고 통통하게 튀긴 것, 맛살을 다져 넣고 가운데 메추리알을 박은 것 등 모두 하나같이 먹음직스럽다. 순 생선살만을 치대 즉석해서 튀겨 뜨끈뜨끈하니 얼마나 꿀맛이던지.
요즘 들어 인사동 길에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먹거리는 꿀 떡. 가래떡에 각종 견과류와 마른 과일을 넣은 후 꿀을 넣어 즉석해서 볶아주는데 애플파이가 울고 갈 만큼 괜찮은 후식이다.
교외로 나가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보는 우동만큼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큼 깨끗하게 단장한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팔도의 독특한 먹거리에 더해 옥수수, 호두과자, 밤 만주 등 주전부리도 다양하다.
곳곳의 편의점에서는 참 독특한 음식 문화를 접한다. 즉석 라면, 즉석 국밥은 물론 어묵, 샌드위치, 삼각 김밥 등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으며 꼬마 김치, 노란 무 등 부식까지 구비하고 있어 여느 레스토랑 못지 않은 풀코스를 즐길 수 가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우리들의 뼈와 살을 구성하고 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조국. 떠나 살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조국의 품에 살포시 안겨보자. 먼 길 찾아온 우리들을 조국은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끌어안아 줄 테니까.
인사동에 새롭게 등장한 꿀떡.
‘사람과 나무’의 평양식 산채 철판 비빔밥 정식.
홍대앞 구이집, 주경야돈. 삼겹살 전문점이다.
지글지글 쫄깃한 육질을 즐길 수 있는 생고기집.
흰살 생선만을 엄선해 즉석해서 튀겨주는 어묵.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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