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주에 콜로라도의 인공위성 TV업체인 엑코스타 회사가 장님 직원 한 사람을 차별한 결과로 800만달러의 벌과금을 내도록 배심 판결을 받았다. 이 케이스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JAWS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음성변환 장치)를 고용주가 설치해 주지 않았다고 EEOC(연방균등기회위원회)에 고발한 데서 시작됐다. EEOC가 조사한 후 장애자 편익 도모 거부 및 차별이라고 판정하여 법원에 갔던 것이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가끔씩 한인들이 차별문제로 주 인권국으로 상의해 왔던 가슴 아픈 케이스들이 생각났다.
내게 협조를 요청했던 한인들이 인권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언어장애로 대화 소통, 문서 작성, 서류 답신에서 쉽게 낙오되는 점이다. 둘째는 감정적인데 비해 절차적 행동의식이 약해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처음에는 격분했다가 쉽게 누그러지며 케이스 진행을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셋째 모든 인종 고발자들의 공통적 허점은 막강한 고용주에 대항할 증거를 철저히 확보하기 어렵고 동료들이 증인 서기를 꺼리기 때문에 올바로 차별을 판정 받는 케이스는 10분의1도 못된다.
미국의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기는 1791년 제1 수정헌법 권익장전에서 시작하여 남북전쟁 직후의 입법 노력등 긴 역사를 가졌지만 차별을 실제로 단속하는 법은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서명한 인권법부터이다.
1964년 민권법 타이틀 7은 취업이나 고용인 대우에 인종, 피부색, 출신국, 종교, 성별 등으로 차별을 금하는 법으로 시작했다. 그후 68년 공평주택법과 90년 신체장애자법이 추가되어 민권법 집행에 주요 근간을 이룬다. 미국의 민권법들이 유엔의 인권장정 만큼 보편적 인권 보호를 하지 않으나 법 집행에서는 철저하다.
미국의 인권법 저촉으로 가장 많이 고발되는 이슈는 고용차별(차별 고발의 95%정도)이다. 40년전 첫 민권법 시행 때는 인종과 피부색에 근거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그후 90년대에는 성차별, 성희롱-성학대들이 탈세 문제보다 더 두려운 것으로 부각되었고 2000년대에는 장애자 차별과 혐오범죄자 제재가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이민자 차별과 연령 차별이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 차별을 규제하는 가장 강력하고 케이스가 많은 기관이 EEOC다. 연방 법무부 민권국은 개별적인 케이스보다는 조직적 차별을 단속하는데 주력하고 건수가 적다.
차별 피해자에게 시나 카운티 단위의 민권기관이 가장 가깝게 있지만 각 주정부 민권 부서들이 미국 민권법 집행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주에는 민권 또는 인권(Human Rights 또는 Civil Rights) 부서가 국이나 커미션으로 편제되어 있다. 뉴욕주에는 휴먼 라이츠 디비전이, 캘리포니아주에는 균등고용 및 주택국이 있고 일리노이나 미시간주에는 인권국과 커미션이 이중으로 있다.
50개주에 고용차별과 주택차별을 단속하는 법과 기관이 모두 있고 연방 EEOC 및 HUD(주택 도시개발부)과의 협조로 거의 공통된 기준에서 차별을 단속한다. 이들 기관에 접수되는 연간 고용차별 케이스만도 연방 EEOC에 8만건, 캘리포니아 3만3,000건, 뉴욕 5,000건 등이며 EEOC가 차별 고용주를 법정으로 끌고 간 소송 외에 직접 부과하는 벌금이 연간 2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민권법 고발의 한 가지 이점은 변호사비를 들이지 않는 무료 행정 고발 절차이며 무고죄가 없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뒤에서 돕는 자생단체가 있으면 권익투쟁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인종별 민간 민권단체로는 흑인계, 유대계, 히스패닉의 전국적으로 강력한 단체들이 있고 ACLU(미국 시민자유연맹) 같은 범시민 단체들도 있다.
한인사회에는 이런 조직이 미약하다. 사법기관에 억울하게 체포되거나 혐오범죄로 피살되어도 공정한 재판은 고사하고 사연 규명조차 주장하지 못하고마는 동포들도 있다. 뒤늦게 서명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데 법 집행은 서명 엔진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규정과 절차 트랜스미션으로 움직인다.
특히 요즘 기승을 부리는 신분절도 추세가 동포들의 신분과 경제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 걱정이다. 한국의 참정권 추진이나 이중 국적법에 신경을 쓰는 유지와 단체들이 많은데 바다 건너 이권보다 발등에 떨어지는 도끼에 관심을 둠이 어떨는지?
이윤모
일리노이주 인권국
연구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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