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북한이 북핵문제를 다루던 6자회담에 불참한지 1년이 가까워 오면서 한 때 6월 위기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해 6월 북한이 6자회담 중단을 선언한 이후의 행보는 북핵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할 만큼 위기를 조성했다. 공식으로 핵 보유를 선언하는가 하면 원자로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폐연료봉 재처리 수순을 밟았고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최근에는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려는 징후까지 포착됐다.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회담장에 돌아올 기미가 없게 되자 미국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하여 6월 위기설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6월이 가까워 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 일변도였던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등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고 남북한간의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유엔 안보리 회부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이 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경우 사면초가가 될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벼랑끝 외교를 일삼는 북한으로서는 벼랑끝에 도달한 셈이다. 이런 여러가지 정황이 6자회담 재개의 전망을 밝게 한다.
그런데 6자회담이 다시 열린다고 하여 북핵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 참가하더라도 북미 양자협상을 요구하여 핵문제 해결에 따르는 상당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므로 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또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고 북한과의 친소관계에 차이가 있으므로 북한의 책략에 따라서는 회의가 지지부진해 질 수도 있다.
사실 북핵문제의 해결 방법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 북한에 대해 경제 봉쇄를 단행하고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하여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심지어는 전면전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대북 제재에 앞장서야 할 미국이 이라크전 이후 외교적, 군사적으로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쉽게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른바 평화적, 외교적 해결이라는 6자 회담이다. 이런 허점을 알고 있는 북한이 북핵문제에서 강수를 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결국 6자회담이 열리게 된다고 하면 북핵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북한에 핵개발을 중단하는 댓가로 상당한 보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체제 보장일 수도 있고, 막대한 경제원조일 수도 있고, 또 두가지를 모두 포함할 수도 있다. 이것은 클린턴정부 당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중유 제공과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던 제네바 합의와 비슷한 해결책인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그 후 어떻게 되었던가. 북한이 겉으로는 핵개발을 중단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핵개발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에 제공된 많은 원조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는 커녕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핵개발을 도와준 결과가 되었다. 북한은 대미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개발을 한 걸음 물러섰다가 일단 양보를 얻은 다음에는 두 걸음 앞서 나가는 식의 핵개발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그러므로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상을 하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보장받아야 한다. 국제기구의 검증만으로는 부족하고 6자회담 당사국의 조사단이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은 제네바 합의의 재판에 불과할 것이며 6자회담은 당사국의 집권자들이 북핵문제를 도호하여 자신의 임기를 무사히 넘기려고 꾸민 연극에 불과하게 될 뿐이다.
만약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일보 후퇴, 2보 전진의 핵개발 술책에 말려들어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북한의 절대 우위로 바뀔 뿐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과 핵개발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대치관계 속에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무기 집중지대가 될 수 있다. 가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개발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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