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학창 시절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정말이지 180도 다르다”고 표현하는 3가 초등학교 선생님들. 왼쪽부터 스텔라 김, 자넷 김, 헬레나 윤, 한나 임 선생님.
부모들이 자녀 성장속도 못따라가
대화통해 걸맞는 가치관 만들어야
한인타운과 인근 초등학교에는 한인학생들이 많은 만큼 한인교사들도 많다. 한인학생수가 절반이 넘는다는 3가 초등학교(교장 수지 오)만 해도 한인교사 숫자는 10명이 넘는다. 그것도 단 한 사람의 총각 한인선생님을 빼고는 모두가 여자 선생님들. 대부분이 영어권 세대지만,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한인부모들이 속시원하게 자녀문제를 의논할 수 있을 만큼 한국말이 유창한 선생님들도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라는 보다 넓은 사회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 다음으로 신뢰하는 존재는 바로 초등학교 선생님. 이들은 꿈과 사랑을 먹고사는 어린 나무에 물을 주는 사람들이다. 내일(5월15일) 한국 스승의 날을 앞두고 3가 초등학교 한인여교사들, 헬레나 윤, 스텔라 김, 한나 임, 자넷 김씨를 만났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햇병아리같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자넷 김 선생님의 수업광경.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생님이 누구야?”
카페테리아에 올망졸망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대답은 바로 “우리 선생님”. 키득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이 좋은 이유를 물으니, ‘엄마보다 젊고 예뻐서’, ‘수업이 재미있어서’ ‘나를 많이 이해해주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어서’ 등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나온다.
‘그래, 이 기회에 너네 선생님이 얼마나 예쁜지, 왜 좋은지 샅샅이 밝혀보마’ 마음을 다지는 순간 선생님 4명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앗, 아이들 말이 정말이네…’
때마침 3가 초등학교를 찾아간 5월 첫째 주는 전미학부모교사협회가 정한 스승에게 감사하는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 내일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보다 훌륭한 인성과 지성을 키워나가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는 이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더욱이 아이들과 있으면 하나하나가 다 새롭고 모두가 다 에피소드라는 말은 듣는 이의 삶까지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이민자 부모 아래 성장했기에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혼란스러워하는 제자들을 쳐다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는 선생님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각별한 애정을 쏟고 싶지만, 그들 스스로가 극복해 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겹게 노력하는 과정을 바라만 보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고 했다.
아이들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를 책임지고 있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은 한인학생들에게 이중 문화를 지녔다는 독특함이 그들의 자산임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하는 ‘인기 있는 우리 선생님’들이다.
가장 선배인 스텔라 김(38) 선생님은 “예전과 달리 교육환경이 많이 바뀌고 아이들의 성향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자녀가 한 둘인 가정이 많고, 다들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교실에서 집중을 잘 못하고 인내심이나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부족해진 것 같다며, 아이들 모두가 자기만 먼저 쳐다봐 달라고 하고, 지금 당장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묘사한다.
10년 경력의 자넷 김(32) 선생님은 “사회가 급변하면서 폭력과 이혼율이 증가하고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높아져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교육의 기준이 자꾸만 높아지고 학업적 성취도와 사회 적응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면서, 요즘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예전에 비해 빨리 성장하는 것 같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나쁜 방향으로 변한 것만은 아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눈동자들은 교사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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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교편을 잡았다가 코디네이터가 된 헬레나 윤(32)씨는 “한인 학부모들은 교육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상당히 중시하고, 학교 시스템은 물론 특별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도 풍부해서 요구사항도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열이 높다고 해서 교육방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높다. 자식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귀한 자식이 먹는 점심이 걱정돼 도시락을 싸들고 직접 학교로 찾아오는 어머니들이 종종 있는데, 도시락까진 좋지만, 아예 카페테리아에 자리를 펴고 앉아 숟가락으로 아이에게 밥을 떠 먹여주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이들 모두가 직접적인 표시는 못해도 한인 학생들을 보는 눈이 남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이중언어반 3학년을 맡고 있는 한나 임(31)씨는 “이제는 이중언어구사가 필수인 시대이기 때문에 집에선 한국어를 사용하고 학교에선 영어를 구사하는 한인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는 힘들겠지만 특별히 혜택받는 존재임을 이해시키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먼 미래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급급한 학부모들이 ‘숙제의 분량’에만 집착해 안타깝다는 임씨는 “매일 1시간∼1시간30분 분량의 숙제를 두고 숙제가 너무 적으니 더 많이 내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학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에 가치를 두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새로운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이들은 방과후 대학원을 다니고, 끊임없이 연수를 받으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은 빨리 자라는데 비해 부모들은 자녀의 성장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아이들과 항상 대화를 나누면서 시대에 걸 맞는 가치관을 만들어 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헬레나 윤
뉴욕주립대 버밍햄을 졸업하면서 ‘미국을 위해 가르친다’(Teach For America·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저소득층 지역 학교 교사를 자원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LA의 사우스센트럴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3가 초등학교, 잔버로 중학교 교사를 지낸 윤씨는 현재 석사학위만 3개.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대학원에서 교육리더십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교사가 된 후 자신의 부모는 신문에 게재되는 수지 오 칼럼을 매번 스크랩해 보내주며 훌륭한 교사가 되라고 격려해준다는 윤씨는 장차 아시안 여성의 롤 모델이 되는 게 꿈이다.
▲스텔라 김
13년 간 밴나이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3가 초등학교로 옮겨와 이중언어반 2학년을 담당하고 있다. UCLA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윌셔초등학교에서 2년간 교편을 잡았고 다시 UCLA대학원에서 교육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교직생활 16년째에 접어드는 베테랑 선생님 스텔라 김씨는 세 아이의 엄마로, 둘째와 셋째는 엄마와 함께 3가 초등학교에 다닌다. 스스로가 교사이면서 학부모이기에 누구보다 한인부모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김씨는 “너무 부정적인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학생들과 지나치게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한나 임
2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한나 임씨는 UC어바인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LG전자 해외영업팀에 입사했다. 한국생활이 좋아서 택한 직장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교사의 소망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임씨는 훌륭한 교사기 되기 위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인터넷회사와 인터넷MBC 등에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았다. 미국으로 돌아와 페퍼다인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3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다. ‘이젠 알았다’고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좋다는, 엄격하지만 마음이 예쁜 처녀 선생님이다.
▲자넷 김
자넷 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UCLA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3가 초등학교에서만 10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김씨는 아이들의 개별성을 존중해 주면서 균형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생님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모두 내 아이처럼 살펴주는 부모 같은 마음이 교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으로 타의에 의한 교직생활보다,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고 입문해야 정말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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