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대체로 대기업들과 밀월관계를 유지한다. 벌목, 유전개발, 감세 등 여러 가지 이슈에서 죽이 맞는다. 그러나 지난 1월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기업연금플랜을 둘러싼 대응책에서 이견이 심하기 때문이다. 기업연금 플랜은 1990년대 말 주식 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흔들렸고 기업들이 기금 기여 규모를 줄이면서 휘청했다. 4,400만 의 노동자와 연금 수령자들을 위해 충분한 기금을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연금 기금은 1990년 3,000억 달러 흑자를 냈는데 이젠 4,500억 달러가 부족한 상태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가 연금문제의 심각성을 상세히 다뤘다.
3,000억 달러 흑자에서 4,500억 달러 적자로 곤두박질
주식버블 붕괴에 회사 기여 액수마저 줄어 부족 심화
1980년대 11만2천 기업서 제공, 이젠 3만개도 안 돼
항공사·자동차업계 줄 파산 땐 사회적 혼란 가능성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업들은 연금기금 부족분 보전에 사투를 벌이고 있고 아예 파산을 고려하기도 한다. 만일 파산을 신청하면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연금보험사인 PBGC가 넘겨받게 된다. 문제는 PBGC의 재정상태도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현재 230억 달러 적자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아도 시원치 않을텐데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연방노동부는 지난 1월 기업들이 연금 기여 액수를 늘릴 것을 입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야 세금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연금기금을 보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는 이자가 매년 올라 기금 부족분을 어느 정도 메울 것이란 생각을 기업들이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자를 믿고 기금 기여 규모를 줄였다간 오히려 적자가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만일에 대비해 연금 기여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레인 차오 노동부장관은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은퇴자와 그 가족들의 생활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기업들도 나름대로 할말이 많다. 정부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에게 과도한 재정부담을 지우면 기업들은 살아 남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특히 항공업계는 정부가 야속하다는 입장이다. 잘 나가는 기업도 연금 기여 액수 증액에는 부정적이다. 기업의 자금회전을 경색시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정부가 자꾸 몰아붙이면 아예 연금플랜을 없애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란 으름장도 들린다.
연금기금이 모자란 데는 주식버블이 꺼지면서 원금이 줄어든 데도 이유가 있지만 기업들이 기여 규모를 줄인데 상당부분 기인한다. 그러니 정부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기업들은 신규채용 노동자들에게는 연금플랜 혜택을 줘야 할 의무가 없다. 기업들이 이 점을 악용해 이들에게 연금플랜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로서도 무턱대고 강경책을 고수하기도 어렵다.
기업들은 연금 기여 액수에 대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세금공제액 이상을 기여하면 15%까지 세금을 두드려 맞는다. 그러다 보니 기여 액수를 줄이는 게 보편화했다. 1980~1995년에 20%가 줄었다. 그 규모는 2,620억 달러다.
은퇴연금보험사 PBGC의 기금으로 2020년까지는 연금지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PBGC는 매년 20억 달러를 지급하는데 실제 기금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많은 실정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로서는 그렇다고 기금 고갈을 납세자가 해결할 몫으로 넘길 수도 없다. 항공사, 자동차회사, 부품업체가 파산이라도 하면 그야말로 대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의회가 향후 5년간 PBGC에 66억 달러의 프리미엄 인상조치를 허용했지만 기금 부족을 메우기엔 미흡하다.
진짜 문제는 PBGC에 플랜 자체를 떠넘기는 회사들의 재정상태다. 지난달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그러했다. PBGC가 이 항공사 연금기금 부족분 66억 달러를 고스란히 채워야 한다. 같은 수순을 밟으려는 기업들을 모두 합하면 PGBC가 떠맡아야 할 재정부담은 약 960억 달러로 추산된다.
정부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사활이 걸려 있는 이슈다. 재정상태가 나쁜 기업들이 은퇴연금플랜을 모조리 없애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기업들로 하여금 연금기여 규모를 상향조정하도록 하고 이러한 기업들에게 적절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너무 엄격한 원칙만을 강요하다간 모두 두 손들고 자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1980년대 중반 은퇴연금플랜을 갖고 있는 기업은 11만2,000개였는데 현재 3만개도 안 된다. 연금플랜에 가입돼 있는 노동자는 1,700만 명이다. 20년 전의 2,200만 명에 비해 많이 줄었다. 조속히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겐 불안한 은퇴가 될 것이고 납세자들에겐 부담스런 증세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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