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무인도를 포함해) 독자적 관할권을 지닌 지구상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다각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가 동료 애국자들을 향해 전시 희생을 요구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 했을지 모른다. 다른 나라들도 이미 그렇게 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대의를 위해 전국민이 고난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사용된 “치 쿠”라는 중국어 표현은 쓴 것을 먹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도자들을 직위에서 몰아낼 수 있는 힘을 지닌 미국인들이 중국인들과 동일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트럼프는 미국이 외국인 근로자들과 외국산 제품 모두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엄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그는 의회가 허용한 전시 비상대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의회는 특정국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도 하지 않았고 지금이 진정한 비상상황인가에 대해서도 기껏해야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법적 취약성에 상관없이 사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침략”의 가담자로 낙인찍힌 이민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적성국 국민법”으로 알려진 18세기의 법을 발동한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판사에 의해 최소한 남부 텍사스에서는 이 법의 적용이 금지됐다.) 그는 또한 1977년에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 혹은 이와 별도로 1962년에 마련된 무역법의 국가안보조항에 따라 부과한 관세를 통해 미국인들이 구입하는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우리의 적들이 얼마나 교활한지 트럼프를 제외한 미국민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와 그의 하수인들이 보기에 값싼 과테말라산 바나나와 중국산 장갑은 미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미국인들에게 주택이 제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새 집을 짖는데 필요한 목재, 철강, 천장 선풍기와 거의 모든 다른 자재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구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그의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올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대신 그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수입세를 “먹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 그는 일반 가정이 구입하는 물품 가격이 다소 비싸질 수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이같은 희생을 기꺼히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어쨌건 그의 눈으로 볼 때 미국인들은 과소비가 심하다. 이런 위기의 시간에 그의 “백성”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마땅하다. 하다못해 바비 인형 컬렉션이라도 줄여야 한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과 텅 빈 진열대에 관한 경고를 되짚으며 트럼프는 마치 스크루지처럼 행동했다. 금 도금 개인 제트기를 소유한 그는 “아마 아이들은 30개의 인헝 대신 단 두 개의 인형만을 갖게 될 것이고, 그나마 두 개의 인형도 정상적인 가격보다 2-3달러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바비 제조사인 마텔은 그의 발언 직후 자사 인형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 인터뷰에서 장난감 발언과 관련해 해명할 기회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우리의 새로운 금욕주의 통수권자는 “중국과 무역적자를 내면서 필요치 않은 물건과 쓸모없는 고물에 돈을 낭비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유모차 가격상승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하지만 출산률 제고를 위해 대통령이 제안한 모성애 메달을 목표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유모차는 중요하다. 이와함께 각 가정은 값이 오른 야채 및 기타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견뎌내야 한다. 이들은 관세로 인해 가장 먼저 가격이 오를 상품 가운데 포함된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 관세 시행 이전에 사들여 비축이 가능한 내구재 상품과 달리 기업이 과일과 야채를 미리 사들여 재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럼프가 식량자급을 위해 2차세계대전 당시의 스타일인 “빅토리 가든”을 장려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지 모른다.

사실 그의 행정부의 일각에서는 이미 생계농으로의 회귀를 장려했다. 그러나 가격인상과 품귀현상이 예상되는 모든 상품을 혼자힘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톨스텐 슬록에 따르면 가장 빨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일부 소비자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 일반적으로 납기가 짧아 재입고가 빠른 적시 생산 상품, (기저귀, 의료장비 등) 소비자들이 쉽게 줄일 수 없거나 (의류, 우산 등) 국내 대체품이 거의 없는 상품이다.

슬록은 수 개월 후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가까운 휴일인 독립 기념일도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폭죽의 90%가 거의 전부 중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시기는 자기희생을 요구한다. 물론 트럼프가 계획중인 열병식이나 백악관에 화려한 무도장을 추가하는 것은 예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신선한 계란을 살 수 없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까? 대신 파베르체 달걀을 먹게 하면 그만이다.

일요일 저녁, 트럼프는 “국가 안보” 명목으로 미국 밖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의 세금을 물리겠다며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 영화와 TV를 둘러싼 또다른 글로벌 무역전쟁이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이유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그는 애니메이션과 영국 아마추어 제빵사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킹 쇼”가 미국인 남성을 지나치게 나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른다. 또한 수입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어떻게 관세를 부과할지도 불분명하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충성스런 추종자들은 노력하고 있다.

대선전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겠노라 약속했다. 아마도 그는 물질적 부를 의미한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혼란과 위기에 관한 한 그는 미국인들에게 이미 차고 넘치는 엄청한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