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 누가 제1인자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 관한 한은 이론이 없다. 한 사람이 세운 업적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워런 버핏이다.
그의 재산은 현재 1천600억 달러로 추정되며 세계 6위다. 지난 60년간 그는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이는 미 주식 평균 수익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누구나 어쩌다 한 번 평균을 넘는 수는 있지만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이토록 큰 차이로 높은 수익을 낸 사람은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60년전 그에게 100달러를 투자했더라면 그 돈은 지금 5만배가 불어나 500만 달러가 됐을 것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것일까. 1930년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연방 하원의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살 때 도서관에서 ‘천 달러를 버는 천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빌려 보고서부터다. 그는 할아버지 잡화점 알바를 해 모은 돈으로 25달러짜리 중고 핀볼 기계를 사 이발소에 설치해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이런 기계를 몇개 더 사 3개 이발소에 설치한 후 나중에 이 비즈니스를 1천200 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그의 진짜 관심은 주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0살짜리 버핏을 뉴욕 증권거래소에 데리고 가 그를 격려했으며 버핏은 11살 때 처음 주식 3주를 산다. 그가 본격적인 주식 투자가가 된 것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 진학해 평생의 스승이자 은인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그레이엄은 영국에서 태어나 1살 때 미국에 온 유대인 이민자 출신으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9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다 1907년 주가 폭락으로 전재산을 날리면서 가계는 급속히 기울게 된다.
장학금으로 컬럼비아에 진학하면서 그에 인생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20살에 영어, 수학, 철학과로부터 교수직 제의를 받지만 그는 거절하고 월가 채권 거래 회사에 서기로 취직한다. 여기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는 파트너로 승진하며 투자 회사를 차려 1936년부터 20년간 연평균 20%(수수료를 제외한 실 수익률은 14.7%)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다. 같은 기간 주가 평균 상승률은 12.2%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업적은 ‘현명한 투자가’(The intelligent Investor)란 책의 저술이다. 그는 여기서 주식 투자가는 스스로를 비즈니스 소유주로 생각해야 하며 하루하루 변하는 주가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시장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어리석음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다수가 과도하게 열광할 때는 팔고 절망할 때는 살 것을 권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주식의 가치를 판별하는 능력 못지 않게 주위의 과민 반응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란 것이다. 이런 생각들로 인해 그는 ‘가치 투자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버핏은 ‘현명한 투자가’를 “주식 투자에 관한한 최고의 책”이라고 부르고 “투자의 기본은 주식을 비즈니스로 여기고 시장의 변동을 이용하며 ‘안전의 여분’(margin of safety, 내재 가치와 시장 가치의 차이)을 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벤 그레이엄이 가르친 것이며 100년 후에도 투자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핏은 1956년 버핏 파트너십 투자회사를 세우고 의류 제조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후 그 이름으로 지주 회사를 만든다. 스승의 가르침을 따른 그의 투자가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는 ‘오마하의 신탁’(Oracle of Omaha)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은 어째서 다시는 그와 같은 투자가가 나올 수 없는지에 대해 썼다. 첫번째는 버핏 개인이다. 저널은 그를 “주식에 취한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그가 아침부터 밤까지 하는 일은 주식에 관한 정보를 얻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가 주식 투자가로 활동한 70년 동안 읽은 재정 보고서는 1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그의 기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다 버핏이 투자를 시작한 때는 미국 주식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세번째는 운영비를 받지 않는 대신 투자금을 직접 받지도 않는 운영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높은 보수를 노리고 위험한 투자를 하거나 자금이 몰려들어 비싸게 주식을 사야하는 잘못을 피할 수 있다.
그 버핏이 올해 안으로 버크셔 회장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95세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이미 빌 게이츠와 함께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널 말대로 이런 투자가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